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모터는 못참지” 그 시절 우리는 레이서였고 정비공이었다 [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presslee@mk.co.kr) 2024. 1. 13. 1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퇴근 후 방구석 공방- 37화]

‘웨에엥~~~~ 웨에엥~~~’ 눈으로 쫒기 힘들정도의 스피드! 속도를 높이며 직선 구간을 지나 진입한 코너구간을 감속도 없이 순식간에 돌아나오며 트랙을 질주합니다. 30초 남짓한 시간! 승부가 나고 환호성이 터져나옵니다.

미니카 레이싱 [자료출처 - 소풍 #3 타미야 미니카 (TAMIYA MINI4WD ARCHIVE BOOK)]
미니사륜구동! 줄여서 ‘미니사구’
모터와 전지로 돌아가는 이 작은 자동차는 ‘미니사구’라 불립니다. ‘미니 사륜구동’을 줄여 부른 말로 일본어로는 ‘미니욘쿠’ミニ四駆(ミニよんく)라 불립니다. ‘미니사구’가 한문을 표기했을때 정확한 표현은 맞지만 국내에서는 공식적으로 ‘미니카’로 표기합니다.
타미야 미니카 [자료출처 - 소풍 #3 타미야 미니카 (TAMIYA MINI4WD ARCHIVE BOOK)]
80년대 초반 타미야의 RC카 인기가 절정에 딜헸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어른들도 쉽게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경영자인 ‘타미야 슌사쿠’ 회장은 ‘모두를 위한 제품이어야 한다.’ ‘가격이 저렴하고 작동이 되며 접착제가 필요 없이 손쉽게 조립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개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조건에 부합한 제품을 발매하게 되는데 1968년 선보인 ‘퀵 레이서’입니다. ‘퀵 레이서’ 출시 이후, 어디에서도 잘 달리는 4륜 구동방식의 동력 모형, 초등학생이라도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수백 엔 정도 가격, 초등학생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구조, 접착제 사용 없이 제작할 수 있도록 할 것 등 가이드라인을 내세워 ‘미니사구’가 탄생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합니다. .
퀵 레이서 [한국타미야 제공]
첫 모델은 픽업트럭이였는데 예상외로 인기가 크게 없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실제 자동차 모양의 픽업트럭이 관심을 끌기엔 무리였던 것이죠. 이후 휠베이스를 짧게 만들어 차 모양이 납작하고 귀여워진 ‘혼다 시티 터보’를 발매하며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합니다. 탄력을 받은 타미야는 기존의 RC카들의 모양을 그대로 축소한 레이싱 시리즈를 발매합니다. 처음에는 RC카 유저들이 미니사구를 무시하는 분위기였으나 점차 자신들이 좋아하는 머신이 작고 귀엽게 만들어지니 인기를 얻게됩니다.
RC카와 미니사구 [한국타미야 제공]
본격적인 미니카의 붐이 시작된건 1987년, 바로 만화 ‘달려라 부메랑’의 연재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흔히들 1차 붐이라고 하는데 서킷과 트랙이 만들어지고, 대회가 열렸습니다. 규정과 롤러도 생겨나게 되죠. 이때 RC카의 인기를 추월하게 되는데 ‘달려라 부메랑’에 나오는 ‘돌진 1호 부메랑(Dash-1 Emperor)’은 미니카가 먼저 만들어지고 그 다음 RC카가 만들어진 최초의 사례가 됩니다.
구매부터 레이스까지! 미니카 시작하기
다양한 종류의 미니카 [자료출처 - 소풍 #3 타미야 미니카 (TAMIYA MINI4WD ARCHIVE BOOK)]
미니카 종류는 정말 많아서 첫 차를 고를 때 고민이 됩니다. 첫 차는 자신이 보기에 이쁘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또 가까운 타미야 매장과 경기장에 가셔서 구경하고 물어보는 것인데 커뮤니티 역시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어 미리 정보를 찾아보고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미니카는 조립을 해야 하기에 간단한 공구가 필요한데 처음에는 드라이버와 니퍼만으로 충분합니다. 더 전문적으로 조립이나 정비, 튜닝을 하게되면 전동드릴과 세팅 보드, 공구함과 미니카 가방, 도색 장비까지 하나씩 갖춰나가게 되죠. 조립은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도 바로 조립할 수 있을 정도로 쉽습니다.
미니카 튜닝 [자료출처 - 소풍 #3 타미야 미니카 (TAMIYA MINI4WD ARCHIVE BOOK)]
미니카를 완성하면 굴려봐야겠죠. 집에 트랙을 설치하면 좋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트랙이 있는 매장이나 경기장에 가면 됩니다. 경기는 기본적인 룰이 있는데 트랙의 모든 레일을 돌아서 자신의 차량이 출발한 지점까지 완주(3레인 트랙은 각 레인을 1번씩 교차해 달려 3바퀴를 완주하면 자신의 출발 자리로 돌아옵니다)를 해야 하고 먼저 도착하는 사람이 승리하게 됩니다. 중간에 코스 이탈을 하게 되면 탈락이기 때문에 스피드와 안전성의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트랙을 질주하는 미니카 [한국 타미야 제공]
가슴이 조금이라도 뛰었다면 오프로드 주행부터 튜닝, 공식 대회까지 수많은 즐거움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니카의 꽃. 튜닝!
미니카의 섀시의 종류만 수십가지에 이른다 [자료출처 - 소풍 #3 타미야 미니카 (TAMIYA MINI4WD ARCHIVE BOOK)]
