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신고 합니다!” 제주 적응 마친 반달가슴곰 4남매

민소영 2024. 1. 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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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제주자연생태공원 내 곰 방사장.

제주자연생태공원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4남매가 이사 온 건 지난달 15일.

제주로 이주한 반달가슴곰 네 마리가 지내는 곳은 1,542㎡ 규모로, 각종 놀이를 할 수 있는 야외 방사장과 실내 사육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편 제주자연생태공원은 반달가슴곰을 더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방사장 주변에도 탐방로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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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제주자연생태공원 내 곰 방사장. 까만 털이 북실북실한 반달가슴곰이 엉덩이를 씰룩쌜룩 움직이며 실내 사육장 밖으로 걸어 나옵니다.

줄에 대롱대롱 매달아 둔 사과와 배 등 갖가지 과일을 베어 물고, 사육사들이 담장 밖에서 던져준 달콤한 감귤도 앞발을 이용해 능숙하게 껍질을 까더니, 과육만 쏙 골라 맛있게 먹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추워진 탓인지 움직임이 활발하진 않았지만, 반달가슴곰 네 마리는 이따금 넓은 방사장을 '후다닥' 내달리거나, 큰 바윗돌을 쌓아 올린 언덕 위를 오르며 놀기도 하는 등 건강해 보였습니다. 해먹 위로 오르기 위해 낑낑대며 용을 쓰는 모습에선, 가슴의 하얀 V자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 "제주로 이사 왔어요" 반달가슴곰 사 남매, 관람객 앞에서 첫인사

제주자연생태공원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4남매가 이사 온 건 지난달 15일. 이들 곰은 지난 10년간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제약회사에서 전시관람용으로 키우던 개체입니다.

그러나 소유주 측이 사육을 포기하면서 멀리 제주까지 둥지를 틀게 됐습니다. 2019년, 제주자연생태공원에 환경부 사업으로 곰 다섯 마리를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일찌감치 갖춰져 있던 덕분이었습니다. 자연생태공원은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가 제주도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곳으로 야생동물 조사·연구와 보호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주로 이주한 반달가슴곰 네 마리가 지내는 곳은 1,542㎡ 규모로, 각종 놀이를 할 수 있는 야외 방사장과 실내 사육장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존에 지내던 시설보다 30배 넓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2013년생 추정 암수 두 마리씩인 이들 곰은 제주에 도착해 중성화 수술을 받았습니다. 12월 말까지는 실내에서, 1월부터는 바깥에 나와 적응과 훈련을 받았고, 약 한 달 만인 이날부터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됐습니다.

반달가슴곰 4남매에게는 일곰이, 반달이, 달곰이, 웅이라는 예쁜 새 이름도 생겼습니다.

제주자연생태공원 측은 "처음 제주에 온 날은 14시간에 달하는 긴 이동시간 탓인지 많이 지쳐보였지만, 이제는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라며 "반달가슴곰 한 마리당 사료와 과일 등 하루 3㎏가량 먹이를 먹으며 건강히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곰이와 반달이, 달곰이, 웅이가 일반 관람객들에게 처음으로 공식 인사를 한 첫날, 오전부터 제주자연생태공원에는 남녀노소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곰들이 방사장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어린이들의 탄성도 이어졌습니다.


인천에서 제주로 가족 여행을 온 박상윤(9) 군은 "곰들이 수영하고, 귤도 까먹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며 " 에버랜드에서 푸바오는 봤는데, 반달가슴곰은 처음 봤다. 푸바오도 귀엽고, 반달가슴곰도 귀엽다"고 방긋 웃었습니다.

■ 철창 밖 나오게 됐지만…사육곰 300여 마리 이관은 어떻게?

반달가슴곰이 철창 밖을 벗어나게 된 건 앞서 2022년 1월, 정부와 곰 사육 농가, 동물보호단체가 2025년까지 곰 사육을 종식하기로 합의한 것이 계기입니다. 이 같은 내용의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하면서, 2026년부터는 개인 곰 사육이 금지됩니다.

이번에 제주로 이사 온 반달가슴곰 네 마리는 '곰 사육 종식 협약' 이후 보호시설로 옮겨진 전국 첫 사례입니다.


전국 농가에서 기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사육곰 수는 3백여 마리. 정부가 전남 구례와 충남 서천에 곰 보호시설을 마련하고 있지만, 법 시행 전까지 모든 곰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동물보호단체의 지적입니다. 앞으로 2년간, 개인 사육 농가에 있는 '사유재산' 곰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넘겨받을지에 대한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강창완 제주자연생태공원 원장은 "아직도 전국 농가에 많은 곰이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속히 이들 곰을 보호할 시설을 확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제주자연생태공원은 반달가슴곰을 더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방사장 주변에도 탐방로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제주로 이사 온 반달가슴곰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촬영기자 부수홍 고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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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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