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투표’ 마친 대만은 지금...MZ세대 표심이 가른다[2024 대만 총통선거]
대만 총통선거 투표 마치고 개표방송
누가 당선될 지 불분명한 초유의 상황
대만 MZ세대 표심이 당선자 가를듯
중국 언론은 일체 관련보도 하지 않아
13일 오후 4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5시) 대만 총통선거 투표가 끝났다. 어느 때보다 결과가 안갯속인 가운데 누가 당선되든 동아시아 국제관계에서 미중관계와 역내관계에는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할 것이다. 때문에 중국과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이번 선거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매경 명예기자인 김진호 단국대 교수(현 대만중앙연구원 방문교수)가 대만 현지에서 생생한 투표일 현장 소식과 세대별 민심, 표심이 쏠리게 된 배경 등을 정리했다.
선거 결과는 젊은층과 중장년층의 투표율에 달려 있다. 이에 따른 민진당의 수성(守城)과 민중당의 약진(躍進) 그리고 국민당의 공성(攻城)이 관전포인트다.
청년층은 민중당과 민진당, 중년층은 민진당과 국민당 그리고 노년층은 다수 국민당과 정체성에 따른 민진당이 있다는 것을 보면, 총통 선거는 모든 유권자층에서 골고루 지지를 받는 정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번 선거의 캐스팅 보트로 부상한 대만 MZ세대가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이들은 기존 국민당 교육과는 다른 민진당 주도의 토착화 교육을 받았고 변화한 국민당 정책으로 기성세대와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현재 대만 사회에서 이들의 직업 환경과 주거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대만 MZ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타이완과 생활환경 그리고 미래 타이완에 더욱 관심이 많다. 무엇보다 ‘중화민국’이나 ‘타이완 독립’ 같은 큰 이야기보다는 아름다운 대만의 안정과 평화적 발전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양안관계과 미중관계를 포함한 국내외 정치와 환경을 두루 비교하며 이해한다. 폭력을 극적으로 싫어하고 이전 홍콩 민주화 운동과 중국의 범죄자 인도법에 대해 부정적이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성향은 차이잉원 전 총통 연임에 도움이 됐다.
초기 국민당과 같이 중국에서 들어온 사람들과 국민당에 동화돼 살았던 대만인들은 정당일체감으로 국민당을 지지한다. 대만의 재야세력으로 집권당이 되었던 대만 남부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등에서는 민진당을 ‘대만 정서’에 근거해 지지했다.
그런데 이제 대만 MZ 세대는 대만의 변화를 원하는 새로운 동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경제정책도 물론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홍콩 사태에서 목격한 중국 정부의 강압적 정치는 공포로 각인되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들이 대만의 안보를 중시하는 것은 맞지만 이들의 반중이 미국을 좋아해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읽고 있는 총통 후보가 커원저 민중당 대표다. 중국과 교류하는 영역에 있는 기성세대(40~50대)는 대만의 발전과정에서 가정을 이루고 어느 정도 부도 이루었다. 이들의 MZ세대의 부모 격으로 중국에 극적으로 부정적이지는 않다. 4050들은 경제적 현실이 중요하기에 이념적 정치색보다는 실용적 양안관계에 관심이 크다.
그러나 중국에 거주하는 모든 대만인이 국민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혹은 겉으로 양안관계를 중시한다고 하면서 투표는 민진당이나 민중당에 할 가능성도 있다. 대만 선거는 과거 혈연과 지연, 교육과 사회 환경에 의해 형성된 정체성으로 나뉘던 국민당과 민진당 진영 간 분류에서 이제는 커원저의 민중당이라는 젊은이들의 큰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민중당이 민진당의 2중대라고 선동에 넘어가지 말라”고 하고, 대만 정체성을 강조하는 민진당은 대만인의 민주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들 젊은 세대는 자신들이 성장하며 체험한 국내환경과 양안관계를 기초로 타이완과 주변관계를 보고 있다. 이들에게도 중국의 강압은 반중정서로 작용하며 과도한 대만 독립주장은 대만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평화와 그들에 혜택이 돌아가는 경제정책, 평화로운 사회환경에 가장 관심이 크다.
정치대학 앞에서 3대째 찻집을 운영하는 주인은 현재 젊은이들의 커원저 민중당에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서민들의 식사 장소인 닝샤 야시장에서 식사하던 젊은 연인은 여자친구는 남부 출신이라 민진당을 지지하지만 자신은 민중당을 지지한다고 했다. 난강(남강)과학단지에서 타이베이로 오는 지하철 안의 젊은이들은 커원저를 지지한다고 민중당 선거 깃발을 내보였다.
한국에서 근무한 적 있다는 퇴역군인은 “대만의 안보를 위해 미중관계도 중요하지만 완전하게 미국만 믿을 수 없기에 중국과 관계도 중요하다”는 국민당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남부 원주민 마을에서 만난 원주민들은 “원주민들의 권익을 더 높여야 한다”면서 과거 국민당만 지지했다면 이제는 국민당과 민진당의 지지비율이 반반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대만에서 국민당 교육을 받고 성장한 중장년 엘리트 교수나 연구원들은 자신의 경험에 따라 국민당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만 사회의 문제와 대만의 국제화를 고려하는 사람들은 민진당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시민 모두가 대만 선거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대만 사회에서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대만 사람들이 TSMC의 혜택은 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그저 수입에 맞춰 살아갈 뿐이다.
이들이 대만의 지루한 선거에 지친 유권자들이다. 이들도 중간지대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정책보다는 자신 지역, 학연 혹은 매스컴으로 접한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에 투표할 것으로 보여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 단, 젊은 층 표가 민중당으로 쏠림 현상을 보이면 민진당의 득표수를 줄일 수 있다.
경제를 다루는 공상시보와 경제일보는 정치적 색채보다는 선거 결과가 국가와 민생 경제 그리고 주식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만의 언론은 공개적으로 지지정당이 드러나는 기사를 쓰며 방송도 비슷하다. 총통을 포함한 공직자도 휴가 형식으로 정치활동을 한다. 집권당에게 유리한 구도다.
대만은 과거 국민당 일당 통치구도가 깨진 뒤 ‘민진당-국민당 대립 구도’를 유지해 왔는데, 젊은층의 민중당 지지는 바로 대만인들이 흑백논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기대를 민중당에서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결과도 관전포인트다. 입법위원은 정당 지지도에 따라 3당이 모두 어느 정도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다면 민중당의 입법위원 수가 늘어 앞으로 입법원에서 ‘3당 정립’의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총통이 되던 앞으로 입법원(국회)가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층의 표심은 과거 ‘태양화 운동’에 이어 다시 젊은 세대의 사회와 정치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으로 나올 수 있다. 이것이 정치세력으로 자리를 잡으면 정치지형에서 세대 간 차이가 나타나며 대만 정치의 새로운 변화로 이뤄질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커원저가 생각하는 정치는 남들이 평가하는 ‘중간지대’가 아닌 ‘시대과 같이 가는 젊은 정치’의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관계는 어떻게 될까. 민진당이 집권당이 된다면 민중당과의 협력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당이 될 경우 국민당이 입법원을 설득하여 친중 성향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민중당의 의석수가 증가하는 만큼 민중당의 반중, 친미 성향의 외교도 민진당의 기울어진 대외정책을 견재하는 역할이 될 것이다. 민중당은 젊은이들을 위한 경제와 복지 정책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
대만=김진호 매경 명예기자(단국대 교수, 현 대만중앙연구원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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