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합의 촬영”…“휴대전화 보이는데 뒀다고 동의냐”

황의조, 경찰 2차 출석조사서 불법촬영 부인…피해자 쪽 “동의한 적 없어”

황의조 축구선수. 연합뉴스

성관계 영상을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로 입건된 축구선수 황의조(32·노리치시티)씨가 2차 경찰 조사에서도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피해자 쪽은 “‘휴대전화가 보이는데 있었으니 피해자가 알았다’는 것은 동의와 같은 말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불법 촬영의 ‘암묵적 동의’에 대한 인정 여부가 수사 쟁점이 될 전망이다.

13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전날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황씨를 불러 10시간가량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황씨가 지난해 11월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돼 첫 조사를 받은 지 두 달 만이다. 경찰 관계자는 “황씨의 진술이 기존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며 “황씨의 진술과 제출한 관련 증거자료 등을 분석해 추가 소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피해 여성이 촬영 사실을 알고 있었고,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 촬영이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거듭 강조하고 메신저 등에서 친밀한 대화를 나눈 내용을 자료 제출했다고 한다.

피해자 쪽은 “동의 하지 않은 촬영”이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황씨 쪽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황씨가 (지난해) 11월 첫 경찰 조사에서 했다는 주장은 사전에 동의를 매번 구했다는 것이었는데, 이후 황씨는 변호인을 통해 반복적으로 입장문을 내면서 ‘휴대전화가 보이는데 있었으니 피해자가 알았다’라는 관심법 같은 주장을 펼쳐왔다”며 “동의를 구했다는 것인가, 동의를 구하지 않았지만 알았을 것이란 말인가. 아니면 주장을 번복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휴대전화를 눈에 보이는 곳에 두면 촬영임을 직감하고 대처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과거 영상 중 피해자가 촬영한 영상도 있었다는 황씨 쪽 주장에 대해서도 피해자 쪽은 “황씨가 피해자 휴대전화를 일방적으로 사용해 촬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황씨는 수년 전 피해자와 교제 당시 성관계 도중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일방적으로 사용해 촬영한 적이 있었다. 피해자가 몹시 당황해 그 직후 재생조차 하지 못하고 삭제했다”고 밝혔다. 황씨 쪽이 증거로 냈다고 알려진 ‘친밀한 대화’를 나눈 내용 역시 촬영에 대한 동의를 가리키는 대화가 아니라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도 황씨와 피해자 쪽은 촬영에 대한 ‘동의’ 및 ‘인지’ 여부를 두고 다툴 전망이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선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을 동의로 받아들이는 ‘암묵적 동의’를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경우도 있지만, 일부 영상물 촬영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나머지 촬영물도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고 무죄 선고한 판례도 있다.

황씨는 지난해 6월 황씨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황씨와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및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네티즌을 협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불법 촬영 정황을 포착해 황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동영상 등을 올리고 황씨를 협박한 인물은 황씨 형수로 파악됐으며,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황씨 형수는 재판에서도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며 범행 일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