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경제 위기는 없다? [이미선의 영화로 경제 읽기]

이미선 2024. 1. 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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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에 적힌 문구다.

이 영화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를 배경으로 제작됐다.

국가 부도까지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작은 공장의 사장 갑수(허준호)는 '경제 위기는 없다'는 정부의 발표를 철석 같이 믿고 대형 백화점과의 어음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지만, 백화점의 부도로 인해 결국 파산 직전에 이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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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 경제 위기는 없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에 적힌 문구다. 이 영화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를 배경으로 제작됐다.

국가 부도까지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작은 공장의 사장 갑수(허준호)는 '경제 위기는 없다'는 정부의 발표를 철석 같이 믿고 대형 백화점과의 어음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지만, 백화점의 부도로 인해 결국 파산 직전에 이르게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 사태는 외환위기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워크아웃은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한 법원의 개입 없이 금융 채권자 중심의 신속한 지원이 목적이다.

1997년 우리나라 경제위기는 최고의 경제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벌어졌다. 부동산 호황기에 1조원 이상 벌어들였던 태영건설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워크아웃에 들어가게됐다.

시공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이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된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해당 채무를 비롯해 총 9조5044억원의 보증채무가 있다고 채권단에 밝혔다. 이 중 우발채무에 해당하는 유위험 보증은 2조5259억원이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지만, 자구안을 두고 채권단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애초 태영그룹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원 투입,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가운데 일부(890억원)를 납부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며 워크아웃 무산 가능성을 거론해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결국 태영그룹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잔액인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투입했고, 계열사 자금조달 등 추가 자구안을 발표하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특히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이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담보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 자구안에 포함한 것이 채권단의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냈다.

이후 산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지난 11일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투표(서면결의)를 통해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했다

시장에서는 사태가 일단락 된 만큼 태영건설 발 부동산PF 불안이 시장 전체로까지 번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태영건설 사태로 시장 전체가 흔들리면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도구가 있다"며 "정도에 따라 대포를 쓸 수도, 소총으로 막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소총도 쓸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 역시 최근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부동산 PF 관련한 리스크가 증대됐다'고 언급한 만큼 상황을 계속해서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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