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POINT] 2023시즌 울산 성공이 K리그에 준 새로운 희망

김대식 기자 2024. 1.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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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울산 HD FC의 2023시즌 성공은 단순한 K리그 2연패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 시장에서 축구는 크게 2가지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K리그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인기는 대중적이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로 대한민국에서 전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대상으로 떠올랐다. 한국에서 A매치가 열리기만 하면 매진 사례가 쏟아져나왔고, A매치 티켓 구하기는 이제 하늘의 별 따기다. 그만큼 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전국민적 애정은 강렬하다.

그에 비해 K리그는 대중적인 문화라고 말할 수 없었다. K리그는 그들만의 문화라는 시선도 존재했기에 K리그는 대중적인 문화로 나아가고자 계속해서 양적 성장을 추구해왔다. 2019시즌 K리그1 유료 관중이 182만 명을 돌파하면서 가능성을 봤지만 K리그 역시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코로나19의 위기까지는 돌파할 수 없었다.

코로나 시절 K리그 경기장 풍경(사진=연맹)

코로나 펜데믹 시대가 끝나가기 시작한 2022시즌부터 K리그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역대급 흥행 성적을 낸 2023시즌에는 대중적 문화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K리그1, 2 합계 300만 관중 돌파는 유료 관중 집계 후 최초였다. K리그1 평균 관중 1만 돌파 역시 유료 관중 집계 후 처음이었다.

2023시즌 K리그의 성공을 더욱 높게 평가해야 하는 이유는 양적인 성장과 함께 질적인 성장을 동시에 이뤄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은 2013년부터 입장 수익 집계를 시작했는데 2023시즌 입장 수익 총액은 무려 344억을 넘었다. 역대 최고치다.

성공적인 관중 유치에 성공한 FC서울(사진=연맹)

다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관중 증가 및 티켓 수익 상승에 비례한 티켓 객단가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직전 시즌인 2022시즌과 비교해서는 약 3% 상승에 그쳤다. 2022시즌 대비 티켓 객단가를 무려 7,145원을 끌어올린 광주FC가 아니었다면 2022시즌보다 평균 티켓 객단가가 낮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2023시즌을 이전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받았던 2019시즌의 티켓 객단가인 7,800원과 비교하면 2023시즌의 티켓 객단가인 11,980원은 분명 성장하고 있다는 지표다.

2023시즌 가장 큰 성적을 이뤄낸 광주(사진=연맹)

입장 수익과 티켓 객단가의 꾸준한 상승은 연맹이 2023시즌부터 시작한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 성공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의 목적은 각 구단의 지속 가능성의 확립이다. 모기업과 지자체의 도움 없이도 각 구단이 자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실시했다.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은 울산]

K리그 재정 건전화 제도가 논의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일각에서는 '지속 가능성 확립'이 정말로 실현 가능한 목적인가에 대한 시선이 존재했다. K리그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던 2019시즌조차 K리그 구단의 평균 수입의 76%는 모기업과 지차체의 지원금이었기 때문이다.

2023시즌 울산의 성공은 재정 건전화 제도의 목적이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걸 믿게 만들어줬다. 프로의 세계에서 성적과 재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성적을 위해서는 투자가 당연히 선행되어야 하는데, 축구는 투자만큼 성적이 비례해서 오른다는 걸 보장할 수 없는 종목이다. 멀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가까이에선 수원 삼성이 투자와 성적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걸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시다.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계획 없는 투자는 구단의 재정의 악영향을 끼칠 때가 많다. 구단을 파멸의 길로 이끌 수도 있다. 그렇기에 투자의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성적을 우상향시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울산의 2023시즌 성공은 가히 놀랍다. K리그1 19경기 홈관중은 무려 345,990명으로 구단 역대 1위 기록을 세웠다. 18,210명이라는 평균 관중 숫자는 구단 창단 이래 역대 2위 기록이다. 1998시즌 평균 관중 기록이 구단 역대 1위지만 당시는 유료 관중 집계 시스템이 없었다. 창단 이래 최고 전성기에 진입한 울산이다.

