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AI스피커 vs 스마트폰 15년만의 진화"…AI갤럭시 미래는
[편집자주] 기술 발전사에서 2024년은 'AI폰의 원년'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거인, 삼성전자가 17일(태평양 표준시) 공개하는 갤럭시S24 시리즈가 생성형AI(인공지능)을 탑재한 최초의 '온디바이스 AI폰'이다. 통신망 연결 없이도 고성능 AI가 제공하는 다채로운 맞춤형 기능을 모두가 한 손에 거머쥐게 된다. 삼성이 이끄는 AI폰의 미래, 그 성패에 대한 전문가 진단,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AI 갤럭시'를 향한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있다. 낙관론은 스마트폰 출현 15년여 만에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SW) 관점의 혁신이 찾아왔다고 기대한다. 갤럭시 S24가 스마트폰 시장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그러나 이미 앱으로 이용하던 생성형 AI 기능을 단말기에 집어넣는 게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느냐는 '회의 또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지나친 기대는 독(毒)'이라는 지적이다. AI폰의 미래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 의견도 여러 갈래다.
사마트 부사장은 "문자메시지를 다른 톤으로 다시 쓰거나 사진 내 피사체를 움직이는 등의 AI 기능은 이미 구현됐고, 다음 단계는 휴대폰의 '인터페이스(이용자의 기기 동작 수단)'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변경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페이스가 변화하는 그 세계로 향하는 것이 기회"라고 강조하며, AI 스마트폰이 이 같은 과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울산과기대(UNIST) 기술사업화센터장인 조원경 교수도 "생성형 AI를 스마트폰 단말기와 혼합한다는, 진화의 개념으로 첫발을 내딛는 상황에서 당장 어마어마한 것을 바라는 것이 오히려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당분간은 클라우드 AI의 도움을 받는 '하이브리드' 형태가 AI 스마트폰의 대세겠지만, 온디바이스 AI 기술 상용화의 기반을 마련한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퀄컴의 크리스티아누 아몬 CEO(최고경영자)는 생성AI와의 결합이 침체한 스마트폰 시장의 부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아몬 CEO는 12일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르면 올해부터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매우 흥미로운 (생성형AI의) 사례를 보기 시작한다"면서 "이는 이용자의 스마트폰 업그레이드를 위한 새로운 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보안 이슈와 맞춤 튜닝(Tuning) 수요를 감안할 때 생성형 AI 서비스는 다양한 엣지 디바이스(스마트폰)로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구조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애플도 하드웨어 혁신만으로는 수요침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에 온디바이스 AI를 통한 구독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폰 매출 감소를 타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학부 교수는 "챗GPT와 구글, 네이버 파파고의 통·번역 기능처럼 개인이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유용한 앱이 이미 많은데, 이것을 디바이스에 넣는다고 획기적이라는 느낌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국내로 범위를 좁히면, 인터넷이나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이 없다. AI폰의 기능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상용화된 기존 앱들과 더욱 비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최신 AI기술을 기기에 결합했다는 것은 마케팅 측면에선 긍정적인 만큼 판매량이 좋아질 수 있다"면서도 "5G 이동통신만으로 누릴 수 있는 전용 콘텐츠나 앱이 없는데도 5G 전용 스마트폰이 잘 팔리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대중의 기대가 높았지만 정작 출시 후에는 여론의 비판을 받는 5G 서비스나 AI 스피커처럼, AI 스마트폰이 일상의 혁신을 추동하는 게임체인저에는 이르지 못하고 '어정쩡한 혁신 사례 중 하나'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다.
최필식 IT전문 작가도 "현재까지 예상되는 AI갤럭시의 기능들은 기존 앱의 기능을 온디바이스에서 좀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정도"라며 "'챗GPT'나 '달리-2'가 선보인 생성형AI 콘텐츠의 경험을 스마트폰에서 구현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LLM(초거대 언어모델)을 활용한 스마트폰, 그것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일지는 여전히 한계가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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