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관계 균형 맞추고 ‘尹心 공천’ 우려 줄이는 게 한동훈의 숙제”
“대한민국 미래로 가는데 정치권만 민주화·산업화 세대 싸워…세대교체 필요”
“이준석 탈당 안타깝지만 배울 건 배워야…신당 이기려면 ‘네 배’ 더 개혁해야”
(시사저널=변문우·이원석 기자)
오는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집니다.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나와 가족, 우리 동네와 대한민국의 운명이 좌우됩니다. 시사저널은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출사표를 던진 각 지역구의 후보들을 만나 출마 포부와 핵심 공약, 정치 현안에 대한 솔직한 소신을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10년째 서울 강동을, 한 자리만 지키며 정치의 세대교체를 외치는 정치인이 있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이재영 전 의원이다. 그는 12년 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초선을 지냈다. 4년 뒤 선거에서 강동을 후보로 출마해 3% 차이로 석패한 뒤 야인이 됐지만 지역을 떠나지 않았다. 비례까지 합쳐 올해 4번째 총선에 출마하는 그는 여전히 40대다. 국회의원을 지낸 게 30대였기 때문이다. 그는 "세대교체가 안 되면 대한민국의 정치 미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가 이렇게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이 전 의원은 국제·경제 전문가다. 의원이 되기 전 해외에서 오랜 시간 공부한 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근무했다. 야인이 된 뒤로 그는 카이스트에서 미래에 대해 공부했고 스타트업도 운영해봤다고 했다. 그가 그리는 강동구 그리고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시사저널은 지난 9일 서울 강동구 사무실에서 이 전 의원을 만나 총선에 나서는 포부, 국민의힘 상황에 대한 견해 등을 직접 들어봤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사실 순번이 24번이어서 큰 기대가 없었는데 당선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어머니(도영심)도 13대 국회의원을 지내셨던 만큼 생소하진 않았다. 특히 당시 다보스포럼 국제기구에서 일하면서 발굴해낸 기후변화, 노동, 경제, 과학 분야의 좋은 정책들을 국내에서 실현시킬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다만 19대 국회에선 서로 인맥으로 이어진 만큼 초선으로서 소외감도 느꼈다. 또 2016년 '탄핵 정국' 이후 우리 당이 대선도 참패하고 모든 인재도 다 빠져나갔다. 그때 정치를 그만 둘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당이 이렇게 볼품없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했다. 이후 2017년 당에서 청년최고위원을 맡고,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오세훈 캠프 소속으로서 숨어있는 청년들을 정치 무대 위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했다."
서울 강동을 지역구에서 10년째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을 맡아오고 있다.
"서울이 보수 험지인 만큼 좋은 인재들이 당협으로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가 버틴 것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권 당협위원장직을 유지한 게 됐다. 저도 잠깐 정치를 그만 둘까도 생각한 적이 있다. 그때 지역에 계신 한 지지층 할머니께서 '이재영을 강동을 대표 의원으로 당선시키고 죽어야하지 않겠나'라면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이때 '우리 지지자들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닫고, 지역과 주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또 10년간 버티면서 '내가 미래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도 계속 고민해왔다. 이후 저만의 콘텐츠를 찾기 위해 카이스트 대학원생으로 입학했다. 또 청년정책 관련 콘텐츠도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2년 동안 운영하며 큰 자산이 됐다. 그러면서 실질적 정책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성장해왔다."
많은 후보 중에서 왜 '이재영'이어야 하는지.
"지금이 강동을 새롭게 발전시킬 절호의 기회다. 그동안 민주당은 강동구 발전에 기여한 것이 없다. 특히 몇 년 전엔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 시·구의원이 모두 민주당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땠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천호를 비롯한 뉴타운 개발도 폐지시켰다. 그래서 천호 2,3동은 20년의 시간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이 우리 편이다. 또 오세훈 시장 있고 구청장도 14년 만에 탈환했다. 국회의원만 이재영이 된다면 강동구의 미래 환경이 만들어진다. 교통 인프라의 핵심인 GTX-D 노선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당에 요구해서 강동을 경유하게 됐다. 잠실에서 멈춘 한강 르네상스도 강동까지 연장되도록 시도할 것이다. 이런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이재영인 만큼, 저를 한번 써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지역구 현역인 이해식 민주당 의원 등 경쟁자들과의 차별점은.
"이해식 의원은 운동권을 기반으로 구의원부터 구청장까지 했지만 그동안 지역구에서 한 것이 없다. 강동구 전체는 서울시 아파트 비율이 평균에 이르지만, 을지역구만 떼어놓고 보면 40%대까지 떨어진다. 개발을 억제한 셈이다. 그래서 이번엔 강동을 주민들이 새로운 선택을 해볼만 하다고 생각된다. 또 정치 세대교체 측면에서도 대비된다. 이해식 의원은 80년대에 머물러있지만 저는 스타트업 등을 경험하고 나이도 젊은 미래지향 정치인이다."
