"눈으로 봤을 때 칠 수 없는 공이…" ABS 최종 도입 결정, 볼판정 신뢰 100% 되찾을까

이종서 2024. 1. 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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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심판위원회 동계훈련. 사진제공=KBO
KBO 심판위원회 동계훈련. 사진제공=KBO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일정한 콜은 나오겠지만…."

KBO리그가 전 세계 프로야구 중 가장 빠르게 '로봇 심판'의 시대를 연다.

KBO는 지난 11일 2024년 제 1차 이사회를 열어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 적용을 최종 확정했다. 2024년 시즌부터 스트라이크, 볼 판단은 심판이 아닌 야구장에 설치된 전용 카메라를 통해 기계적으로 이뤄진다.

ABS 도입으로 스트라이크존은 일정해질 예정이다. KBO는 그동안 수많은 스트라이크, 볼 판정 시비에 휩싸였다. 심판과 타자, 심판과 투수는 볼 판정 하나에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KBO뿐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 NPB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람이 판단하는 만큼, 100% 일관되게 판단할 수는 없다. 타자가 보는 시선, 투수가 보는 시선, 그리고 심판이 판단하는 눈에서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KBO는 경기의 공정성과 신뢰 회복을 위해 ABS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찬반에 대한 목소리는 갈린다.

찬성 입장은 명확하다. 모두가 공정하게 같은 환경에서 일관된 스트라이크 콜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더 이상 볼 판정을 놓고 주심과 선수가 얼굴 붉힐 일이 없다는 것이다.

반대 입장 역시 강경하다. 야구의 묘미를 감소시킨다는 점 외에도 아직 ABS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한다. KBO는 2020년부터 4년 간 ABS 시스템을 가동하며 1군 도입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어이 없는 볼 판정도 있다는 의견이다. 대표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두고 낙차 크게 떨어지는 공. 지면 가까이 들어가거나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걸칠 경우 타자로서는 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올 수도 있다. 시스템상으로는 스트라이크 존에 걸쳐서 스트라이크지만, 타자가 치기에는 너무 낮거나 혹은 너무 높다는 이야기다.

2021 KBO리그 퓨쳐스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박종철 구심이 로봇심판 장비를 착용한 채 경기에 나서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8.03/
2021 KBO리그 퓨쳐스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박종철 구심이 로봇심판 장비를 착용한 채 경기에 나서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1.08.03/

ABS를 경험했던 선수들은 "좌우가 조금 좁아진 느낌"이라고 했다. 사람의 판정할 경우 정확한 사각형보다는 타원에 가까웠지만, ABS는 정확하게 사각형으로 스트라이존이 유지돼 생긴 차이다.

일단 전반적으로 운영상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지난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이 상무와의 연습 경기를 할 당시 ABS 시스템을 적용하기도 했다.

스트라이크존에 공이 통과한 뒤 주심에게 들어오는 콜도 딜레이가 없었고, 눈에 띄는 오류도 없었다.

심판위원들은 지난 12월 시뮬레이션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무전기 및 이어폰 적응, 오류 발생시 대처법 숙지 등을 통한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중점을 뒀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적응'을 관건으로 꼽았다.

2022년 12월 부터 선수협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현수(LG)는 "로봇심판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일정하게 되겠지만, 정말 타자의 눈으로 봤을 때 칠 수 없는 공이 라인을 지나갈 때가 있다. 그런 공이 어떻게 처리가 될 지 걱정"이라며 "분명 경기 속도는 빨라질텐데 선수들이 얼만큼 적응하는 지도 궁금하다"고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김현수는 이어 "눈으로 봤을 때 스트라이크가 맞는 지가 중요할 거 같다. 그런 부분에 대해 정확한 연습이 필요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2023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2사 3루 롯데 포수 유강남이 KIA 고종욱을 3구삼진 처리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6.04/

포수들도 변화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공을 잡는 순간 미트를 스트라이크존 방향으로 움직여 심판으로부터 유리한 판정을 얻어내는 '프레이밍'이 포수의 능력 중 하나로 평가를 받았다. 대부분의 포수들이 "일단 프레이밍 보다는 정확하게 잡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프레이밍 보다는 정확한 캐칭과 주자 견제 및 블로킹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고 프레이밍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NC 박세혁은 "프레이밍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투수가 던질 때 느낌이나 시각이 있다. 잡아주는 건 이전과 같다고 생각한다"로 밝혔고, 키움 김동헌 역시 "포수가 프레이밍을 하지 않으면 투수가 불안해하고 자신의 구위를 의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투수 배려 차원의 프레이밍을 계속해서 해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심판진과 선수들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ABS를 비롯해 달라지는 규정에 대한 실전 적응에 나선다.

KBO 심판위원회 동계훈련. 사진제공=KBO

KBO는 ABS 도입과 함께 베이스 크기 확대, 수비 시프트 제한을 확정했다.

투수 세 타자 상대 제도는 퓨처스리그에서 시행한 뒤 1군에는 추후 도입을 결정할 게획이다. 피치 클락 운영은 전반기 시범운영 후 후반기 도입을 결정할 예정이다.

2022년부터 퓨처스리그에서 시행중인 연장전 승부치기 또한 KBO리그의 도입은 현장 의견 등을 종합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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