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 의사 없었다’ 황의조에 피해자측 반박 “폰 보이는 데 두면 동의? 관심법 같은 주장”

황의조, 2차례 경찰 출석요구 불응 뒤 12일 비공개 출석 조사
“촬영한 건 맞지만 불법은 아냐” 기존 주장 고수

불법 촬영 의혹을 받는 축구선수 황의조(32·노팅엄 포레스트)씨가 경찰에 비공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돼 첫 조사를 받은 지 두 달만이다.

황씨는 ‘피해 여성이 촬영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아 불법 촬영이 아니다’는 기존 주장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전화를 잘 보이는 곳에 뒀으며 피해자도 촬영되는 것을 인지했다는 취지로 불법 촬영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휴대전화를 눈에 보이는 곳에 두면 촬영임을 직감하고 대처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황의조. 뉴스1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전날인 12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황의조를 불러 10시간가량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있었던 황씨의 피의자 조사, 이후 피해자 조사와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의 결과를 바탕으로 황씨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피해자 측은 앞선 경찰 조사에서 ‘동의하지 않은 불법 촬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전면 부인한 황씨 측이 내놓은 근거는 과거 영상 중 피해자가 촬영한 영상도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 관련 카카오톡 대화 내용 제출 등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낳고,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남길 황의조의 거짓말이 교묘히 기사라는 이름으로 열거된 것을 보며 경악과 분노를 금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휴대전화를 잘 보이는 곳에 둬 피해자가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황씨 주장에 대해 “그것이 동의를 구한 것인가. 피해자는 상대방의 휴대전화 위치를 늘 예의주시하며 눈에 보이는 곳에 있으면 촬영임을 직감하고 대처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의조가 (지난해) 11월 첫 경찰 조사에서 했다는 주장은 사전에 동의를 매번 구했다는 것이었는데, 이후 황의조는 변호인을 통해 반복적으로 입장문을 내면서 ‘휴대전화가 보이는데 있었으니 피해자가 알았다’라는 관심법 같은 주장을 펼쳐왔다”며 “황의조의 주장은 동의를 구했다는 것인가, 동의를 구하지 않았지만 알았을 것이란 말인가. 아니면 주장을 번복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과거 영상 중 피해자가 촬영한 영상도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서도 “황의조가 피해자 휴대전화를 일방적으로 사용해 촬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황의조는 수년전 피해자와 교제 당시 성관계 도중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일방적으로 사용해 촬영한 적이 있었는데 피해자가 몹시 당황해 그 직후 재생조차 하지 못하고 삭제했다”라며 “그런 후 황의조가 이를 달라고 피해자에게 물었을 때 피해자는 없다고 말하고 거절했다. 피해자는 이 역시 피해라 생각하고 진즉 경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황의조의 진술 및 증거관계 등을 분석한 후 추가 소환 조사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