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 ‘反中’ 민진당, 12년 연속 집권 새 역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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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제16대 총통에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라이칭더의 승리로 민진당은 1996년 총통 직선제 이후 처음으로 12년 연속 집권에 성공, 정권 재창출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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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당은 12년 연속 정권 유지… 직선제 후 처음
여소야대·중국 압박 강화로 대내외 국면은 ‘험로’
대만 둘러싼 美中 갈등 격화 시 韓도 영향 불가피
대만 제16대 총통에 라이칭더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라이칭더의 승리로 민진당은 ‘8년 주기 정권 교체론’을 깨고 처음으로 12년 연속 집권을 이뤄냈다. 하지만 대만의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민진당이 총통직을 가져오긴 했지만 함께 치러진 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라이칭더가 ‘친미·반중’ 성향을 보이는 만큼 중국은 대만 압박 수위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고, 미국은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라이칭더 총통 후보와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는 558만6019표(40.1%)를 얻어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샤오캉 부총통 후보(467만1021표, 33.5%)를 6.6%포인트 앞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369만466표로 26.5%를 얻어 그 뒤를 이었다. 대만 전국 1만7795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이번 선거에는 만 20세 이상 유권자 1995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아직 공식 발표가 나오진 않았지만 75% 안팎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칭더의 승리로 민진당은 1996년 총통 직선제 이후 처음으로 12년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대만은 민진당과 국민당이 8년씩 번갈아가며 정권을 잡아 왔는데, 이 기록을 깬 것이다. 라이칭더는 승리가 확정된 이날 타이베이시 베이핑둥루 전국경선총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24년 지구촌 첫 대선의 해에 전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첫 번째 선거에서 대만이 민주 진영의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며 “중화민국(대만)은 계속해서 국제 민주주의 동맹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칭더는 차이잉원 총통의 뒤를 이어 오는 5월 20일 총통직에 공식 취임한다.
◇ 투표함 열수록 차이 벌어져… ‘전쟁과 평화’ 양자택일론 효과 없었다
선거 기간 막판까지 라이칭더와 허우유이는 초접전을 벌였지만, 당일 투표함을 열어볼수록 라이칭더가 승기가 짙어졌다. 개표 시작 후 불과 1시간가량 만에 전체 유권자 1955만명의 40%에 달하는 742만표가 집계됐는데, 라이칭더와 2위 허우유이 간 표차는 50만표 정도에 불과했다. 이후 표 차이가 조금씩 벌어져 현재 92만표까지 벌어졌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전쟁과 평화’ 양자택일론이 먹혀들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당과 중국은 ‘반중’ 민진당을 택하면 전쟁, ‘친중’ 국민당을 택하면 평화가 올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BBC는 “라이칭더의 승리는 중국의 압박이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중국 이슈를 대만의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다수의 유권자는 (라이칭더를 선택하는 것이) 전쟁을 위한 투표라는 주장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민당과 민중당의 단일화 합의 무산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만 정치가 보다 균형을 꾀해야 한다는 대만인의 뜻은 분명해 보인다. 이날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도 함께 진행됐는데, 민진당은 제1야당 국민당(52석)보다도 적은 5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민중당이 8석을 확보했다. 라이칭더는 “국민들이 강력한 견제와 균형을 기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이같은 의견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라이칭더가 이번에 기록한 득표율 40.1%에도 견제의 의미가 담겼다. 40.1%로 당선된 것은 지금까지 3개 정당이 참여한 총통 선거 중 2000년 천수이볜 총통(39.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 中, 대만 군사적·경제적 압박 가할 듯… 美中 갈등 격화 시 韓 영향 불가피
여소야대 정국이 시작되면서 대만 내부 정치가 당분간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바깥 정세도 불확실성이 가중될 전망이다. 라이칭더는 차이 총통의 친미·반중 노선을 계승할 것이라고 선거 전 명확히 밝혔다. 이에 당장 중국이 대만 해협에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6년 5월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한 이후 대만과의 공식 관계를 단절하고 위협 수위를 높여왔다. 게다가 총통 선거를 앞두고는 군용기와 군함을 동원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나들며 ‘친중’ 심리를 부추겼다. 대만 전문가들은 라이칭더가 공식 취임하는 5월 전에도 중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중국은 지난해 12월 대만산 화학제품 12개 품목에 대해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따라 적용하던 관세 감면을 중단한다고 밝혔는데, 선거 나흘 전인 지난 9일에는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라이칭더는 중국 의존도를 줄여간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대만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40%를 넘어선 데다 대만인 상당수가 중국과의 무역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보복 범위가 당장은 무역 관세만 거론되고 있지만, 향후 원자재 수출까지 제한한다면 글로벌 공급망이 급격히 경색돼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만이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미국 역시 ‘친미’ 대만 정부를 움직여 대중국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번 총통 선거에서 암묵적으로 라이칭더 측을 지지해 왔다. 대만은 반도체와 같은 첨단 산업의 핵심 허브인 데다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동북아시아 항로 중 하나인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끼고 있다. 미국에게 대만은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최전방이며,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이다. 중국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꼽히는 이유다. 당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선거 직후 전직 고위 관리들로 구성된 초당적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대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중 갈등 국면이 격화할 경우 한국 역시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만 문제에 대해 보다 선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고, 이는 한·중 관계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한국 반도체 등 첨단기술 업계의 투자 역시 계속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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