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던 이정후의 팀이 이제 도박까지… '최강 강속구' 힉스 579억에 영입, 그런데 선발이라고?

김태우 기자 2024. 1. 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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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샌프란시스코와 4년 총액 4400만 달러에 합의한 조던 힉스
▲ 힉스는 지난해 모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특유의 강속구를 뽐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3-2024년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에서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었던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가 모처럼 영입 소식을 알렸다. 그런데 설명을 보면 고개가 조금은 갸웃거리는 대목이 있다. 제법 큰 규모의 계약인데, 약간의 도박성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뜻대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현지 언론에서는 추가 선발 보강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등 현지 언론들은 ‘샌프란시스코가 우완 조던 힉스(28)와 계약했다’고 13일(한국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아직 구단의 공식 발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힉스는 샌프란시스코와 4년 총액 4400만 달러(약 579억 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에는 매년 200만 달러(약 26억3000만 원)의 인센티브가 포함되어 있다. 즉, 보장 금액은 3600만 달러(약 473억 원) 선으로 보인다. MLB.com은 인센티브는 소화 이닝 수에 걸렸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은 팀이었으나 행보가 그 기대에는 못 미쳐 팬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해 팀 성적이 5할 아래로 추락한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상당수 비워진 팀 연봉 구조를 이용해 대형 스타들을 영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오프시즌 출사표가 그럴싸했던 셈이다. 이에 현지 언론에서는 샌프란시스코가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코디 벨린저, 이정후 등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스타들 중 상당 수를 쓸어담을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을 내놓기도 했다.

시작은 좋았다. 포수 톰 머피를 영입했고, 이어 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해결책으로 평가됐던 이정후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하며 기세를 올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타격이 내셔널리그 최하위 수준이었다. 좌타자, 중견수 모두 문제가 심각했다. 좌타자로 정교한 타격 능력을 갖춘 이정후는 이를 만회하기 딱 좋은 선수라는 평가가 자자했다. 당장 팀의 리드오프로 거론된다. 이정후 영입까지는 모든 팬들이 환호했다.

그러나 추가 영입이 지지부진했다. 오타니를 놓친 건 그렇다 치고, 야마모토 영입전에서도 지구 최대 라이벌 다저스에 패했다. 근래 들어서는 이마나가 쇼타 영입전에서도 물러났다. 블레이크 스넬과도 연계되고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은 없다. 시애틀과 트레이드로 2021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로비 레이를 영입한 건 그럴싸한 소식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오프시즌 움직임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 상황에서 힉스의 영입은 다소 놀랍다는 평가다. 힉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다. 아롤디스 채프먼의 강속구 독주 시대를 끝냈다는 평가를 한몸에 받는 선수다. 포심도 아닌, 싱커가 100마일(161㎞)을 훌쩍 웃도는 최강의 어깨를 가지고 있다. 그런 특징을 가진 힉스는 경력의 거의 대부분을 불펜에서 보냈다. 셋업맨 혹은 마무리로 뛰었다.

2018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빠른 공으로 세간의 주목을 한몸에 모은 힉스는 2018년 73경기, 2019년 29경기에 나갔다. 다만 2020년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아예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서지 않았고, 2021년도 10경기 출전에 그치는 둥 부상으로 유리몸 이미지만 강해졌다.

▲ 힉스는 2022년 선발 도전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기억이 있다
▲ 선발진 보강에 나서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블레이크 스넬 등 여러 이름과 연계되고 있다

그런 힉스는 2022년 선발 도전에 나선다. 보직을 선발로 바꿔 새 도전을 해보겠다는 생각이었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선발 투수라 리그의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2022년 8경기에 선발로 나섰으나 한계를 드러낸 끝에 다시 불펜으로 원대 복귀했다. 그런 힉스는 2023년 세인트루이스와 토론토를 오가며 총 65경기에 등판, 3승9패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하며 일단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채 FA 시장에 나왔다.

샌프란시스코의 힉스 영입이 관심을 끄는 건 그를 불펜이 아닌 선발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어서다. 인센티브 허들에서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200만 달러의 인센티브는 소화 이닝으로 구성되는데 최소 발동 조건이 100이닝이다. 불펜 투수가 소화하기는 어려운 이닝이다. 결국 샌프란시스코도 힉스를 일단 선발로 실험하겠다는 구상이고, 힉스 또한 선발 재도전 의사가 있다고 봐야 한다. 나이가 젊은 투수이기는 하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평균자책점이 3.85에 불과한 구원 투수에게 4년 보장 3600만 달러는 조금 많은 감이 있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 또한 ‘샌프란시스코가 불펜에서 뛰었던 힉스를 선발로 쓰려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힉스는 항상 선발 출전을 선호했다. 힉스는 지난해 건강했고 부상자 명단에 한 차례도 가지 않았다’면서 건강을 되찾은 힉스가 의외의 선발 자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선발 사정 때문에라도 힉스의 선발 안착은 중요하다. 샌프란시스코는 로비 레이를 영입하기는 했으나 레이는 팔꿈치 수술 여파로 시즌 중반까지는 투구가 불가능하다. 레이 트레이드 당시 선발 자원인 앤서니 데스클라파니가 대신 시애틀로 갔으니 오히려 당장 개막전에 쓸 수 있는 선발 투수의 수가 하나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알렉스 콥은 엉덩이 수술로 역시 개막전 출전이 어렵다. 로건 웹, 로스 스트리플링이 있지만 수가 부족해 힉스가 선발로 나설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힉스는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만큼 탄력적인 운영을 가능케 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구단 사정에 따라 운영하고, 오프너 전술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모든 것은 힉스가 건강을 유지하고 선발로 뛸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성립된다. 메이저리그에서 100이닝은커녕 한 시즌 80이닝 이상도 던져본 적이 없는 힉스의 선발 전환이 아무 문제 없이 이뤄질 것이라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어쨌든 선발 자원으로 힉스를 영입한 샌프란시스코는 선발 및 공격력 보강을 위해 계속 움직을 전망이다. 선발 자원은 더 필요하다. 이에 2023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이자, 남은 FA 시장 선발 최대어인 블레이크 스넬의 이름과 꾸준하게 연계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는 만약 샌프란시스코가 스넬의 금액을 부담스러워 한다면 류현진, 마이클 로렌젠을 비롯한 조금 더 저렴한 옵션에 주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타격 쪽에서는 올스타 및 골드글러브 3루수인 맷 채프먼의 이름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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