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6만명에 자신의 핸폰 번호 공개한 아디다스 CEO...한국시장선 돌파구 찾을까

김기정 전문기자(kim.kijung@mk.co.kr) 2024. 1. 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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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비에른 굴덴 아디다스 CEO 조명
위기의 회사, 1년만에 수익성 전환
아시아 본부정리, 한국 지사 체재로
지난해 말 손흥민과 20년 후원계약도
비에른 굴덴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전반전이 끝났는데 4골 차로 지고 있는 독일 스포츠팀 같았어요.”

전직 축구선수였던 비에른 굴덴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는 2022년 말 아디다스를 맡았을 때의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에른 굴덴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디다스의 변화를 보도했다.

비에른 굴덴이 CEO로 취임할 당시 아디다스 직원들의 사기는 크게 하락한 상태였다. 래퍼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와 아디다스 이지(Yeezy)의 콜라보레이션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회사와 경영진의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불평했다.

굴덴 CEO는 직원들과의 첫 미팅에서 재무정보 등 민감한 데이타를 공개한다. 심지어 자신의 휴대폰 번호도 6만명의 직원에게 공개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차라리 칸막이가 없는 게 리더에게 더 나을 것 같았어요.”

그는 한동안 매주 200번 정도를 직원들과 소통했다. 그리고 개혁을 원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2022년 4분기 당시 아디다스는 7억2400만유로(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고 있었다.

“우리가 지는 중이란 것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을 일깨우는 게 과제였습니다.”

1990년대 아디다스에서 일했던 그는 경쟁회사인 푸마의 대표로 일하다 다시 아디다스로 복귀했다.

“우리 산업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요. 문제는 조직문화에 있었는데 그건 바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는 문화’였어요.”

실수를 저지를까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숨는 문화’였다. 그는 외쳤다.

“그냥 해 (Just do it). 규칙을 좀 어겨!”

그가 아디다스를 맡은 지 1년 만에 수익성은 다시 궤도를 찾았고 주가는 거의 두배로 올랐다. 이는 경쟁사인 나이키를 앞지르는 것이었다.

외부 컨설턴트의 입김도 멀리했다. 그는 컨설턴트들이 스포츠 용품 산업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 같은 결정을 했다고 판단했다. 아디다스는 포기했던 크리켓, 럭비 같은 스포츠를 다시 품었다. 인도 크리켓 대표팀을 후원한 아디다스는 2023년 크리켓 월드컵을 통해 3개월 동안 인도에서 셔츠 60만 장을 판매했다. 컨설턴트 보고서엔 있지도 않은 내용이었다.

부서장이 직접 CEO에 보고하도록 해 신제품에 대한 신속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변화는 굴덴 CEO가 디테일 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 직장인 푸마의 동료들은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마도 그는 신발 끈의 가격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는 또 핵심성과지표(KPI)라 불리는 평가시스템을 버렸다. 무의미한 체크를 하느라 경영진이 질식상태에 내몰리고 있다고 봤다. 과거 아디다스는 비용절감차원에서 직원의 출장을 줄였다. 굴덴 CEO는 출장을 장려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전화로 하지 말고 직접 찾아가세요. 베트남에 가서 신발이 완성될 때 까지 아예 베트남에서 있으세요.“

물론 그의 경영스타일을 모두가 좋아한 것은 아니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도 생겼다. WSJ는 굴덴 CEO의 등장으로 아디다스의 사업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다고 평가했다.

아디다스는 2022년 후반 ‘클래식’ 신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걸 알았다. 하지만 특유의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문화때문에 2024년까지 생산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굴덴 CEO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왜 기다려야 하죠?”라고 물었다.

이날 WSJ의 보도가 눈길을 끈 이유는 한국시장서도 아디다스가 ‘고전 중’이기 때문이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말 한국 축구의 간판 손흥민(토트넘)과 후원 계약을 5년 연장해 20년간 장기 파트너십을 맺었다. 하지만 한국시장서 아디다스는 경쟁자 나이키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굴덴 CEO의 취임과 함께 한국시장서 아디다스의 변화도 포착되고 있다. 먼저 조직에 변화가 있었다.이달 초 아디다스는 아시아지역 본부를 정리하고 국가별 지사체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한국시장서 아디다스가 돌파구를 찾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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