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전 스포츠조선 사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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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여 갔구나! 혼이라도 뵈지 않소베!" 고향 땅은 함경도이지만 어부들의 현주소는 어드메나같은 동해바다.
이제는 소식도 끊기는 남편의 무덤이 된 바다 앞에서 속초 조난 어부의 '아즈마이'들이 굿을 올렸다.
(중략)속초 사람들은 거진이 집이라서 속초 앞바다에 무덤을 잡지 못하고 죽어서까지 제집에 가려던 혼을 위해 만기(輓旗)를 앞장세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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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여 갔구나! 혼이라도 뵈지 않소베!" 고향 땅은 함경도이지만 어부들의 현주소는 어드메나같은 동해바다. 이제는 소식도 끊기는 남편의 무덤이 된 바다 앞에서 속초 조난 어부의 '아즈마이'들이 굿을 올렸다.…(중략)…속초 사람들은 거진이 집이라서 속초 앞바다에 무덤을 잡지 못하고 죽어서까지 제집에 가려던 혼을 위해 만기(輓旗)를 앞장세워주었다. 고향과 내 집이 그리워 파도의 두려움도 잊었던 뱃사람들의 끝장은 저녁노을처럼 덧없고도 쓸쓸한 것이었다.」
1962년 속초 앞바다에 어선이 침몰해 수십명이 실종됐을 때 시적인 기사 문장으로 필명을 날린 신동호(申東澔) 전 스포츠조선 사장이 12일 낮 12시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90세.
1934년 용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서울고 국어교사였던 소설가 황순원(黃順元·1915∼2000)에게서 글쓰기를 배웠다. 1959년 3월 조선일보 수습 2기로 들어가 입사 7년 만인 1966년 사회부장에 발탁됐다.
사회부 기자 시절 특종과 명문으로 필명을 날렸다. 조선일보 사진기자 정범태(1928∼2019)씨가 1960년 1월26일 서울역 압사 사고 현장을 특종 촬영했을 때 야간 당직이던 고인이 기사를 썼고, 4·18 고려대 학생 피습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1960년 4월19일 저녁 경찰관이 기자들이 탄 차에 총을 쏴서 운전기사가 죽었을 때에도 현장에 있었다.
신동호라는 이름을 유명하게 한 건 1962년 1월7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갔구나! 아바이여"…슬픈 사연 모래알처럼 많은데…마의 해변에 만기 숙연」이라는 제목의 현장 스케치 기사였다. 고인은 후일 "아바이여 갔구나! 혼이라도 뵈지 않소베!"로 시작되는 시적인 기사 문장에 대해 "황순원 선생으로부터 글쓰기를 배운 덕분"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편집국장이던 1972년에는 당시만 해도 신인이었던 소설가 최인호(1945∼2013)의 작품 '별들의 고향'을 조선일보에 연재, 큰 화제를 불렀다.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원래 황순원 선생의 소설을 연재하려고 했는데, 황 선생이 최인호를 추천했다"며 "그때만 해도 신문 연재소설은 원로 작가들이 쓰는 게 거의 관례였다. 원래 제목은 '별들의 무덤'이었는데, 조간신문 소설 제목에 '무덤'이란 말이 들어가는 건 부적합하다고 생각해 '고향'으로 바꾸자고 했더니 최인호가 흔쾌히 승낙하더라."라고 말했다.
또 편집국장이던 1979년 당시 유혁인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월간 '세대(世代)'지가 경영난에 빠졌다는 말을 듣고 방우영(1928∼2016) 사장에게 보고해 다음해 '월간조선' 창간에 기여했다. 논설주간, 주필을 거쳐 1986년 조선일보 대표이사, 1990년 스포츠조선 초대 사장을 역임했다. 1999년 말 신문사를 떠나 동양위성방송(OSB) 사장을 지냈고, 울산대·세종대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서울언론재단 이사장, 한일문화교류기금·성곡언론문화재단 이사로도 활동했다.
유족은 부인 성기남씨와 사이에 2남1녀로 신용문(아들)·신용임(딸)·신용하(아들)씨와 며느리 이지선·박세경씨, 사위 양호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실, 발인 15일 오전 6시40분, 장지 에덴낙원메모리얼파크.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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