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 받을 생각만 하지 말고 이세영·김유정 한복 좀 잘 입히지 그랬어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SBS 금토드라마 <마이 데몬>과 지난주 종영한 MBC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두 드라마의 공통점들이 있다. 둘 다 판타지 로맨스물이고 계약 결혼이 배경이라는 점, 또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는 점, 그리고 여자 주인공이 어린이 배우에서 성인역으로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마이 데몬>의 김유정과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의 이세영, 아주 어릴 적부터 봐와서인지 이제는 남 같지 않아진 배우들이다. 볼수록 대견하지 뭔가. 왜 대견한가 하면 어릴 때 주목받은 연기자가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하는 예가 드물기 때문이다.
1930년대에 활동한 '셜리 템플'이라는 배우가 그렇지 않나. 연기력이 워낙 빼어나서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것이 아니라 <소공녀>나 <하이디>처럼 아예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음에도 그 인기는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으니 대중이 사랑한 건 곱슬머리의 오동통한 귀여운 어린아이였던 것. 영화 <나 홀로 집에>의 맥컬리 컬킨도 마찬가지. 당시 열 살이었고 지금은 40대라는데 아들이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돈을 사이에 두고 부모들의 재산 싸움을 크게 벌였지 않은가. <나 홀로 집에>에 같이 출연했던 동생 키에란 컬킨이 며칠 전 골든 글로브 TV 드라마 부문에서 <석섹션>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한 인터뷰에서 형 맥컬리 컬킨이 너무 가엽다며 어린 시절의 성공이 독이 된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김유정, 이세영, 두 배우의 같은 점이 또 있다. 전체적으로 패션 센스가 아쉽다는 것. 김유정이 <마이 데몬>에서 맡은 '도도희'라는 인물은 회사 대표이자 재벌 상속녀가 아닌가. 하지만 옷차림이며 머리며 분위기가 재벌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였다. 그런가하면 이세영이 맡은 '박연우'는 과거 조선시대에 유행을 선도하는 이를 테면 한복 디자이너다. 허나 이 또한 감각이 남다른 인물로 다가오질 않았다. 연우가 과거에서 현재로 건너와서 나비를 모티브로 만든 브랜드가 드라마에서는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나왔지만 보는 시청자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tvN <왕이 된 남자>와 MBC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확신의 중전상'이라 불리는 이세영, 그의 한복 태는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는 아름답다, 단아하다는 생각이 드는 한복이 있었나? 김유정도 SBS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 아역부터 시작해 사극을 꽤 많이 해온 배우다. 이번 <마이 데몬> 12화에 전생이 나오면서 한복 입은 장면이 있었는데 극중에서 '월선'이라는 기생 역할이었으나 기생 같지도 않고 여염집 처자 같지도 않아서 이 또한 아쉬웠다. 그런 맥락으로 볼 때 <마이 데몬>의 송강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역할인 tvN <도깨비>의 공유나 tvN <구미호뎐 1938>의 이동욱과 비교해보면 아쉬운 점이 있지 않은가. 요즘 'K-드라마'라고 해외에서도 많이들 본다는 왜 그리 한복에 무신경한지 모르겠다. 듣자니 제작비가 엄청나더구먼, 의상에도 특히 한복에 제대로 투자 좀 하시지.
김유정과 이세영, 그리고 얼마 전에 종영한 tvN <무인도의 디바>의 박은빈도 그렇다. 어린이 배우로 출발해서 잘 자라나 성인역으로, 그것도 주인공이 되어 극을 이끌게 되었으니 장하지 않은가. 지금껏 잘해오고 있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라서려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개성이 생겨야 하지 않을까? 캐릭터에 맞게 스타일을 만들어 갈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혜수, 김희애, 이영애, 김서형, 염정아, 이런 배우들처럼 말이다. 그런데 배우 김정난과 박준금의 경우 재벌 역할이 주어 졌을 때 제작진이 제공하는 의상 일습이 성에 차지 않아서 자비를 들여 따로 준비했다고 들었다. 김유정은 아직 20대지만 이세영과 박은빈은 30대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슬슬 준비를 해야 할 때, 회사 차원에서 협찬만 받으려 들지 말고 잘 클 수 있게끔 든든히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배우들도 다양한 경험도 하고, 식견을 넓히는 등 여러모로 노력을 해야 하고.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SBS, MBC]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웰컴투 삼달리’가 굳이 제주로 간 이유, 그저 배경이 아니었네 - 엔터미디어
- 평범한 사람에서 유일무이한 독보적 위치에 오른 나영석 PD - 엔터미디어
- ‘모래에도 꽃이 핀다’, 이 드라마 제목 누가 정한 거죠? - 엔터미디어
- 또다시 찾아온 두통과 한숨의 시간, 어떻게 네 명을 떨구란 말인가(‘싱어게인3’) - 엔터미디어
- 거센 반대에도 ‘홍김동전’ 폐지 강행, KBS는 왜 무리수를 두는 걸까 - 엔터미디어
- 신현빈 같은 세심한 사람들이 전하는 짙은 여운과 감동(‘사말’) - 엔터미디어
- 인생 역전하듯 리빌딩, 그 후 2년째 경이로운 퍼포먼스 이어가는 ‘나혼산’ - 엔터미디어
- 이쯤 되면 양규가 주인공? 최수종 못지않은 지승현의 존재감(‘고려거란전쟁’) - 엔터미디어
- TV조선에 이승연이 나올 때 솔직히 ‘또 무슨 쇼를?’이라는 생각 들었건만 - 엔터미디어
- 제작비 700억 투입한 넷플릭스, 본전 생각 안 날 수 있겠나(‘경성크리처’) - 엔터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