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BC 악몽 잊었다… 김도영 드디어 울타리 밖으로, KIA 야생마 질주 준비 완료

김태우 기자 2024. 1. 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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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락 부상 여파에서 탈출하며 훈련 강도를 높일 준비를 마친 김도영 ⓒKIA타이거즈
▲ 지난해 두 차례 부상에 운 김도영은 개막 대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함평, 김태우 기자] 코치들은 캐치볼도 하지 말라고 했다. 타격 훈련은 당연히 생각도 못했다. 답답했지만 코칭스태프의 우려를 잘 아는 만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재활 동료들이나 신인 선수들이 공을 던지고 공을 칠 때, 그래서 김도영(21‧KIA)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려 두 달 이상 그랬다. 리그가 공인하는 야생마는 그렇게 울타리에 갇혀 있었다.

11일 KIA 2군 시설이 위치한 함평 기아 챌린저스필드에서 만난 김도영은 조금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동료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타격 훈련을 한창 하고 있었지만 김도영에게는 엄격히 금지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 주위에 앉아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직 재활이 다 끝나지 않았고, 조금 더 인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에서 당한 불의의 부상은 김도영의 겨울을 더 춥게 만들었다.

일본과 결승전이었고, 연장 승부치기에 들어갈 정도로 경기는 팽팽하게 흘러갔다. 김도영의 부상은 대회 거의 마지막 이닝에서 나왔다. 연장 10회, 희생번트 사인을 받은 김도영은 볼을 잘 지켜봤다. 그런데 주심이 어이없는 공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면서 카운트 손해를 봤다. 결국 강공으로 전환했으나 땅볼을 쳤다.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1루를 향해 몸을 날린 대가는 처참했다. 왼손 엄지의 측부 인대가 파열됐고, 건열은 골절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재활만 4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가뜩이나 지난해 개막시리즈에서 3루를 밟다 발 부상을 당해 오랜 기간 재활했던 김도영이다. 시즌의 시작과 끝이 부상으로 얼룩졌던 셈이다. 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게 담담한 회고다. 김도영은 “그때는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친 뒤 생각하기만 해도 너무 힘들었다”면서 “가끔 인스타그램을 보니 한 번씩 APBC 경기가 뜨는 데 며칠간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일부러 APBC 영상이 노출이 안 되도록 설정을 다 끄기도 하고 그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창 해야 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시기에 또 4개월이라는 금 같은 시간을 날릴 판이었다. 그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게 쉽지 않았다. 코칭스태프도 김도영의 답답한 심정을 알고 있었지만,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훈련을 제약하는 게 낫다 여겼다. 오른손은 멀쩡하지만 캐치볼도 하지 말라고 했다. 공을 받을 때 왼 엄지에 행여 충격이 있을까봐다. 모두가 그렇게 오랜 시간 인내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터널에서 조금씩 빠져 나오고 있다. 아직은 100% 운동을 할 상황이 안 되지만 그래도 저 끝에 빛이 보인다. 김도영은 “확실히 붙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완전히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26일에 최종 검진을 받을 때 결과가 나올 것 같다”며 엄지손가락을 펴 보이더니 “한 번씩 글러브를 끼고 공을 잡아보곤 하는데 괜찮은 것 같다”고 솔직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대신 매일 함평으로 출퇴근하면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다 했다. 김도영은 지난겨울에 대해 “러닝과 체력 위주로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타격폼을 유지하는 데 있어 체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올해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강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손가락이 완벽히 회복됐다는 진단이 있으면 곧바로 모든 훈련을 소화할 수 있게끔 준비했다. 힘은 넘친다. 출발선에 서 신호만 준비하고 있다.

▲ 김도영은 캔버라 캠프에서 재활 및 기술 훈련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릴 예정이다 ⓒKIA타이거즈
▲ 부상 악령에서 서서히 빠져 나오고 있는 김도영 ⓒKIA타이거즈

김도영은 부상이 선수 경력에 얼마나 심각한 제약이 될 수 있는지 이제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김도영은 “고등학교 때 크게 다친 적이 없다. 그때 다칠 것을 지금 다쳤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애써 위안을 삼으면서 “안 다치려고 의식하고 야구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부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고,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부상 위험이 있는 요소가 있는 행동들은 절대 하지 않으려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팠지만 다행히 김도영은 그렇게 조금씩 더 성숙해지고 있다.

김도영은 2월 1일 시작되는 팀의 캔버라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재활을 좀 하다가 모든 게 준비가 되면 기술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남들보다 준비할 시간도 짧고, 모든 과정을 압축해야 한다. 쉽지 않은 시즌 준비다. 하지만 김도영은 그 인내의 시간 동안 시간표를 수없이 그리고 또 고쳤다. 차라리 실행이 즐겁다. 김도영은 “완벽한 상태로 개막에 들어가지 못할 수는 있다. 그래도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다”면서 “작년보다 나은 올해가 되어야 한다. 매년 마음은 항상 단단히 먹고 시작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놀라운 폭발력처럼, 시즌 준비 과정도 치고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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