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전략 통했다…컵스 일본인 투수 "헤이 시카고" 한 마디에, 기자회견 뒤집어졌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스타들이 대거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했다. 많은 기대를 받고 입단하는 만큼 입단식도 성대하게 열렸다. 강한, 좋은 첫인상을 남겨야 하는 자리에서 선수들은 영어 인사로 현지 취재진과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핸섬?"에 이어 이번에는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가 "헤이 시카고, 왓 두유 세이"라는 노래가사로 기자회견장 분위기를 띄웠다.
이마나가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입단 소감을 밝힐 차례가 오자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헤이 시카고!", "왓 두유 세이? 컵스 고너 윈 투데이"라고 말했다. 재미있어하는 웃음소리 속에 누군가는 박수를 치기도 했다. 사실 이마나가의 첫인사는 'Go Cubs Go'라는 노래 가사에서 따온 것이었다.
전통있는 노래를 자기소개로 준비했다는 점에서 이마나가의 준비성을 느낄 수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도, 이 장면을 중계화면으로 지켜본 팬들도 그 진심을 느꼈다.
이어 이마나가는 "나는 이마나가 쇼타입니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에서 8년 동안 뛰었습니다(I'm Shota Imanaga. I Played Yokohama DeNA Baystars 8years)"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 "컵스 소속으로 이곳에 올 수 있어 행복합니다. 나를 영입한 컵스 구단 구성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리글리필드에서 던질 날이 기대됩니다(I'm Very Happy To Be Here and Be a CUBS. I Want To Say Thank You To Entire Cubs Organization For Having Me and I'm Very Excited To Pitch At Wrigley Field)"라고 덧붙였다.
이마나가는 끝으로 "팬과 동료들을 만날 생각에 설렙니다. 고 컵스 고!(I'm Looking Forward To Meeting Fans and Teammates. Go CUBS Go!)"라고 외쳤다.
미국인들에게는 낯설 일본식 영어 발음이었지만 상관 없었다. 이미 '헤이 시카고'에서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이마나가에게 사랑에 빠진 상태였다. 이마나가는 소감을 밝힌 뒤 "고 컵스 고"라고 다시 한 번 노래 가사를 통해 새 소속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마나가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8시즌을 뛰면서 165경기에 나와 1002⅔이닝을 투구했고 64승 50패 4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2년차 징크스는 대신 '3년차 징크스'가 심하게 왔다. 2018년 23경기 4승 11패 평균자책점 6.80에 그친 뒤 비시즌 호주 프로야구에서 재정비에 나섰다. 그리고 2019년 25경기 13승 7패 평균자책점 2.91의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148이닝 174탈삼진으로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팔로즈→LA 다저스 이적)를 넘어 양대리그 탈삼진 1위에 올랐다. 3월 열린 WBC에서는 미국과 결승전에서 선발투수를 맡아 2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한 이마나가는 컵스와 4년 53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최대 5년 8000만 달러까지 규모가 커지는 옵션이 붙었다.
ESPN은 "이마나가는 일본의 투수 철학자로 알려졌다. 지난해 WBC를 경험한 뒤 큰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키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이마나가는 "나는 완전히 성장한 선수가 아니다. 아직 배울 점들이 많다. 그런 노력 때문에 철학자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얘기했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이정후도 영어 자기소개와 센스 있는 농담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정후가 "Grandson of the Wind From Korea(한국에서 온 바람의 손자)"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기자들이 활짝 웃었다.
이어서 이정후는"젊은 선수로 여기 온 지금부터 언제나 베이에이리어를 사랑하겠다(I Always Have Love Bay Area From Coming Here As a Young Ball Player)고 지역 팬들을 향한 구애의 메시지를 보냈다.
또 "나는 이기기 위해 이 팀에 왔다(I'm Here To Win)며 "동료들과 팬들에게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다(And I Will Always Give My Best Effort To Teammates And Fans)"고 다짐했다. 이정후는 자기소개를 마치며 "Let's Go Giants!(가자 자이언츠)"라고 크게 외쳤다.
유니폼을 입은 뒤에는 취재진을 향해 "핸섬?"이라고 물어 또 한번 기자회견장을 웃음으로 물들였다. 이런 이정후의 노력에 팬들이 고마워했다. SNS에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었을 거다. 존경스럽다", "외국어로, 외국 기자들 앞에서 하는 기자회견이 쉬웠을리 없다. 대단하다", "연습 많이 했겠다. 보기 좋다. 기자회견에서도 이렇게 노력하는 걸 보니 야구장에서도 열심히 할 것 같다"는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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