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량',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로운 8가지 사실

금준경 기자 2024. 1. 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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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정 앞둔 이순신 장군 대사, 난중일기와 동일… 왜 준사 배우는 그대로일까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영화 '노량'이 개봉하면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이 막을 내렸다. 영화와 관련한 실제 사실과 영화 속 연출의 의도 등 영화를 예습 복습하기 좋은 내용을 모았다.

*드라마 줄거리와 관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예고편 대사와 실제 난중일기 표현

예고편에선 출정하는 이순신 장군이 마음 속으로 “부디 적들을 남김 없이 무찌르게 해주소서. 이 원수를 갚을수만 있다면 한몸 죽는다 한들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투를 앞두고 비장한 모습을 드러내는 대목인데 실제 난중일기에 등장하는 표현과 같다. 난중일기에는 “이 원수를 갚을 수만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표현이 나온다.

▲ 영화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도 유사한 대사가 있다. '불멸의 이순신'에선 출정하는 이순신 장군이 “천지신명이시여, 적을 무찌른다면, 저 노을을 따라 오늘 죽는다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라고 한다.

환영으로 등장하는 이들은 누구?

클라이막스 무렵에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전우들의 환영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정운, 어영담, 그리고 이억기가 등장한다. 이억기는 영화 '한산'에서 비중이 크지 않다 보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억기 장군은 이순신 장군의 부하가 아닌 동급의 사령관이었다. 한산해전 당시 이억기 장군은 전라우수사, 이순신 장군은 전라좌수사, 원균 장군은 경상우수사였다. 실제 이억기 장군은 동급인 이순신 장군을 믿고 따른다. 칠천량 해전에서 전사한다. 영화에선 이억기 장군의 배를 고쳐 이순신 장군이 대장선으로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허구다.

이순신 장군과 진린 등자룡과의 관계

영화에선 갈등이 더 부각됐지만 실제론 명나라 수군의 진린 도독이 이순신 장군을 크게 신뢰한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 따르면 영화와 마찬가지로 진린 도독은 이순신 장군에게 존칭인 '노야'(老爺)라는 표현을 썼다. '충무공 이순신 신도비'에는 전쟁이 끝난 후 진린 도독이 선조에게 이순신 장군은 큰 공로가 있다고 밝혔다는 내용이 있고 '선조수정실록'에는 진린 도독이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듣고는 놀라 의자에서 떨어져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는 내용이 있다.

▲ 영화 '노량' 속 진린 도독과 등자룡 부도독

등자룡 부도독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영화에선 이순신 장군이 등자룡 부도독에게 조선의 배인 판옥선을 선물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론 진린과 등자룡 모두에게 판옥선을 선물했다. 등자룡 부도독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노량해전에서 전사한다. 기록에 따르면 아군의 오발로 시작된 혼란 속에서 일본군이 배에 올라타 전투 끝에 죽음을 맞이했다.

북소리의 의미

영화 막바지엔 북소리가 이어진다. 김한민 감독은 팟캐스트 '매불쇼'에 출연해 “북소리는 이순신 장군님의 의지, 이 전쟁을 끝까지 하겠다는 의지, 결의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첫 장면을 북소리로 시작하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을 보여준다. 북소리와 적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처음과 끝에 반복되는 것이다.

바뀐 배우와 바뀌지 않은 배우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은 독특하게도 주연인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배우들이 작품마다 다르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에서는 용장(용맹한 장수), 한산해전에서는 지장(지혜로운 장수), 노량에서는 현장(현명한 장수)으로 그리고 싶었고 이에 걸맞은 배우를 섭외했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 영화' 노량' 속 준사

조연 배우들은 전작과 같은 경우도 있고 다른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 김한민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주연배우에 맞게끔 조연배우를 배치한다”면서도 “'한산'에서 꼭 이어졌으면 하는 배역이 준사였다”고 했다. 준사는 투항한 일본 장수이다. 영화 '한산'에선 각성하고 '노량'에서 활약한다. 김한민 감독은 그가 적의 입장에서 시작해 어떤 명분을 갖고 아군으로 변화하고 어떻게 활약하고 퇴장하는지 연속성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같은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자막을 쓴 이유

김한민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명량' 개봉 때 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전투씬에서 음악 등 여러 소리가 뒤섞이는 상황에서 대사를 잘 들리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한산'에선 전투씬에 한해 자막을 넣었다. 이후 반응이 좋아서 '노량'에선 자막이 계속 나온다.

일간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노량' 영화 속 자막은 이순신 장군의 고향인 충남 아산에서 2015년 만든 '이순신체'였다. '이순신체'는 난중일기의 한문 서체를 토대로 현대적 감각을 접목해 만들었다. 이 폰트는 무료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감독의 차기작도 임진왜란 소재

김한민 감독은 차기작 역시 임진왜란을 다룬다고 밝혔다. 이순신 3부작이 '전쟁 액션물'이라면 차기작은 임진왜란 기간 동안 벌어진 강화협상을 소재로 한다. 김한민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드라마 8부작 정도”라며 “7년 전쟁(임진왜란)을 들여다보니 너무 입체적이고 재밌는 인물도 많고 임진왜란 중 5년 간은 거의 강화협상이었는데 내용도 흥미로웠다”며 차기작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임진왜란 이후 시마즈의 행보

시마즈 요시히로는 일본으로 돌아간 후 일본 역사상 최대 내전으로 불리는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군'에 맞선 '서군'으로 참전한다. 시마즈 요시히로 부대는 전투에 적극 참여하지 않고 도중 이탈했고 영지를 보존한다.

▲ 영화 '노량' 속 시마즈 요시히로

그가 속한 사쓰마번은 초슈번과 함께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리고 메이지 유신을 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정한론을 꺼내든 것도 사쓰마번 인사들이다. 결국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된다. 김한민 감독은 매불쇼에서 시마즈 요시히로에 대해 설명하며 이 같은 역사적 흐름을 강조했다. 영화에서 시마즈 요시히로 캐릭터는 향후 사쓰마번의 행보까지 고려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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