단일 시즌 구단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운 울산(사진=연맹)

한 K리그 관계자는 "이제 울산문수경기장에 가는 건 축구 팬들에게 '힙하게' 인식되고 있다"며 울산의 성공 이유를 설명해줬다. 대중들에게 힙한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됐던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K리그 우승이었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구단 프런트의 보이지 않는 노력은 수익 극대화라는 우승만큼 소중한 결과물로 이어졌다.

[프런트의 노력]

울산은 모기업 지원을 제외한 자체 수입 160억 원 중에서 마케팅 활동으로만 약 110억 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입장권 수익만 40억이 넘고, 그룹사를 제외한 스폰서십도 32억 원, F&B와 상품 판매로 30억 수익을 초과했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하나로 뭉쳐 만들어낸 우승을 수익으로 치환하면서 지속 가능성을 높인 구단의 노력 역시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결과다.

2014시즌에만 해도 울산은 평균 관중 9,000명에 입장권 수익은 4억 원 정도였다. 하지만 2023시즌 기준으로 입장권 수익은 42억을 뛰어넘었다. 8년 동안 10.5배나 상승한 것이다. 물가 상승률과 티켓 가격의 상승을 고려해도 이를 뛰어넘는 성장세다.

울산이 K리그 2연패를 달성하면서 리그 최고의 팀으로 올라섰기 때문에 가능한 수익 상승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수익 상승을 어떻게 폭발시킬 것인지는 구단 프런트의 노력에 달렸다.

울산 프런트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구단의 인기를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가장 먼저 고민한 건 티켓의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었다. 2023시즌 처음 시작한 멤버십은 티켓 가격을 내리지 않고, 좋은 좌석에 대한 우선 예매 권한을 주면서 객단가 상승의 요인이 됐다. 또한 테이블석, 캠핑석 같은 특화석의 적극적인 도입도 티켓 객단가 상승에 이바지했다. 울산은 2022시즌 대비 4%의 객단가 상승을 이끌어냈다. 

늘어나는 관중의 인기에 MD 상품이나 유니폼도 판매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2시즌 대비 유니폼 판매량 3배 이상 증가, 수익 2배 이상 폭등했는데도 불구하고, 울산 구단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팬들의 수요를 맞출 수 있을 만큼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유니폼 프리 오더를 과감하게 시도한 울산((사진=울산)

이에 울산 구단은 울산은 2024시즌 유니폼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으며 지난 8월에 팬들을 대상으로 유니폼 프리 오더(사전 예약)까지 진행해 이미 3,000장 이상 판매에 성공했다. 다음 시즌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최대한 팬들의 수요량에 맞출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사전에 움직인 구단의 노력은 당연히 유니폼 판매량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는 수익 증대를 가져올 것이다.

성적과 인기가 모두 K리그 최고 구단에 등극하자 스폰서십 활성화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울산 구단에 따르면 기존 스폰서십 중 80%가 재계약이 유력하다. 울산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업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과 스폰서십 체결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울산 관계자는 "다양한 수익 활동으로 선수단을 지원하고 이 과정이 경기력으로 발현되고 이것이 구단의 인기와 관중 증가로 이어져 '선순환 구조'로 구단에 끊임없이 이점을 가져다주는 것이 목표다. 결론적으로는 구단 전체 예산의 50% 정도를 마케팅 자체 매출로 충족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울산 성공의 의미]

비정상적인 운영이 불가피했던 2019시즌을 기준을 K리그 구단은 평균적으로 전체 예산 중 50% 이상을 선수단 연봉에 투자했다. 선수단 연봉과 운영비용이 구단 운영에 있어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구단이 그렇다.

다음 시즌에도 울산이 이와 같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면 선수단 비용에 준하는 자체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시즌 울산의 선수단 연봉은 약 183억 원이었다. 울산의 마케팅 수익이 더욱 증가하면 2023시즌에 160억을 돌파한 자체 수입으로 선수단 연봉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K리그 구단도 모기업과 지자체없이도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울산이 증명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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