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택시기사 사망 100일…"장례 위해 끝까지 싸울 것"
주최 측 추산 100명 참여…경찰 200명 배치
상여복 입은 채 하얀색 국화 달린 상여앞 서
방영환씨 딸 "그만 아버지 보내드리고 싶어"
[서울=뉴시스]박광온 이태성 기자 = 임금 체불에 항의하고 완전 월급제 도입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다 분신해 숨진 택시기사 고(故) 방영환(55)씨 사망 100일째를 맞아 유가족 등이 투쟁 문화제를 열고 "방영환 열사의 장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방영환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와 유가족 등은 13일 오후 3시께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서구청 앞에서 '방영환 열사 영면 100일 투쟁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주최 측 추산 100명이 모였고, 경찰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력 200명을 배치했다. 집회 장소에는 대형 현수막에 '너희가 죽였다' '택시 완전월급제 이행하라' '책임자 처벌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오후 3시께 문화제가 시작되자 상여복 차림을 한 8명이 상여 앞에 섰다. 상여 양옆과 위쪽에는 하얀색 국화가 달려있었다. 방씨 딸 희원(31)씨는 방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문화제 참가자 맨 앞줄에 있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방영환 열사가 돌아가신 지 100일이 됐다. 정말 안타깝고 분통스럽게도 우리는 100일 동안 열사를 보내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엄 위원장은 "택시 노동자도 좀 더 안전하고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외쳤던 방 열사의 외침이 지금 2024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현실이 통탄스러울 따름"이라며 "서울시가 진작 관리감독을 똑바로 했다면, 고용노동청이 악독 기업에 대한 근로감독을 제대로 했다면, 경찰과 검찰이 방영환 열사에 대한 폭행과 모욕 등에 대한 수사를 똑바로 했다면 방 열사는 돌아가시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딸 희원씨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개월이 넘었는데 해성운수는 사과 한마디가 어려운지 분통한 마음뿐"이라며 "남들은 신년 새출발을 하려고 계획을 세우는데, 저는 지난해 10월6일에 멈춰선 채 아빠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저는 이제 그만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정말 아버지의 장례를 위해 끝까지 싸워 아버지를 웃으며 보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후 3시47분께 투쟁문화제를 마치고 강서구에 위치한 동훈그룹 회장의 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8일 양천구 해성운수에서 회사 측과 고인의 장례와 관련한 다섯 번째 교섭을 진행한 바 있다.
대책위는 지난 1차 교섭 때부터 장례를 치르기 위해선 ▲사측의 공식 사과 ▲완전월급제 시행 ▲체불임금 지급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1, 2차 교섭에 직접 나섰던 해성운수 대표 정모(52)씨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협상이 공전됐다는 게 대책위 측 설명이다.
정씨의 구속 이후인 3차 교섭부터 동훈그룹 전무와 상무들이 교섭에 임하고 있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대책위에 지난달 29일 오전까지 5차 교섭결과에 대한 답을 주기로 했지만 끝내 회신이 오지 않았다.
한편 지난 11일 방씨에게 폭언을 가하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 해성운수 대표 정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이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최선상 판사 심리로 열렸다.
정씨는 지난해 3월24일 해성운수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방씨의 턱을 손으로 밀치고, 4월10일에는 고인 및 함께 집회 중이던 노동당 당원 등에게 폭언과 욕설을 했으며, 8월24일에는 1인 시위 중인 방씨에게 화분 등을 던지려고 위협하는 등 집회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정씨 측 변호인은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방씨를 폭행하려는 의도가 없었으며, 폭행이나 협박에 준하는 행위로 고인의 집회를 방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인과 함께 집회 중이던 참가자들을 모욕했다는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다른 운전자에게 한 보복 운전 혐의도 부인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 분회장인 방씨는 지난해 9월26일 오전 8시30분께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전신 60% 이상에 3도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진 고인은 분신 열흘 만인 같은 해 10월6일 오전 6시18분께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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