트랙을 도는 미니카에 재미를 들였다면 더 빠른 차를 위한 ‘튜닝’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될겁니다. 사실 미니카의 진짜 재미는 튜닝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섀시를 선택한 다음 모터, 타이어, 베터리 그리고 직진만 하는 미니카의 구동 특성상 코너를 돌기 위한 필수 부품인 롤러 등 기본 요소부터, 성능 향상을 위한 다양한 옵션 부품들까지 장착하다보면 속도와 안전성을 위한 끝없는 세팅의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미니카의 기본 뼈대를 ‘섀시’라고 하는데 각 섀시별로 장단점이 다양하고 오랜 역사와 함께 꾸준히 여러가지 기능이 추가되거나 성능이 개선된 모델 등 선택의 폭이 매우 넓습니다. 특히, 대회출전을 목표로 한다면 미리 공개된 트랙 레이아웃을 분석하고, 그 레이아웃에 좀 더 유리한 특성을 가진 섀시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양한 모터들 [자료출처 - 소풍 #3 타미야 미니카 (TAMIYA MINI4WD ARCHIVE BOOK)]
지금은 미니카 튜닝이 더 활성화되어 모든 파츠들의 밸런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지만 예전에는 ‘블랙 모터, 스펀지 타이어, 노란 충전지’ 튜닝 정도만 해도 부의 상징이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미니카의 심장인 모터는 키트보다 비싼 경우도 있어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미니카의 심장, 모터 [한국타미야 제공]
미니카가 어렴풋한 잔상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도 ‘블랙 모터’라는 이름은 익숙합니다. 그러나 블랙 모터에 관한 이야기는 현재도 논쟁의 대상이 됩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 각기 다른 까맣고 빠른 모터를 동네마다 사람마다 모두 블랙 모터로 불렀거든요. 모터 하나만 바꾸는 것으로 주행속도, 파워, 소음과 같은 성능차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모터는 튜닝 파츠중 가장 중요한 선택 영역입니다. 사실 어느 파츠 하나 중요하지 않은게 없긴 합니다.
튜닝 부품들 [자료출처 - 소풍 #3 타미야 미니카 (TAMIYA MINI4WD ARCHIVE BOOK)]
미니카는 전진 기능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트랙을 주행하려면 ‘롤러’가 필요한데 이 롤러는 코너링시 돌파하는 속도에 영향이 아주 큰 부품입니다. 크게 플라스틱 롤러와 중심축이 베어링인 롤러 두가지로 나눠져 있는데 중심축의 부하가 적으면 적을수록 속도가 빨라 집니다. 롤러 끝부분이 플라스틱이면 마찰이 적어서 빨라지고 고무면 중심축 부하가 많아져 감속이 되는 등 여러 성능이 있으므로 잘 생각해서 롤러를 고르는게 중요합니다.
미니카 튜닝 [자료출처 - 소풍 #3 타미야 미니카 (TAMIYA MINI4WD ARCHIVE BOOK)]
배터리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보통은 1,000mAh까지의 충전지를 쓰는데 그 이상의 배터리 용량은 미니카에서는 필요 없으며 용량이 크면 그만큼 무겁기 때문에 속도가 덜 나오기 때문입니다. 배터리도 길을 들여야 하는데 완충, 방전을 7~10회반복 진행하며 배터리의 최대치를 높여 효율을 극대화 시키게 됩니다.
다양한 미니카 타이어
타이어의 종류도 많은데 기본으로 제공되는 고무 타이어는 너무 무거워서 속도가 느렸기 때문에 튜닝을 하게 됩니다. 한때 스펀지타이어가 유행했었는데 좋은 모터에 스펀지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은 그야말로 바람처럼 달렸다고 하죠. 실제로 스펀지 타이어를 장착한 미니카는 눈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달립니다. 이 때문에 트랙이 아닌 평지에서 달리게 하면 달리기로 미니카를 못따라잡아 분실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었습니다.
한국타미야 본사 매장 [자료출처 - 소풍 #3 타미야 미니카 (TAMIYA MINI4WD ARCHIVE BOOK)]
재질에 따라 실리콘 타이어라고 알려진 소프트 타이어는 그립력이 좋고 가속과 재가속이 좋고, 검정색에 말랑말랑한 노멀 타이어는 소프트 타이어에 비해 그립력은 떨어지지만 좋은 편이고 말랑한 재질때문에 점프시 튕김이 많습니다. 하드 타입 타이어는 색이 다양한데 튕김은 적고 그립이 약해 가속 재가속은 안좋지만 점프시 반동은 적습니다.
미니카 대회 규정
타미야 미니카 경기는 흥미진진한 레이스를 즐기기 위한 경기 규정이 있습니다. 경기용 차량, 경기 코스, 경기 내용을 동일한 조건에서 서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니카의 재미는 속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경기 코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창의적인 기술을 사용하여 도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니카 레이싱 [한국타미야]
대회 출전 차량은 ‘한국타미야’에서 정식 수입, 유통한 제품만 가능합니다. 중국 짝퉁 이런거 안됩니다! 모든 차량은 사륜구동으로 작동해야 하고 바디는 반드시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도색을 해야 합니다. 경기전 검차를 받게 되고 검차에 합격하지 못한 차량은 참가할 수 없습니다. 공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조립한 차만 허용됩니다. 타인이 판매하는 완성차를 구입하여 출전한 것이 발각되면 당연히 바로 실격되며 ‘출전제한, 경고, 실격,제명’ 사항에 따라 처리됩니다. 망신은 덤입니다.
출전 차량의 규격 [한국타미야 공식규정]
롤러의 개수는 제한이 없고(스피드 클래스 제외) 롤로의 개수 제한을 변경함에 따라 회전하는 매스 댐퍼의 장착 위치도 제한이 없습니다. 기어비는 타미야에서 정해진 기어비 조합으로만 가능합니다. 타이어는 규격을 변형시키는 것은 오픈 클래스만 허용됩니다.

