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상 배우' 김태리의 연기론 "연기는 기세...뻔뻔하게 해야죠"
"'악귀' 때 '외계+인' 도움 많이 받았죠"
"이안 역, 인간적 모습 보여주려...액션도 재밌어요"
"최동훈 감독과 작업, 너무 행복...꼭 다시 만나고파"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연기는 기세라고 생각해요. 정답이 없으니 뻔뻔하게 하는 거죠. 내 것을 정답으로 만들어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지난해 SBS 드라마 '악귀'로 연기대상을 수상하고, 올해 영화 '외계+인' 2부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김태리.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가 밝힌 연기론이다.
악귀와 외계인. 두 편의 판타지 설정 속에서 김태리의 얼굴은 변화무쌍했다. 그가 언급한 대로 '김태리만의 표정'이 호기롭게 담겼다. 서로 다른 사람이 된 듯, 서늘하다가도 애절하다. 알고 보니 '악귀'에서의 특유의 표정 변화 연기는 '외계+인'의 영향을 받았다고.
"('외계+인') 촬영할 때 이 시점에서 표현할 것이 어디까지인가 고민이 많았어요. 배우는 이야기를 끝까지 알고 있으니 자연스레 뒷부분까지 섞은 나를 연기하게 되거든요. 근데 (최동훈) 감독님은 그걸 빼려고 하셨죠. 관객을 따라가야 한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악귀' 때 '외계+인'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외계+인'에서 김태리는 이안 역을 맡았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하게 된 인물이다. 그때 이안의 나이 고작 10살. 이후 10년간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홀로 견뎌낸다.
김태리는 그런 이안을 '청춘'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그런 청춘의 모습을 관객에게 공감시키기 위해서 중요했던 건 이안의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사춘기라고 할 수 있는 시절에 '나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어', '나만 아는 사실이 있어'라는 마음으로 어떤 일을 해내게 되죠. 그게 청춘의 한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요."
"발달된 신체 능력과 높은 지적 수준을 가졌으니 비인간적인 모습도 있죠. 그러나 이안 안에 있는 다정함, 선함, 혹은 허술함 같은 것들을 찾으려 했어요. 후반부에는 무륵(류준열)을 만났을 때의 감정에 중점을 뒀고요. 가물가물해졌지만 끊어지지 않은 끈이 이어졌을 때의 애틋함이 굉장한 강도였을 것 같았어요. 그걸 표현하면 그간의 외로움도 드러날 것 같았죠."
1부에서와 달리 2부에서는 김태리의 다양한 액션 연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제대로 액션신을 소화한 건 이번이 사실상 처음. 그렇기에 김태리 역시 적극적으로 준비했다.
"전 몸 쓰는 걸 좋아해요. 무술감독님이 합을 구성해 오시면 더 화려한 걸 달라고 하기도 했죠. 그러나 항상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어요. 이안의 모습은 간결하고 정직한 동작들이어야 했기 때문이죠. 제가 원하는 화려함은 없어서 좀 아쉽긴 했어요.(웃음)"
"몸을 쓰면서 감정을 보여주는 과정 자체가 재밌어요. 그것 자체로 하나의 창작이잖아요. 제가 액션이 전문은 아니니 부담은 있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 순간 인물이 하는 생각이 뭘까. 상황에 집중하려 했고요."
'외계+인'은 하나의 이야기가 1부와 2부로 나뉘어 개봉하게 됐다. 지난 2022년 개봉한 1부는 혹평 속에 153만 명의 관객만을 동원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이후 최동훈 감독은 물론, 배우들도 2부를 제대로 선보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이미 촬영은 모두 종료된 상태.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건 재편집에 공을 들일 감독을 응원하며 힘을 실어주는 것뿐이었다. 김태리 역시 2부 초반부 내레이션을 비롯해 수정된 대사 등을 녹음해 보내는 등 최 감독을 물심양면 도왔다.
"1부 끝나고 다들 아쉬움 같은 건 있었지만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그래서 2부를 어떻게?'라는 것에 더 치중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으니까, 감독님을 응원했죠. 촬영 중에도 조용한 곳 찾아서 녹음해서 보내고, 새벽에 보내기도 하고. 집에 있는 고양이 소리 때문에 다시 하기도 했고요."
최동훈 감독은 1년간 150번의 전체 편집을 가져가며 50개 이상 버전을 만들어 보며 2부 준비에 온 힘을 기울였다고 한다. 김태리는 그런 최 감독의 집요함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감독이 자기 작품의 배우를 사랑하는 게 당연해 보이면서도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사랑 받는 배우 입장에서 큰 힘이 된다는 걸 느꼈죠. 감독님과 작업이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어요.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사진=배우 김태리, CJ ENM 제공, SBS '악귀', 영화 '외계+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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