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라이칭더 당선인 첫 일성 "민주주의 승리…양안 현상 유지"
(서울·타이베이=뉴스1) 김예슬 정윤영 기자 = 13일 대만 제16대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라이칭더(64) 후보가 당선됐다. 라이 당선인은 자신의 승리를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표현하며 대중 견제 발언을 이어갔다.
라이 당선인은 이날 당선이 확정되자 타이베이 선거운동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민주주의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세상에 보여줬다"며 "대만은 민주주의 공동체의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민주주의 편에 설 것"이라며 "계속해서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나란히 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라이 당선인은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선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고 밝히며 다른 정당과의 협력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사에서 다른 정당의 능력있는 사람들을 데려올 것"이라며 "협력을 추구하기 위해 다른 당 지도자들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라이 당선인은 차이잉원 현 대만 총통의 대중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대만해협에서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대립 대신 대화를 선택할 것이며, 중국의 위협과 협박으로부터 대만을 보호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중국의 선거 개입을 겨냥하는 발언도 내놨다. 그는 "대만 사람들은 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부 개입의 노력에 성공적으로 저항했다"며 "대만은 올바른 길을 걸을 것이며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존엄성과 동등성을 바탕으로 중국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며 "중국과 건강하고 질서있는 교류를 재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라이 당선인은 중국을 상대로 한 발언을 잇달아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중국이 평화만이 양측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이해하기를 바란다"며 "중국도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6년 총통 선거 이후 대만에서는 특정 정당이 8년 이상 정권을 이어간 사례가 없었는데, 라이 당선인이 승리하며 민진당은 전례 없는 3연임 기록을 세우게 됐다. 대만 총통 임기는 4년제이며 중임이 가능하다.
'미중 대리전'으로도 평가받는 이번 선거에서 대만 정권이 8년 만에 친미·독립 성향을 버리고 친중 노선을 선택하게 될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선거는 양안(중국-대만) 관계에 있어 '현상 유지'를 추구하는 민진당의 라이 당선인,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하는 국민당 허 후보 그리고 양안관계를 개선하길 원하는 민중당 커 후보 간 치열한 3파전 양상을 보였다.
라이 당선인은 중국과 '현상 유지'를 추구하는 라이칭더는 차이잉원 현 총통의 친미 정책을 계승하고, 경제 교류는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제안한 인물이다. 대만 역사상 최초의 의사 출신 총통이기도 하다.
대만 국민들이 정권 유지를 선택함에 따라 양안 해협에선 무력 충돌 위험이 고조될 우려도 커지게 됐다.
중국은 대만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양안 통일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만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강화해 왔다.
중국의 숙원이 '대만 통일'인 만큼 대만의 정치 지형 변화 혹은 미국과의 갈등 심화에 따라 중국의 계산은 달라질 수 있다. 대만의 외교 정책이 결정되는 총통 선거에 전세계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대만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이번 총통 선거를 앞두고 라이 당선인을 콕 집어 민진당 정권 유지시 대만에 전쟁 위험이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라이 당선인은 그간 중국과의 긴장감을 줄이는 차원에서 대만 독립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그는 이미 공식 명칭인 중화민국으로 주권을 가지고 있으며, 분리를 공식화하고 중국 침략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왔다.
한편 이날 투표율에 대해 TVBS는 75% 전후로 예상했다.
globa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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