공동저서 《이기적 정치》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세대교체'를 키워드로 내세운 이유는.
"저랑 책을 공동 출판한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과 이승환 중랑갑 당협위원장 모두 보수 험지로 찾아간 사람들이다. 이 지역들은 서울 동부에 낙후된 지역들이고, 공교롭게도 지역 현역의원들 모두 운동권 출신이다. 의도적으로 지역발전을 막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미래로 가고 있는데 정치권만 민주화·산업화 세대 현역들이 싸우고 있다. 이들을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정치 미래가 없다. 그래서 전반적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지.
"우리 당이 김기현 전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은 모두 다 아는 평가였다. 이후 한 위원장이 오면서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지금까지 행보들을 보면 예전 체제 때보단 나아졌고 기대감도 든다. 비대위원 면면의 평가는 분분하기도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윤재옥 원내대표를 제외하면 나이대가 젊어졌다. 세대교체의 심볼이다. 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런 부분들이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한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고, 전임 지도부도 수직적 당정관계로 지적을 받아왔다.
"그 부분에 있어선 '수직 대 수평'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수직과 수평 관계도 필요한 만큼,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한 위원장의 숙제다. 아직 그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나온 것은 없다. 또 비대위 내부에서도 김경률 비대위원이 당정관계 지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를 비춰보면 앞으로도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김건희 여사 특검을 두고 논란이 계속된다.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론 김건희 특검이 리스크의 상징인 것은 맞다. 하지만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관리할 대안이 나오는 것만으로 '윤 대통령이 유연해졌다'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제2부속실은 대통령의 첫 공약 폐지 사례로 남을 수 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선 씨알도 먹히지 않은 특별감찰관 제안을 여당이 받아들인다면 그것만큼 획기적이고 전향적인 것은 없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공천 관련해서도 우려가 많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감이 맞아야 한다. 우리가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한 맛이 있어서다. 이념과 노선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일하는 것도 맞지만, 직종이나 계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내치는 것은 다양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제공해야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이 만약에 훼손된다면 선거에 큰 악영향이 될 것이다."
다양성 측면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구상 중인 개혁신당의 행보는 어떻게 보는지.
"끝까지 함께 하면 좋았을 것인데 안타까웠다. 다만 이런 측면은 있다. 우리 보수진영은 80년대생 이준석 전 대표와 70년대생 한동훈 위원장이 경쟁을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경쟁하고 있다. 이 자체로만 보면 우리 쪽이 훨씬 젊고 신선하다. 이 전 대표가 의미 있는 돌을 던진 셈이다. 또 당원을 4만 명이나 모았다는 것도 신선한 부분이다. 우리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개혁신당을 이길 방법은 '네 배 더 개혁하는 것'이다."
제3지대 신당이 총선에서 거대양당에 위협이 될 수 있을까.
"신당연대가 지금은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워낙 무당층이 많아서다. 하지만 역대 선거를 보면 무당층은 결국 양당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많다.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을 꺼리는 심리 때문이다. 우리도 제대로 한다면 외연확장이 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다만 그러려면 공천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도 한동훈 위원장의 과제다."
이낙연 전 대표도 신당 차리고 함께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빅텐트'가 쳐질 가능성 있을까.
"물론 총선에서 유리한 '기호 3번'을 받기 위해선 할 수 있다. 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정당은 이념과 노선이 뚜렷해야 하는데 그 둘이 어떻게 합쳐질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진보적 보수고 보수적 진보인 만큼, 충돌이 발생할 것이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 사태처럼 '과격한 분당' 경험이 있지 않나. 또 선거 때 단기간 이득을 위한 연대를 유권자들이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21대 국회에 대해 평가한다면.
"입법부로서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180석을 얻은 민주당이 무엇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또 소수였던 우리 당도 국민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른다. 큰 틀에서 사회적 불만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 내로남불의 정점 보인 86(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운동권에 대한 피로감이 늘었다. 정책적 대결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비토크라시(상대 정당이 추진하는 입법과 정책을 방해하는 정치)밖에 없었다고 평가한다."
22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
"지금은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정쟁밖에 남지 않은 정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처럼 극단적 행위들이 나오고 있다. 또 극단에 사로잡힌 유권자들도 화해시키는 것이 정치의 역할인데, 지금의 정치 기득권자들은 할 수 없다고 본다. 무조건 세대 교체가 필요하다. 300명 중 200명이 789(70·80·90년대)세대가 돼야 한다. 사실 이 논의가 국민의힘에선 한 위원장을 필두로 활발하게 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런 이야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더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세대교체 되면 진정 미래 얘기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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