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총선 때 흩어졌다 대선 때 합치냐고? 그렇게 살아온 정치인 아냐” [정치킨 인터뷰]

김아연 2024. 1. 1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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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가칭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尹정부의 잼버리 전북 책임론, 호남 입장에서 불쾌한 일”

“새만금 농업전용항 만들어야...정권 초 정운천 의원 농림부장관 추천했는데 무산 안타까워”

“총선 때 흩어졌다 대선 때 합치냐고? 그렇게 살아온 정치인 아냐”

“개혁신당 2호 정책 ‘공립형 기숙학교’는 지방 소멸.저출생 대응 차원”

“한동훈 위원장 5.18 언급만이 능사 아냐...호남의 미래 위해 실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


국민의힘 내에서 비교적 친호남 행보를 보여왔던 이준석 전 대표가 결국 탈당했다. 대선 당시 적극적인 호남 구애 행보를 펼쳤던 정부여당은 잼버리 전북 책임론 등으로 호남 민심과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3당의 깃발을 들고 나선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그가 말하는 ‘지역주의 타파’는 실현될까. 창당 준비에 한창인 이준석 위원장을 서울 마포구 한 사무실에서 짧게 만나 인터뷰 했다.


Q. 국민의힘 내에서는 친호남 행보를 보여온 인사인데, 펼치지 못하고 결국 탈당했다. 개혁신당은 호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정치를 길게 하려면 모든 지역, 모든 세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전국 단위로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모든 지역에 대해 아주 깊은 전문성은 아니더라도 관심과 아이디어가 평소에 있어야 한다. 지방선거 때 호남을 위해서 했던 공약들, 아이디어들을 기억하고 있고 거기에 더 얹어서 무엇을 내놓을지를 요즘 고민하고 있다.


Q. 호남에 대한 메시지를 구체화 중인가?


대선 때, 지선 때 저희가 했던 말들 중 일부 구현된 것도 있지만, 호남의 상당수 숙원 사업들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호남 지역민들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는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잼버리가 잘못됐는데 왜 그것을 전라북도의 책임으로 모는가. 이건 제가 김관영 지사님과도 통화하고 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제 나름대로 그 당시 국민의힘 내에서 메시지를 내보기도 했다. 개혁신당에서도 그런 문제들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적절한 대응을 하려고 한다.


Q. ‘지역주의 타파’가 개혁신당의 핵심 비전 중 하나인데?


개혁신당에 대한 기대 중에 제일 특이한 것이 전라도에서의 지지가 결코 다른 지역에 비해 못하지 않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4개월 동안 실제로 순천에 살면서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도 많고 커피라도 한잔 하고 가라고 하신 분들 많았다. 호남 지역민들이 과거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새로운 정치인에게는 보수나 진보 같은 진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기대를 갖고 접근하시는구나, 저 정치인이 우리 지역을 위해서 어떤 관심을 가지고 무엇을 하겠다고 이야기하는지 주목해 주시는구나 생각했다. 저는 어떤 부담도 없이 호남을 위해서 고민할 수 있는 정치인이다.


Q. 3당 깃발을 들었지만, 총선 때 갈라졌다가 대선 때 결국 또 합치는 거 아닌가?


제가 그런 정치를 해온 정치인인가를 많은 사람들이 보실 거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속에서도 당 대표가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윤석열 대통령에 맞출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개인이지만 대한민국은 더 많은 사람들의 생활의 터전이다. 저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뭐가 옳은가를 항상 보고 움직인다. 과거 우리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서 가장 감동받았던 지점은 김영삼 대통령이 정치에 불러들여서 부산에서 성골처럼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용기 있는 행동을 했고, 3당 합당 같은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노무현의 이변이라는 것이 놀랍게도 어디서 시작됐냐면 당 대통령 후보 경선하면서 전라도에서 터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 사투리를 쓰면서 전라도에서, 광주에서 국민통합을 이야기하고 ‘내 도전하는 모습을 봐달라’고 얘기했을 때 부산 사람을 전라도 사람들이 받아줬던 것이다. 우리 정치에 있어서 감동적인 국면들은 진정성을 갖고 국민을 대할 때 나타난다고 본다. 저는 20년 전에 호남이 그러셨다면 지금도 아마 지역적인 연고나 학연 같은 것보다는 용기를 가장 높게 쳐주실 것이란 확신이 있다.


Q. 대선 때 다시 국민의힘으로 합치지 않고 3당의 깃발을 계속 들고 가겠다는 건가?


노무현 대통령을 보시라. 그렇게 사는 사람은 계속 그렇게 산다. 큰 덩어리에 의지하기보다는 내가 오히려 바른 소리하면서 살겠다, 그거 좀 낙선하고 뭐 하면 어떻냐는 자세로 가는 사람들은 그렇다. 그 길이 좋아서 가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계속 그 길을 가고, 언젠가는 국민들이 그 가치를 평가해 주신다. 저는 그 믿음을 항상 갖고 살아간다.


Q. 호남 내에서도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싫다. 이준석은 나가서 뭘 한다는 거냐?” 묻는 유권자들이 있다. 갈빗집 탈당 선언이나 1,2호 정강 정책 등 기존 정치 문법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뭘 더 보여줄 것인가?