모터의 경우 출전하는 종목에 따라 해당 규정이 정해져 있어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배터리는 한국타미야에서 정식 수입, 유통하는 AA형만 사용 가능합니다. 공식 트랙 코스는 폭 115mm, 높이 50mm입니다. 코스 레이아웃은 레이서들이 대비할 수 있게 사전공개를 합니다. 그 밖에 지켜야할 경기 규칙이 많이 있지만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타미야’홈페이지에 자세히 안내되어 있습니다.

한국타미야 공인 미니카 분당 샤프트 경기장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생활
미니카의 인기가 예전만큼은 아닌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말이면 타미야 매장이나 트랙이 있는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조립하고 튜닝하고 레이스를 즐기는 아빠들을 항상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놓고 아이와 대화하며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매력은 넘쳐 납니다.
2023년1월에 진행한 ‘2022년 5 레인 스타디움 레이스 왕중왕전 대회’
기사를 쓰면서 자료를 정리하는데 초등학생 아들이 자기도 미니카를 해보고 싶다며 관심을 보입니다. 이번 주말엔 아들과 타미야 매장으로 함께 가야겠습니다. “여보, 내가 하자고 한거 아니야. 아들이 하고 싶다고 해서 가는거야~” 세상좋은 핑계거리가 생겼습니다.

“아들! 이번주는 아빠와 함께 달리자~! 블랙모터는 기본이라구!”

[참조 및 자료출처] - ‘소풍 #3 타미야 미니카’ , ‘한국타미야’

매주 화요일마다 올라오는 기사가 궁금하시면 밑에 기자 ‘구독‘을 눌러주시면 매주 새로운 인터뷰와 정보들을 빠르게 보실수 있습니다. 이승환 기자의 [퇴근후 방구석 공방]은 프라모델, 워헤머, 레진피규어 제작등 각종 모형 제작과 도색에 관한 정보, 제작기술, 공방소개, 작가소개등의 컨텐츠를 다루고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