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서울의 봄' '노량' 속 이야기, 어디까지 사실일까?
■ 방송 : 뉴스룸 / 진행 : 강지영
[앵커]
영화 <서울의 봄> <노량>과 같은 역사물들이 인기를 끌면서 작품 속 실제 역사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역사 이야기는 없는지 최태성 선생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최태성/역사 강사 : 안녕하세요. 한국사 길잡이, 역사 커뮤니케이터, 큰별쌤 최태성입니다.]
[앵커]
큰별쌤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태성/역사 강사 :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앵커]
네, 반갑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과 <노량>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최태성/역사 강사 : 정말 웰메이드. 너무 잘 만든 그런 영화다라는 생각이 드는데 특히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서울의 봄> 맨 마지막 장면의 그 전두광이죠. 그때 그 화장실 뒷간이죠. 뒷간. 거기서 '으아' 정말 그 승리자의 어떤 기쁨. 이런 것들을 마음껏 발산하는 그런 모습 그 장면이 참 기억이 나는데 저기서 저렇게 승리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전두광이 나중에 감옥에 가는 사실을 알게 될는지. 그리고 사형을 언도받은 사실을 알게 될는지. 그리고 죽어서도 자신의 무덤에 온전히 묻히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될는지. 이런 것들까지 좀 이렇게 같이 조망이 되니까 굉장히 어떤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번 좀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장면이 아니었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그렇다면 <노량>의 기억나는 장면은 뭐였을까요?
[최태성/역사 강사 :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뭐 사실 <노량>에서의 가장 하이라이트 장면이기 때문에 이미 알면서도 과연 저 부분을 어떤 모습으로 표현했는지 그에 대한 궁금증으로 바라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맞아요. 그게 어떻게 구현이 됐을까 굉장히 궁금했던. 이 장면은 완벽히 창작 부분인데 시청자분들이 관객분들이 오해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부분도 있을까요?
[최태성/역사 강사 : 있죠. 우선 <노량>에서는 거북선이 등장을 합니다. 근데 실제로 노량에서 거북선은 등장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순신 장군이 싸우는데 거북선이 빠지면 마치 그 앙꼬 빠진 찐빵처럼 뭐가 이상하단 말이죠. 그래서 아마 감독께서는 거북선 신을 집어넣은 것 같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거북선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봄>에서는요, 역시 이것도 극적인 장면이었죠. 바로 그 경복궁 진압군과 반란군의 대치 장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극적인 장면이었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그런 부분이 되겠습니다.]
[앵커]
그럼 원래 그 바리케이드 넘어가서 서로 대면하고 뭐 이런 게 없었던 거네요.
[최태성/역사 강사 : 다 상상이죠. 다 허구죠. 반란군이 진도를 나가는 게 너무 빨랐기 때문에 진압군이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없었어요. 근데 영화에서는 그런 극적인 어떤 대치 장면이 있어야 되기 때문에 그 모습들을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앵커]
그랬군요. 그러면 <서울의 봄>에서도 이 장면이 나오잖아요. 극중 대통령이 서명을 하면서 사후재가라고 분명히 다시 한 번 적습니다. 이건 사실입니까?
[최태성/역사 강사 : 그때 그 사후재가라고 하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불법적인 요소가 있으며 이것이 중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법적 근거가 돼요. 그래서 그 사후재가라고 하는 부분들을 아마 감독이 정성껏 넣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명백한 사실입니다.]
[앵커]
영화 <노량>을 보신 분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사실은 왜군들을 끝까지 쫓아가서까지 저렇게 적들을 다 무찔러야만 했던 이순신 장군님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위해서 저렇게 끝까지 가셨을까.
[최태성/역사 강사 : 그때 이 노량해전을 나갈 때 이순신 행장 기록에 보면 이순신이 그 달밤에 기도를 올립니다. 어떤 기도를 올리냐면 '내가 이 적들을 없애기만 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이렇게 그냥 돌려보냈을 때 이들은 우리를 우습게 여긴다는 이야기죠.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심각한 섬멸적 타격을 줘야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못 붙일 것이다라는 판단 속에서 바로 노량을 준비했던 겁니다.]
[앵커]
현재 상황을 두고 봤을 때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으나 먼 미래를 봤을 때는 또 쳐들어오거나 우리를 얕잡아 볼 수 있으니 그것까지 내다보신 거네요.
[최태성/역사 강사 : 맞습니다. 실제로 이 노량해전 이후에 일본은 200년 이상 이 조선을 침략하지 않죠. 이런 것들이 바로 그 노량을 준비했던 이순신 장군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저희가 <서울의 봄>과 <노량>을 지금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두 영화에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이 부분은 사실 굉장히 중요했는데 이거 한번 짚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던 게 있으실까요?
[최태성/역사 강사 : 저는 그걸 보면서 이게 영화와 드라마는 어쩔 수 없이 몇 사람을 중심으로 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잖아요. <서울의 봄>에서 12.12 쿠데타를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뭐냐 하면 전방에 있는 부대를 빼온 거예요. 그 명령에 의해서 명령을 받고 동원되었던 일반 사병들 또는 일반 장교들은 그때 과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이거 뭐 아무리 봐도 이거는 역모고 쿠데타인데 여기에 내가 지금 명령에 의해서 동원돼야 되는 어떤 그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노량>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전투 모습들을 수행해 나갔던 판옥선 밑에서 노를 젓고 있었던 일반 수군들의 그 모습들. 그들의 모습은 또 어땠을지, 즉 몇몇의 어떤 그 역사가 아니라 그 몇몇의 역사와 함께했던 그 많은 일반 다수의 모습들도 좀 많이 부각되었으면 좋겠다. 어찌 보면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죠.]
[앵커]
전국 대학 교수들이 2023년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견리망의를 꼽았습니다.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 이런 뜻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이런 사회 상황 속에서 이 두 영화가 갖는 흥행의 힘이 분명히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최태성/역사 강사 : 맞습니다. 특히 <서울의 봄>과 <노량>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또 뉴스를 통해서 보고 있는 정치인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유리하냐 불리하냐의 문제로 많은 사람들이 옮겨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 <서울의 봄>과 <노량>은 바로 옳으냐 그르냐를 고민했던 사람들의 모습과 유리하냐 불리하냐의 모습을 고민했던 사람들의 모습들을 극명하게 대비하면서 역사가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그 울림, 묵직한 울림이 있었기 때문에 흥행했다라고 저는 판단을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이 두 영화를 보고 관객들께서 대중분들께서 어떤 걸 좀 기억했으면 좋았을까.
[최태성/역사 강사 : 정의는 승리한다. 결국 사법적 판단 속에서의 공소시효의 어떤 없음. 이것 때문에 벌을 줄 수 없다 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의 심판은 끝나지 않거든요. 역사의 심판은 공소시효가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좀 답답하고 억울하고 분노가 있다 할지라도 역사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좀 믿음을 가지신다면 역사는 반드시 정의롭지 않은 것은 정의롭지 않다라고 판단을 내릴 테니까 너무 걱정 마시고요. 그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역사적 심판은 끝나지 않는다.
[최태성/역사 강사 :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앵커]
멋있는 말이네요. 참 문화적으로 많은 의미를 갖고 또 큰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최태성 선생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최태성/역사 강사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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