저희의 2호 교육 정책만 해도 지방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전주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갔지만 그 이후에 파생된 산업이 많이 발달하지 못하고 오히려 서울로 갖고 가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지방에 부족한 게 단순히 공기업 하나, 공공 일자리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겠는가. 예를 들면 전에 진보교육감들과 상산고 사이에 있었던 갈등 같은 것도 전주의 경쟁력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상산고 가 어떤 관점에서는 엘리트 부르주아용 학교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누군가가 전주를 볼 때 그 지역의 인재를 기르는 기관으로서 설립자가 사심없이 설립한 아주 좋은 교육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대해서 일부 시민단체나 정치권에서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것은 제가 만약 전주의 정치에 대해서 한마디 보탤 수 있다면, 글쎄다. 좀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지역 내에 한 가지 색깔 정치인들밖에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저희가 말한 것이 공립형 책임학교. 기숙사를 바탕으로 해서 지방 소멸에도 대응하는 차원이다. 사실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출산을 결심하려면 육아의 기간이 너무 긴 것도 문제인데 이런 것들을 해소하는 데 있어 상산고도 좋은 모델이 됐다. 그런데 오히려 그 모델 자체가 공격받는다는 것은 저는 좀 안타까웠다.


Q.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후보의 호남을 향한 구애가 꽤 강했다. “새만금에 기업이 바글바글 몰려들게 하겠다” “전주를 제2금융도시로 만들겠다” 등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당선 후 현실은 거꾸로 가는 듯하다. 선거용 행보였나, 아니면 당선 후 바뀐 것인가?


대통령의 인재 풀이 너무 좁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라든지 전라북도 출신의 인사들이 많이 포진돼 있는 건 맞지만, 그분들이 단순히 그 쪽 출신인 것을 넘어 그 지역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해왔느냐가 되게 중요한 것이다. 단순히 출향민이라고 해서 인사 배분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예를 들어 정운천 전 장관 같은 경우 제가 대표하던 시절 전라북도의 미래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나눴다. 새만금에 대한 저의 관점이나 공약내고 우선순위 세우는 데에 영향을 주었다. 제가 당대표 되고 나서 처음으로 방문한 곳이 새만금이다. 한동훈 전 장관은 비대위원장 되고 나서 영남 방문하고 있잖냐. 제 첫 행보를 찾아보면 새만금에 갔다. 새만금에 신설도로 십자도로에 서가지고 현황 보고받고 했다. 그 자리에서도 말했고, 정운천 전 장관과 항상 얘기했던 게 있다. 새만금은 어차피 땅이 평지이기 때문에 공항을 짓는 것은 오히려 그렇게 돈이 들진 않는다. 새만금의 가치는 농업이나 이런 측면까지 결합해야 한다. 전라북도에 축산업도 있고 여러 농업도 있고 한데, 사룟값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료 관련해서 농공단지를 만들어야 된다. 언론에서는 공항이 자주 나오지만, 오히려 새만금항을 잘 개발하고 농업전용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규모가 있게 말이다. 그런 것까지 구체적으로 내용을 파악했었다. 우리나라에 항구가 여러 개 있지만 부산이나 광양은 컨테이너 화물 위주로 돌아간다. 일본에서 수산물이 수입되면 대부분 통영항 같은 데서 처리가 된다. 그러면 우리 입장에서 봤을 때 농업하면 떠오르는 곳이 김제 일대 등 전라북도 일텐데, 가까운 곳에 농업 관련 수출입 항구이자 사료 곡물을 갖고 와서 가공하고 다시 중국 등에 수출하는 형태의 농공단지는 새만금 외에는 다른 입지가 없다. 이런 것들이 아주 세밀하게 파악돼서 해야 되는 것이다. 이번 정권이 출범했을 때 사실 제가 정운천 장관을 농림부 장관으로 추천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게 실현 안 되어서 전라북도 발전이 저해된 것이 안타깝다.


Q.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광주에 가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봤나?


개헌이 언제 될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헌법 전문이 개정된다면 대한민국의 영광스러운 역사들이 다 담기는 것에 찬성한다.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저는 80년대생이기 때문에 5월 광주의 아픔에 직접적인 책임도 없고, 한편으로는 거기에 대해 왜곡된 생각을 가져본 적도 없다. 제가 올해 한국 나이 마흔이다. 호남에 있는 20대, 30대, 40대는 5.18에 대한 왜곡된 관점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이제는 호남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 한동훈 위원장이 결국 호남의 미래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합한 대안을 내놓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도 5.18 참배는 간다. 소속 의원 전원 끌고. 그런데 그다음에 나온 행동이 예를 들어 새만금 잼버리가 잘못되니까 전북을 탓한다든지...이런 분열적인 구도로 비춰지는 것이 안타까웠던 것처럼 모든 것은 실제로 어떻게 행정을 펼치느냐,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호남을 대하느냐에 달려있다. 5.18 민주화 운동 같은 경우 젊은 세대는 이미 교과서에서도 제대로 배우고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보수정당이 호남에 가면 5.18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게 제일 중요한 것같이 여기는 것도 과거의 문법이라는 것이다. 저희 세대는 전혀 왜곡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제 넘어서야 된다. 한동훈 위원장도 그 이상을 보여줘야 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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