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날리면' 감정불가인데 MBC 정정보도? 쟁점은

정철운 기자 2024. 1. 1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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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반발의 핵심, '과학적 사실'과 '입증책임 전환'
"국가 검열의 자유를 허용한 무책임한 판결" 우려도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12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외교부는 '바이든-날리면' 재판 내내 윤 대통령 발언이 '날리면'이라고 특정하지 않았다. 대신 대통령 발언이 “우리도 외교적 위상과 경제적 규모에 걸맞은 기여를 다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선 관련 국회 예산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취지로 예산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이 국제사회를 향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하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심 재판부의 판단은 MBC의 정정보도였다.

MBC는 12일자 <뉴스데스크>에서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적극 강조했다. MBC는 “여러 차례 발언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실제 뭐라고 발언했는지, 소송을 낸 외교부가 밝혀달라고 (재판에서) 요청했지만 외교부는 우리 국회를 겨냥한 대화였다는 대통령실의 기존 해명만 거듭 인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오늘(12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선 당시 대통령의 진짜 발언이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지만, '이번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정보도를 인용했다는 점'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MBC는 “법원은 보도된 영상, 촬영 원본 영상을 전문가에게 감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2011년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광우병 발병률 등 과학적 사실에 대한 보도가 쟁점이 된 경우, 언론에게도 보도가 사실인지 입증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건데, 윤 대통령의 발언을 마치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할 문제처럼 접근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이창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발언의 내용에 대한 진위를 가리는 것이지, 광우병과 같이 과학적 사실 기반에 진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MBC에 밝혔다.

MBC는 이날 메인뉴스에서 “증거주의 재판이 아니라 판사의 주장일 뿐인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어 즉시 항소했다”고 밝혔다. MBC는 “재판부 스스로 윤 대통령이 '바이든을 언급했는지 불명확하다'고 밝히면서도, '바이든'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보도를 바로잡으라고 판결한 것은 논리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9월22일자 MBC 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MBC 반발의 핵심, '과학적 사실'과 '입증책임 전환'

MBC가 이번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에는 과학적 사실에 대한 판단과 입증책임 전환의 문제가 있다. MBC는 “단지 촬영 영상이 감정 불가라고 하여, 당시 대통령이 미국 국회를 상대로 욕설, 비속어를 사용했는지 여부가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 그 진실 여부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과학적 사실'이어서 입증책임을 전환한 원심의 결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MBC는 12일 '대통령 욕설 보도에 대한 MBC 입장'에서 1심 소송 관련 법적 쟁점을 설명하며 “기존 정정보도 청구에서 확립된 법리대로라면 원고(외교부)에게 허위성에 대한 입증 책임이 있으므로 원고가 허위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원심은 과거 농림수산식품부가 MBC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밝혔던 과학적 사실에 관한 입증 책임의 법리를 이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사실상 피고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했는데, 이는 유례가 없는 것이고 법리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MBC는 “본 사안의 쟁점은 단지 대통령이 미국 국회를 상대로 욕설 및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에 관한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영상이 기술적으로 감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현재 과학기술 수준으로 정확히 밝힐 수 없는 '과학적 사실'이라 보고 광우병 관련 판례를 그대로 적용해 입증 책임을 전환했는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MBC는 “발언자인 대통령이 단순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기를 거부한다고 대통령이 특정 발언을 했다는 매우 단순한 사실이,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그 진위 확인이 불가능한 과학적 사실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법원은 언론이 특정인의 발언을 보도해 문제 된 사안에서 이를 입증 불가능한 사안으로 보거나 입증책임 전환을 논의한 전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MBC와 윤석열 대통령.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국가 검열의 자유를 허용한 무책임한 판결”

이번 판결의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2일 성명에서 이번 판결을 “언론자유 침해의 법적 면죄부를 준 정치 판결”, “국가 검열의 자유를 허용한 무책임한 판결”로 규정했다. 언론노조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오늘의 이 판결을 결코 비판 언론에 대한 승리라고 오판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제의 진원지인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하고, 정부기관을 앞세워 법원에 보도 내용의 검열과 정정보도를 요구한 것 자체가 심각한 언론자유의 침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미국 의회였든 한국 국회였든 어느 쪽이라도 '이XX들'이라는 욕설을 들을 이유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국가정상의 기본적인 품격을 떨어뜨린 대통령의 오만한 태도를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은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한 MBC'라는 전혀 다른 문제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법원 판결에 대해선 “기술적 검증에만 집중하고 외교부의 맥락 해석만 받아들여 당시 대통령의 발언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해명하지 못한 외교부의 손을 들어 주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진실이 무엇인지도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위보도로 결정하고 정정보도를 내라는 법원의 판결은 어떤 국민의 상식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으며 “설령 법원 판결을 존중한다 해도 외교부가 명백한 증거를 통해 사실이 무엇인지 증명하지 못한 이상 정정보도가 아닌 외교부의 '해명'을 반론보도 형식으로 지시하는 것이 훨씬 더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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