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비공식 접촉·동맹과 온도차”…미 후티폭격 막전막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교역로인 홍해의 안보를 위협해 온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을 겨냥한 미국과 영국의 폭격은 모든 외교적 노력이 실패한 데 따른 고육지책이었다는 후문입니다.
후티 반군을 지원해 온 이란에 비공식 채널로 긴장 완화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나 무기 공급이 중단되지 않자 결국 폭격을 감행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새해 벽두인 이달 1일 휴가지였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세인트크루아 섬에서 안보팀을 소집해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해당 회의는 작년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들에 대한 공격에 박차를 가하던 후티 반군이 급기야 구조요청을 받고 출동한 미군 헬기에도 총격을 가한 바로 다음날 열렸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가중하는 동시에 홍해 안보 보장을 위한 다국적 함대 구성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동맹국들과 협력해 잠재적 타격 목표물의 명단을 작성하라는 지시 역시 내렸다고 합니다.
이후 미국과 영국 사이에선 특수부대 투입과 폭격 등 다양한 군사옵션을 놓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은 처음부터 강력한 행동을 주장한 반면 영국과 유럽, 중동 동맹국들은 과도한 대응은 서방이 이란과의 직접적 분쟁에 말려들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올해 대선과 총선을 앞둔 미국과 영국 당국자들은 확전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고려했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경우 물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국내총생산(GDP)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다른 13개국과 후티 반군의 적대행위 지속이 부를 '결과'를 경고하는 공동성명을 내는 등 직접적인 군사력 투사 없이 홍해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비공식 경로로 이란 측에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을 멈추라는 메시지도 보냈지만 이란 정부는 후티 반군을 제어할 능력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고, 영국 정보기관은 후티 반군이 이란에게서 오히려 무기를 추가로 제공받은 정황을 파악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이 외교적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된 계기는 지난 9일 있었던 후티 반군의 대규모 공격이었습니다.
후티 반군은 수십척의 상선이 있던 홍해 남부 해역으로 자폭 무인기(드론) 18기와 대함 미사일 3발을 쏘아올렸고, 백악관 국가안보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그때까지 정리한 군사적 선택지들을 보고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선택지를 골랐다고 한 고위 당국자는 말했습니다.
영국 정부도 이날 공격에서 자국 군함이 후티 반군의 목표물이 된 것을 보고 신중론에서 돌아서 미국의 후티반군 폭격 계획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결국 12일 후티 반군의 레이더 시설과 무기고, 미사일 발사대, 드론 기지 등 무려 70개 목표물을 겨냥한 폭격이 감행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진행 상황을 확인했고, 영국에서는 외국을 방문 중이던 리시 수낵 총리를 대리하던 올리버 다우든 부총리가 상황을 지켜봤다고 합니다.
8시간 동안 진행된 폭격이 끝난 뒤에도 이란과 연결된 비공식 채널을 통해선 긴장완화를 원하는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후티 반군이 장악 중인 예멘의 수도 사나에선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고 후티 지도자들은 보복이 임박했다고 경고했습니다.
약 24시간 뒤 미국이 후티 반군의 레이더 시설에 대한 추가 폭격을 진행한 건 "보복이 없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은 후티 반군의 역량을 약화하기 위해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진단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란과의 전면전으로 확전할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나는 이미 이란에 메시지를 보냈다"며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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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빈 기자 (chef@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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