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손절’ 시작됐다…“비싼데 충전할 곳도 부족” 테슬라마저 위태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1. 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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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테슬라 판매량 중국 비야디에 뒤처져
‘최대 고객’ 美소비자들, 전기차 향한 관심 식어
내연기관 차량보다 가격 비싼데 충전 걱정도
美정부, ‘친환경車 산업 확대’ 드라이브 박차
업계는 “현실 모르고 속도 너무 빠르다” 우려
독일 시민들이 지난해 9월 5일(현지시간) 뮌헨 시내 한복판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모터쇼 독일 IAA 모빌리티 오픈스페이스에서 중국 전기자동차 기업 비야디(BYD)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현재 전기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떠오른 미국 테슬라도 처음에는 서서히 시장에 스며들었습니다. 수많은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첨단 자율주행 성능을 내세우며 천천히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렇게 입지를 다져온 테슬라는 약 10년 만에 전기차 산업의 절대강자로 거듭났습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테슬라의 입지도 최근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산업에서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중국 전기차 기업에게 판매량을 추월당하며 ‘1위 자리’를 내려놔야 할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테슬라는 올해 초 진행한 성과 발표에서 지난해 약 48만500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 월가의 예상치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약 52만6000대를 팔아치운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의 성과에는 못 미쳤습니다. 비야디는 아직 미국시장에는 진출도 안 했지만 이미 테슬라의 최대 경쟁자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비야디는 당초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배터리 제작 기업으로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점점 영역을 확대하면서 전기차시장으로 진출하더니 이제는 절대강자였던 테슬라의 목줄을 조여오고 있습니다.

테슬라를 향했던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은 빠르게 식고 있습니다. 이에 수요 역시 급감하면서 위기에 직면할 뻔했지만 테슬라는 공격적인 가격 인하를 통해 가까스로 소비자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테슬라는 최대 경쟁지 중 하나인 중국시장에서도 이미 자사 모델에 대해 가파른 폭의 가격 할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가격 인하가 기업 생존을 위한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테슬라의 모든 경영진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형 모델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던 중국 비야디가 고급화를 통한 ‘럭셔리 모델’을 출시하면서 고가 모델 판매에 주력하는 테슬라와의 본격 경쟁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달 말 투자자들을 위한 수익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는 테슬라 경영진의 고민을 더 깊어지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연간 200만대 이상의 차량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테슬라는 올해 약 210만대 차량을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최대 고객 중 하나였던 미국 소비자들이 전기차에서 눈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인기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가격입니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1.5~2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되면서 전기차는 이 같은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테슬라 충전소에 전기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전기차 평균 가격은 6만544달러(약 7950만원)로 내연기관 차량보다 1만3000달러(약 1700만원) 더 비싼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 자동차 대출 금리까지 급등하면서 전기차는 소비자들로부터 한 걸음 더 멀어졌습니다.

이처럼 비싼 가격과 함께 아직 충분하지 않은 충전 인프라도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주행 중 전기가 방전돼도 당장 이를 채울 수 있는 충전소가 없어 도로 위에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에 전기차 소비 형태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시장에 진입한 초반에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이 첨단기술을 경험해보기 위해 전기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전기차가 어느 정도 상용화되고 기술력을 충분히 맛본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내연기관 차량 대비 ‘더 비싸고 덜 유용한 이동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자동차 딜러로 일하는 미키 앤더슨은 “사람들은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등 응급상황에 병원에 마음 편히 가거나 장거리 여행에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를 원한다”며 “소비자들은 더 많고 안정적인 충전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미국 내 전기차시장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유럽이나 중국에 비해서는 아직 상대적으로 뒤처져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같은 인식을 뒤집기 위해 미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등 정책을 앞세워 자국 내에서 ‘친환경차 산업 키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미 정부의 계획이 현실과 동떨어진 채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11월 자동차 딜러 약 4000명으로 구성된 ‘전기차를 향한 고객의 소리’ 관계자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지난해 기준 전체의 7%에 불과했던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30년 절반 이상까지 끌어올리려는 정부의 계획은 비현실적”이라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실제로 미 전기차 판매량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2022년 60% 성장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47%에 그쳤습니다. 올해에는 이보다 더 줄어 11%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미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는 전기차가 배터리와 충전소 부족 등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80% 더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미 자동차 기업 포드는 자사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F-150 라이트닝 플러그인 픽업트럭’ 생산 계획을 올해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쉐비 이쿼녹스’ SUV 등 전기차 모델 생산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비야디는 새로운 모델을 연이어 출시하며 판을 뒤집으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위협을 타개해야 하는 테슬라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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