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물만 34만채...베이징·상하이로 번진 中부동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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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 아파트 매매가와 임대료가 큰 폭으로 떨어진다는 뉴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주택 구매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내림세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황이 호전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해요.
지난 2년간 헝다,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부채 위기에 시달렸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대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크게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작년 10월부터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이른바 ‘1선도시(一線城市)’ 아파트도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 부동산 거품 붕괴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와요.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서는 매물이 쌓이고, 원매자가 없어 거래량이 급감하는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부동산 하락기의 전형적인 현상이죠. 국제 투자은행들은 부동산 위기 악화와 이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올해 중국 성장률이 4%대 중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내림새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1월10일 “대도시 주택 임대료 하락으로 집주인이 가만히 앉아 돈을 벌던 시대가 지나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상하이 푸둥 금융가에서 2㎞ 떨어진 곳에 있는 50㎡ 크기의 아파트는 집주인이 월세를 6500위안(약 120만원)에서 5500위안(100만원)으로 15% 이상 인하했는데 한 달 이상 임차 문의가 아예 없다고 해요.
이 신문은 “인구 감소로 인한 수요 위축, 아파트 가격 하락 등으로 임대료가 하락하는 추세”라면서 “다른 지역이 떨어질 때도 굳건했던 4대 대도시도 임대료가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도 1월1일 자에서 “중국 대도시 임대 시장이 엄동설한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어요.
중국 국가통계국 통계를 보면 대도시 주택가격은 작년 10월부터 내림세입니다. 조사 대상인 전국 70개 주요 도시 중 67개가 기존 주택 가격이 내려갔다고 해요. 작년 11월에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대 대도시의 기존 주택 가격은 전월보다 1.0~1.5%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장에서는 실제 부동산 가격 하락폭은 더 큰 것으로 봐요. 정부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호가 높지만 거래가 없다”
시사주간지 산롄(三聯)생활주간은 작년 11월17일 “상하이 일부 아파트 단지는 2년 전보다 가격이 30%나 떨어졌고, 선전에서는 최고 시세 대비 반값으로 내려간 아파트도 나왔다”며 “정부 통계에 이런 가격 하락 추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썼어요. 학군 좋기로 유명한 베이징 시청구 더성(德勝) 지역 아파트는 한창 비쌀 때 ㎡당 가격이 20만 위안(약 3600만원)까지 올라갔지만, 지금은 14만 위안 정도로 30% 내려갔다고 합니다.
상하이에서 부촌으로 꼽히는 구베이(古北) 지역 고급 아파트단지도 가격이 10~17% 떨어졌다고 중국경영보는 보도했어요. 산롄생활주간은 “매물 호가가 여전히 높지만, 실제 거래는 없는 ‘유가무시(有價無市)’의 상황”이라면서 “호가에서 대폭 할인을 해야 거래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외신 진단도 비슷해요.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작년 12월21일 “중국 정부는 베이징 주택 시장이 견고하다고 하지만 현지 중개인들을 따르면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들이 공격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FT가 베이징 부동산중개업소 20여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베이징 아파트 거래 가격은 단지에 따라 2021년 고점 대비 10~30% 떨어졌다고 해요.
◇상하이 요지 아파트도 미분양
중국 정부는 대도시 아파트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작년 9월 대대적인 부양책을 내놨습니다. 아파트 담보 대출 시 1차 납부금액을 총 분양가의 60~80%에서 30~40%로 크게 낮췄고, 과거 아파트를 구매한 이력이 있어도 지금 보유한 상태가 아니면 생애 최초 주택 대출 수준의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죠. 과거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각종 규제 정책을 푼 겁니다. 그런데도 상황은 호전될 기미가 없다고 해요.
부동산 시장에는 매물이 넘친다고 합니다. 베이징의 작년 말 기준 아파트 매물은 16만채로 2022년말에 비해 100% 이상 늘었다고 해요. 상하이는 18만채를 넘는다고 합니다. 매물은 넘치는데 매수세가 없어 아파트를 처분하는 데 상하이는 10개월, 베이징은 2년까지 걸린다고 해요.
아파트 경매 유찰, 미분양도 흔한 현상이 됐습니다. 작년 11월초 분양한 상하이 푸둥(浦東) 중심가의 ‘스지쳰탄톈후이(世紀前灘天滙)’ 주상복합 아파트는 총 258가구 분양에 150명이 청약을 해 청약률이 58%에 그쳤다고 해요. 작년 10월 법원 경매에 나온 항저우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는 세 차례나 유찰돼 입찰가가 절반으로 떨어졌는데도 원매자가 없다고 합니다.
◇올해 성장률 4%대로 추락 전망
닛케이가 작년 12월27일 국제 투자은행과 분석기관 전문가 2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중국의 올해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4.6%였다고 합니다. 2023년 성장률 추정치 5.2%보다 더 내려간다는 거죠. 다수의 전문가가 부동산 가격 하락과 그에 따로 소비 심리 위축 등을 이유로 꼽았다고 합니다.
중국은 부동산과 그 관련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나 되죠. 가계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나 된다고 해요. 부동산이 부진하면 소비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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