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트렌드(상) 양극화 커져가는 와인 시장 [명욱의 술 인문학]

2024. 1. 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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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와인 수입 시장이 무척 어려운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엄청난 홈술 붐이 불고, 이를 통해 와인이 가장 변화를 겪었다. 2022년에는 와인 수입량이 급증했지만, 지난해는 코로나19 영향을 거의 덜 받은 2019년 수입량으로 돌아갔다. 즉 홈술 붐으로 와인 소비가 계속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수입을 많이 했지만, 불경기와 코로나19 풍토병화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와인이 덜 팔려 현재 많은 와인이 저장돼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와인 수입 금액은 추정치로 전년 대비 13%가량 하락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아마 이 숫자가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상승한 품목이 있었는데 바로 스파클링 와인이다. 레드 와인보다 수입 금액은 낮지만, 화이트 와인보다 오히려 수입 금액은 더 높다. 와인 전체 품목 중 2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스파클링 와인은 어떻게 상승할 수 있었을까.
레드·화이트·스파클링 와인 수입 총액. 지난해 와인 수입은 전년 대비 하락했지만, 최근 10년간을 비교하면 여전히 상승의 기운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통계청 제공
좀 더 자세하게 뜯어보면 모든 스파클링 와인이 상승한 것이 아니다. 프랑스 샴페인 수입 금액이 늘면서 스파클링 와인 시장을 견인했다. 샴페인은 오직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스파클링 와인. 2차 발효란 것을 통해 만들어지는 와인으로 제조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즉 프랑스 샹파뉴에서 만들더라도 제조 방법의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반면에 미국, 이탈리아, 칠레 등의 스파클링 와인을 살펴보니 대부분 10~20%가 하락했다. 그렇다면 금액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나길래 프랑스 샴페인이 시장을 견인할 수 있을까. 1ℓ당 샴페인의 단가는 약 30달러. 하지만 칠레,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스파클링 와인 단가는 겨우 4~6달러 수준이다. 즉 샴페인이 다른 스파클링 와인보다 원가에서 5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격이 높으니 기존 저가 스파클링 와인이 떨어져도 샴페인이 선방하면서 스파클링 와인 시장 자체를 견인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샴페인을 찾았을까. 신기하게도 한국 주류 시장은 모두 탄산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가까운 소주와 맥주를 섞어 소주의 탄산감을 즐기는 소맥부터, 위스키 하이볼 등을 대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탄산주류가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인식이 커진 듯하다. 여기에 2021년과 2022년에 와인을 접한 소비자들이 더욱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고가의 샴페인으로 이동했거나, 또는 기존 와인 마니아층이 고가의 샴페인을 즐겼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그렇다면 앞으로 와인 시장은 어떻게 될까. 지금 와인 소비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과 2022년을 비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즉 코로나19가 창궐했을 때는 비상식적인 시장이었다는 것이다. 해외를 나갈 수 없으니 모든 소비가 국내로 향했고, 특히 그중에서도 수입 물품은 한국에서밖에 소비를 하지 못했다. 그런 만큼 코로나19 때와 비교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래서 비교를 한다면 2019년도와 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소비 트렌드를 본다면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의 ‘코로나19 이전’, 그리고 코로나19가 창궐한 ‘코로나19 이후’, 그리고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넘어간 ‘코로나19 풍토병 이후’ 3단계로 봐야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와인은 2019년과 비교해야 하고, 그때와 비교하면 계속 상승 중이다. 즉, 와인은 아직 상승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교육 원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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