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마녀사냥 당해도 되냐’ 비명을”…‘이선균 조문’ 문성근 참담한 심정

김동환 2024. 1. 1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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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유튜브 채널에서 “그런 상가(喪家)는 처음이었다… 부둥켜안고 서로 흐느껴”
지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문화예술인들의 기자회견…봉준호 감독과 윤종신 등 참여
배우 문성근이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영상 캡처
 
배우 문성근은 문화예술인들이 한데 뭉친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 대해 “(상갓집에서부터) 이선균씨 동년배 배우와 감독, 제작자 중심으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었다”며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일찌감치 공감대가 형성됐었다는 취지로 전했다.

문성근은 12일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 편의점’에 출연해 “첫날 상갓집 갔는데 그런 상가(喪家)는 처음이었다”며 “문상객이 가득한데 조용하고 큰 소리 내는 사람이 없었다”고 장례 일정 첫날 빈소 찾았던 때를 되짚었다. 이어 “(서로가) 거기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부둥켜안고 우는데 큰소리를 내지 않고 흐느꼈다”며 “그러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다는 친구가 ‘연예인이라고 이렇게 마녀사냥 당해도 되는 거냐,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비명처럼 그랬다”고 말했다.

문성근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2000여명이 서명을 했다고 하던데 이 정도 규모의 집단 의사 표명은 문화예술계에서 처음일 것”이라며 “‘스크린쿼터’ 싸움 이후 영화인들의 연락 체계가 (공식적으로는) 없어서 미처 참여하지 못한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봤다. 그리고는 “그동안 정치적인 오해나 느낌이 있는 사안에는 가급적 (참여) 안 하는 분도 있었는데 이건 그렇지 않다”며 “(빈소에) 도착한 사람들이 우는 건 다 느껴본 고통(이어서)”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의 ‘버티지 그랬나’ 등 반응에 문성근은 “연기자는 감성이 섬세하고 예민하다”며 “사건 관련 통화 기록이 20분가량 되는 게 유출돼 유튜브에 올라왔는데, 그걸 듣는 당사자는 어떤 충격이었겠나”라고 반박했다. KBS 보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비판에서 그는 예민한 감정 소유자인 연기자에게 논란에 정면으로 버티라는 등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배우 김의성, 봉준호 감독,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앞줄 왼쪽부터)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같은 날 봉준호 감독과 배우 김의성·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 그리고 영화 업계 등 종사자들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기관의 무분별한 수사 정보 흘리기와 이를 받아쓰는 언론의 작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사생활에 초점을 두거나 사건 본질과 동떨어진 가십성 기사가 난무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기도 한데, 특히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도 함께 요구한 기자회견 주최 문화예술인연대회의는 앞으로 피의사실 노출 등에 따른 부당한 피해를 막고자 입법에 목소리를 내달라는 취지에서 국회와 방송사 등에도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윤종신은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며,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과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는 “디지털 감옥에 살 수밖에 없는 고인이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간곡히 부탁한다”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게 아니라면 제발 기사를 삭제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고, 김의성은 지난해 10월19일 ‘이선균 내사’를 최초로 보도한 수도권의 한 지역 매체를 언급한 후 “한 일간지가 ‘내사 중’이라는 경찰 관계자 말을 인용한 최초 보도 후, 10월23일 정식 입건되고 2개월여 기간에 이선균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고 비판했다.

영화 ‘기생충’에서 이선균과 호흡을 맞췄던 봉준호 감독은 “2개월여 기간 경찰의 수사 보안에 한치 문제가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 책임자의 부적합한 언론 대응이 없었는지, 공보 책임자가 아닌 수사 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에게 수사 사건에 관한 내용의 질문을 받은 경우 거기에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목에서 봉준호 감독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 결과 음성 판정이 나온 11월24일 KBS 단독 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이미 포함됐다”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됐는지 면밀히 밝혀져야 한다”고 부각했다. KBS의 ‘이선균 등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 A씨가 경찰 진술에서 '마약 투약이 의심된다'거나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한 연예인이 2명 더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던 해당 일자 보도를 가져온 것으로 보였다.

이선균의 사적인 녹취를 보도한 것으로 비판받는 KBS는 단체의 기자회견 후 입장문에서 최대한 절제된 내용만 기사로 다뤘고 고인의 사망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KBS는 “지난해 11월24일 이선균씨 마약 투약 혐의 보도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각적인 취재와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관련 내용은 최대한 절제된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보도에 사용된 녹취는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관련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기에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됐다”며 “KBS의 보도 시점은 고인이 사망하기 한 달여 전으로 이를 사망 배경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연대회의가 성명서에 마치 KBS가 이씨 사망 전날(지난해 12월26일)에도 관련 보도를 한 것처럼 언급했지만, KBS 9시 뉴스에서 해당 일자에 관련 보도를 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선균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다가 같은 해 12월27일 서울 성북구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사망 전날에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했다. 이선균 사망 이후 일각에서는 그의 마약 혐의와 관련성이 적은 사생활 폭로 식 언론 보도와 경찰의 공개 소환 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검사 출신인 김희수 변호사는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인권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경찰, 검찰과 언론이 이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회적 타살범”이라며 이른바 ‘이선균 재발 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언론에 수사 정보를 흘리면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의사실 공표죄가 사문화됐는데, 대안적 법률을 제정해 인권침해를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가칭 ‘이선균 재발 방지법’에는 수사기관이 직무수행 중 알게 된 피의사실(내사사실 포함)뿐 아니라, 인적 사항 정보, 내사 범죄 의혹 정보 및 피의사실과 관련된 정보, 피의사실과 무관하더라도 수사과정에서 취득한 수사 정보, 수사(증거)자료 및 내용을 유출하면 형사처벌 한다는 규정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김규원 한겨레21 선임기자는 “이씨의 마약 혐의 사건은 종결됐지만, 이씨의 죽음과 관련된 경찰과 언론 매체의 범죄 혐의 사건은 종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피의사실 공표죄로 처벌받아야 하는 사람이 수사의 주체인 경찰관과 검사이기 때문에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공범인 언론인들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후, 언론계에 내사 단계에 있는 사건은 보도하지 않을 것과 피의자로 조사를 받는 유명인에 대해서도 익명으로 전환해서 보도할 것을 제안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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