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말레이시아 사령탑' 김판곤 "한국을 괴롭힐 자신 있다"
E조 최약체 분류에도 "목표는 16강"
(도하(카타르)=뉴스1) 김도용 기자 = 말레이시아를 이끌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출전, 한국을 상대할 김판곤 감독이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출신 지도자 2명이 다른 나라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한다. 인도네시아의 신태용 감독, 말레이시아의 김판곤 감독이 주인공이다. 이중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는 E조에 한국과 함께 포함돼 오는 25일(한국시간)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김판곤 감독은 대회 개막일인 12일 말레이시아 대표팀이 머물고 있는 카타르 도하의 숙소에서 뉴스1과 만나 "마지막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이 취소된 것을 제외하고는 계획대로 순조롭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선수가 부상을 입었지만 좋은 전력으로 첫 경기를 할 수 있다"면서 "16강을 우선 목표로 대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로 E조에서 한국(23위), 바레인(86위), 요르단(87위)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 여기에 객관적 전력 차를 감안하면 말레이시아의 힘든 조별리그가 예상될 수 있다.
그러나 김판곤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김판곤 감독은 "최근 바레인, 요르단과 비슷한 FIFA 랭킹 팀들과 6경기를 치러 2승3무1패의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에서 최근의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바레인, 요르단을 상대로 충분히 2승도 노려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다.
우선 김 감독은 "현실적으로 한국을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일본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다. 특히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을 보면 단연 앞선다. 세계에서 정상급 공격수와 수비수를 보유했다. 또한 새로운 감독 밑에서 약 1년을 보내면서 틀이 잡혔다"고 "2연승을 기록, 힘을 빼고 조별리그 3차전에 나섰으면 좋겠다"고 한국을 우승 후보로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김판곤 감독은 "쉽지 않겠지만 한국을 괴롭히고,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경기를 지배하고 대량 득점을 하는 것이 최고의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며 "말레이시아 선수들에게 손흥민(토트넘) 등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경기를 치른다는 것이 분명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판곤 감독이 이처럼 자신 있게 한국전을 준비하는 것은 지난 2년 동안 다듬은 조직력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을 맡던 김판곤 감독은 지난 2022년 말레이시아 대표팀에 부임한 뒤 팀을 성장시켰다.
김판곤 감독 체제에서 말레이시아는 43년 만에 아시안컵 예선을 통과하며 본선에 올랐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2007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 무대를 밟은 바 있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 관계자는 "김판곤 감독이 부임한 뒤 많은 것이 바뀌었다. 훈련 시스템과 대표팀 운영 방법 등이 전과 비교해 많이 좋아졌다"고 말할 정도로 말레이시아는 변했다.
김 감독 역시 "말레이시아축구협회가 부임할 때부터 대표팀 지휘는 물론 운영 방법 등의 전권을 줬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선수들의 만족감을 높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면서 "코칭스태프가 고생한 덕에 선수들 사이에 만족도가 높고 전력도 좋아졌다. 조직력을 강조하면서 능동적인 축구를 펼치고 있다. 동남아 팀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전력"이라고 자부했다.
김판곤 감독은 "앞서 홍콩 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안컵 예선에서 탈락도 했고, 5년 전에는 한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아시안컵에 나서면서 지도자로 아시안컵 본선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너무 기쁘다"며 "선수들에게도 '우리에게 다음은 없을 수 있다. 본선 출전은 역사적으로 계속 남을 것'이라고 동기 부여를 하고 있다"며 아시안컵을 기대하고 있다.
이어 "아시안컵 이후 월드컵 예선이 재개되기 때문에 이번 대회가 중요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좋은 역량을 보여준다면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고 월드컵 예선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안컵 16강 이후의 다음 목표는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이다. 이번 대회에서 말레이시아 축구의 새 역사를 한번 만들며 말레이시아 축구에 동력을 불어넣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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