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가뭔데] 책 읽고 싶으세요? 스마트폰 내세요 (영상)
스마트폰·SNS 유행하며 ‘도파민 중독’ 피로감↑
스마트폰 없이 독서하는 ‘디지털 디톡스’ 실천도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스마트폰 세대인 Z세대는 스마트폰 사용에 능숙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이용에 거리낌이 없지만 동시에 스마트폰이나 SNS로 인한 부작용을 호소하기도 한다.
‘도파민’은 ‘쾌락’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쇼핑을 할 때처럼 즐거운 일을 할 때 분비된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SNS 콘텐츠나 동영상을 시청할 때도 도파민은 분비되는데, 이러한 자극이 반복되면 도파민 수용체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쾌감을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게 되고, 결국 ‘중독’에 이른다.
도파민에 중독되면 뇌가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기 때문에 한 가지 일에 장시간 집중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업무나 공부, 독서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증상이 심화되면 일상생활에서 무력감이나 우울,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짧게는 10초, 길어도 1분이 채 되지 않는 숏폼 콘텐츠가 유행하는 요즘은 새로운 자극을 찾는 일은 쉽다. 터치 한 번, 손짓 한 번에 새로운 자극을 느낄 수 있고 자극이 끝도 없다. 독서나 공부처럼 높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 외에도 5분 이상의 영상을 끝까지 시청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예전 같지 않은 집중력에 Z세대 사이에서는 ‘도파민 중독’이 유행 키워드로 떠올랐고, 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도 함께 유행하기 시작했다.
재미 삼아 도파민 중독 정도를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웹 플랫폼 메타브의 ‘도파민 중독 테스트’는 2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고, 도파민 중독 해결법이 담긴 서적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은 ‘교보문고 2023 올해의 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마트폰 없이 2시간…나에게도 집중력이 있을까
스마트폰을 내야만 입장이 가능한 서울 시내의 북카페도 인기를 끈다. 스마트 기기를 멀리하며 뇌를 정화하는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가 Z세대 사이에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 잡으며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 기반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욕망의 북카페’ 월간 검색량은 네이버 기준 1만 5000건이 넘고 이 중 20대가 42.5%를 차지한다.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에 위치한 이 북카페는 스마트폰을 제출해야만 지불한 금액권에 따라 정해진 시간 동안 책을 볼 수 있다. 제출한 스마트폰은 카페를 완전히 벗어날 때 찾아갈 수 있다. 직접 방문해본 북카페는 평일 늦은 시간에도 독서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스마트폰을 카운터에 제출하고 원하는 자리에 앉는다. 카페 내에 비치된 책이나 가져온 책을 준비한다. 제공된 음료와 잔잔한 재즈 음악과 함께 독서를 시작한다. 독서 시간은 자신이 정할 수 있지만 그 동안에 스마트폰은 볼 수 없다.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그리 쉽지 만은 않다. 책을 펼친 지 5분이면 스마트폰으로 미처 처리하지 못한 갖가지 일들이 머리 속을 스친다. 지금 책을 읽느라 그 일을 처리하지 못할까(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다) 걱정 마저 든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이 없기 때문에 딴 짓을 할 엄두는 못낸다. 30분쯤 지나면 ‘졸음 위험구간’이 온다. 그럴 땐 침착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야한다.
책에 집중한지 1시간쯤 지나면 돌연 무아지경의 상태에 이르는데,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은 나 자신은 온데간데 없고 책에 집중하게 된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도 한층 빨라지고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든다. 최대 집중력이 15분인줄 알았던 나에게도 1시간 넘게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1시간 30분이 경과하면 최대로 뽑아냈던 집중력이 급격히 저하되며 잡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자꾸만 시계를 보게 된다. 그리고 목표한 시간이 되면 쫓기듯 짐을 싸고 스마트폰을 찾으러 간다. 급한 연락이 왔을까 스마트폰을 켜 보지만 당연히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스마트폰 없이 책을 읽는 북카페에 처음 왔다고 밝힌 20대 여성 A씨는 "집에서 책을 읽으면 집중이 되지 않아서 퇴근 후 책을 읽기 위해 들러봤다"며 "산채비빔밥을 먹은 것처럼 디톡스가 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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