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 한 장, 한 장 직접 공개…“대만선거 투명하다” 인정받는 이유

이가영 기자 2024. 1. 1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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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만 신베이시의 한 투표소에서 대만 총통 선거가 끝난 후 개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한 선거관리위원이 투표지 한 장 한 장씩, 결과를 말하고 이를 대중에게 보여주고, 한명은 정(正)자로 표를 집계한다./EPA 연합뉴스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를 제치고 승리한 가운데, 대만의 독특한 개표 방식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 엑스에는 개표 작업을 진행 중인 대만 선거관리원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가 끝난 후 개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선거관리원은 투표지 한 장 한 장씩, 결과를 말하고 이를 대중에게 보여준다. /@CoDieckmann

투표함에서 투표지 한 장을 꺼낸 관리원은 큰 소리로 어떤 후보에게 투표됐는지를 외친다. 이와 동시에 투표지를 머리 위로 올린다. 관리원이 말한 투표 결과가 맞는지 다른 이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른 선거관리원은 칠판에 붙은 종이에 투표 결과를 바를 정(正)자로 적는다.

해당 영상을 올린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기자 코넬리우스 디크먼은 “대만의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며 “투표 결과는 큰 소리로 외쳐지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종이에 집계된다”고 했다. 이어 “이 과정이 반복되어 투표함이 비면 빈 투표함을 대중에게 보여준다”며 “누구나 이 과정을 보고, 촬영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영상은 올라온 지 6시간 만에 44만회 이상 조회됐고, 6만5000명 넘는 이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2024년 1월 13일 총통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타이베이의 한 투표소에서 선거 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개표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대만은 투표소가 곧 개표소다. 투표 종료 후 투표함을 옮기지 않고 바로 해당 투표소에서 개표 작업을 진행한다. 전국 1만7000여개 투표소에서 저마다 개표 작업을 진행하기에 비교적 소규모로 개표가 진행된다. 어찌 보면, 학창 시절 반장 선거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민진당 창당 전까지 대만은 국민당 일당 독재 체제였다. 중국 공산당에 패한 국민당이 1949년 대만으로 넘어온 후 국민당이 지배하는 국민대회에서 총통을 간접 선출했다. 그러다 민진당의 끈질긴 노력으로 1996년에야 총통 직접선거제가 도입됐다.

한 대만 네티즌은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투표 조작은 일반적인 관행이었다”며 “조금은 어설퍼 보이는 이 전근대적인 개표 과정은 대만에서 신뢰받는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가 됐다”고 했다. 그는 대만의 개표 방식을 “모든 투표용지를 감시하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첨단 기술을 보유한 대만이 왜 전자식 투표 및 개표 방식을 도입하는데 그토록 저항하는지 궁금해할 수 있다”며 “여기에는 국가 안보 문제 외에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개표는 한 장, 한 장씩. 완전한 투명성 속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13일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당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라이칭더 총통 당선자.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이날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하면서 민진당은 차이잉원 정부 8년에 이어 12년 연속 집권하게 됐다. 친미‧독립 성향의 민진당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만이 주권 국가이며 방위력을 키워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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