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배송·초저가로 글로벌 공략 … 中 이커머스 ‘쇼핑 굴기’ [세계는 지금]
중국서 상품 발송 탓 시간 조금 걸려도
고물가 시달리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앱 고객 707만명
올림픽 후원하고 물류센터 건립도 추진
‘중국판 유니클로’ 쉬인, 美등서 큰 인기
외국으로 본사 옮겨 ‘국적 세탁’ 하기도
美, 800弗 미만 무관세 정책 폐지 나서
무료반품·할인 영향 수익 확대 어렵고
열악한 노동 환경·제품 베끼기 논란도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저성장에 무료 배송·무료 반품을 포함한 파격가 정책이 과거 ‘저질’의 대명사였던 ‘메이드 인 차이나’ 부정적 인식을 넘어 미국 등 해외 소비자의 얇은 지갑을 털고 있는 것이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와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를 운영하는 PDD홀딩스의 해외 쇼핑앱 ‘테무’(Temu)는 국내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으로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 순위에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알리익스프레스의 11월 월평균 사용자는 707만명이었고 테무는 354만명이었다.
이들 앱은 초저가 전략과 무료 배송을 무기로 국내 시장에 빠르게 자리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핀둬둬는 중국에서도 저가 전략으로 유명하다. 징둥닷컴 등 여타 현지 전자상거래 업체에 비해 빠른 배송이 되지 않지만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테무 역시 다양한 저가 상품을 갖추고 있으며, 중국에서 출발하는 만큼 배송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고물가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디지털광고협회 등이 참여하는 디지털경제연합은 지난해 12월 “최근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고 우려했다.
중국 업체의 저가 전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별하지 않는다.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리는 패션기업 쉬인(Shein)의 사례가 그렇다. 이 회사는 정작 중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내에서는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인데, 미국 등 해외에서는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쉬인은 2022년에 매출 227억달러(약 30조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스웨덴의 H&M(약 210억달러)를 뛰어넘는 실적이다.
쉬인이 전 세계 수억 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패션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연 저가 정책이다. 최근 몇 년간 스커트를 5달러에, 청바지를 9달러에 파는 등 패션업계 생태계의 교란종이라는 평가마저 나왔다.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중국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본사를 외국으로 옮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쉬인은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중국 난징의 기업 등록을 말소한 데 이어 아일랜드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지사를 설립했다.
쉬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세계 150개 시장 소비자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다국적 기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초대형 IPO를 앞두고 중국 느낌을 지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테무 역시 본사를 미국 보스턴에 설립했고, 모기업인 핀둬둬도 중국에서 아일랜드로 본사를 옮겼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외적으로는 견제가 많고 내적으로는 저가 정책에 수익 확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가장 중국산 직접구매(직구)품에 대한 견제에 적극적이다. 미국 관세법은 현재 800달러(약 105만원) 미만의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중국산 제품뿐 아니라 모든 외국 제품을 대상으로 하지만 테무와 쉬인 등 중국산 제품이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자 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AP통신에 따르면 2016년 기준액을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올린 후 무관세 수입품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2016년 무관세 적용을 받는 해외 직구량은 2억2000만개였지만 2022년 6억8500만개까지 늘었다. 이 중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60%가량으로 전해졌다.
쉬인이 초저가 유지를 위해 위구르족 강제노동과 연관된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면화를 조달하고, 쉬인 협력업체 공장 근로자들은 하루 18시간 이상씩 일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쉬인은 의혹들을 부인하며 지난해 인플루언서를 중국에 초대해 공장과 배송센터를 직접 둘러보고 관련 영상을 찍게 했다. 인플루언서들은 노동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영상을 올렸지만 곧바로 역풍을 맞았고, 결국 영상을 내리거나 사과 영상을 올려야 했다. 신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타사 제품을 베낀다는 논란이 나오면서 쉬인과 경쟁사 사이 소송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들 기업의 낮은 수익성도 장기적으로는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무료 배송, 무료 반품에 다수의 할인 쿠폰까지 제공하면서 수익을 늘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주 고객층의 소비 능력이 탄탄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블룸버그통신은 “테무의 고객이 여성과 젊은층, 저소득층에 편중돼 있다”며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연소득 5만달러(약 6578만원)보다 낮다”고 전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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