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헬기 이송, 부산시민 자존심 뭉개…방탄 국회 이어 또 특권 누린 것”
박근혜·윤석열 대통령 참모 지내…“‘가짜뉴스·가짜정치인과의 전쟁’할 것”
尹캠프·대통령실에서 ‘검증 전문가’로 활약 “천공은 스스로 대통령 파는 사람”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오는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집니다.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나와 가족, 우리 동네와 대한민국의 운명이 좌우됩니다. 시사저널은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출사표를 던진 각 지역구의 후보들을 만나 출마 포부와 핵심 공약, 정치 현안에 대한 솔직한 소신을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정치인, 국회 보좌진 등 여의도인(人)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일해보고 싶어 하는 곳이 있다. 국가의 수장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옛 청와대)이다. 정호윤(44)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팀장은 그런 대통령비서실에서 두 번, 두 명의 대통령을 보좌하는 경험을 했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제1부속실의 일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 감찰 등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팀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했다. 물론 박수만 받는 자리들은 아니었다. 대통령의 보좌진으로서 늘 숱한 공세들과 싸워야 했고, 탄핵 사태도 직접 겪었다.
윤석열 정부 임기 시작부터 가장 중요한 임기 초반 동안 공직기강팀장으로 근무했던 그는 지난해 12월 대통령실에서 나와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다. 올해 4월 총선에 국민의힘 부산 사하을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서다. 그는 국회의원이 돼 자신을 키워준 고향에 봉사하고, 무엇보다 '가짜와의 전쟁'을 하겠다고 했다. 20대 이른 나이에 국회 보좌진으로 여의도 생활을 시작해 두 명의 대통령을 모신 경험까지 정치권에 몸담은 지 어언 20년, 그가 본격적으로 직접 정치인으로서 살아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뭘까. '가짜'와 싸우겠다고 선포한 건 왜일까. 시사저널은 지난 1월6일 정 전 팀장을 만나 두 명의 대통령을 보좌하며 겪은 경험들, 총선에 나서는 포부 등에 대해 들어봤다.
"尹대통령, 여소야대에서 개혁하다 보니 반감 산 부분 있어"
대통령비서실에서 두 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참모로 일했다. 그렇게 발탁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두 번 모두 캠프에서부터 합류해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주로 검증, 네거티브 대응, 위기 관리 업무를 했는데 국회 보좌진 시절부터 특기가 있던 일들이었다. 특히 검증이라는 게 정치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상대 후보자, 혹은 곁에서 일할 사람이 괜찮은 사람인지, 가짜는 아닌지 확인하려면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권을 잡아도 마찬가지다. 검증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걸 나름 잘했기 때문에 중책을 맡을 수 있던 것 아닌가 싶다. 주변 사람들은 무거운 입, 수평적 리더십이 제 장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더라."
박 전 대통령 때는 임기 시작부터 끝까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1부속실에 근무하며 탄핵까지 경험했다.
"가슴 아픈 일이었다. 박 전 대통령도 당시 일에 대해 국민들께 진심으로 직접 사과를 하셨다. 저도 그때 다짐했었다. '보호하는 게 아니라 더 제대로 검증하고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겠다. 그게 정부와 국민을 제대로 모시는 일이다.' 당시의 일을 무조건 비호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비롯해 악의적이고 허위의 정보들이 난무하면서 한 여성의 인격을 땅바닥까지 끌어내린 부분이 분명 있었다. 많은 의혹이 가짜로 판명이 나고 있지 않은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은 어떻게 되나.
"윤 대통령이 2022년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을 받고 합류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대통령의 참모 그룹 중에선 상당히 일찍 합류한 사람 중 한 명이었을 거다. 캠프와 선거대책본부에서 네거티브검증팀장과 공보특보를 맡았다.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당선인비서실 보좌역을 맡았고, 공직기강팀장엔 윤 대통령이 직접 발탁해주셨다."
가까이에서 본 윤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
"정말 애국심이 투철하고 열정이 강하다. 업무에 있어선 정말 강한 추진력도 갖고 있다. 겉으론 터프한 이미지가 강한데 사적으론 한없이 털털하고 스스럼없이 사람을 대한다. 사석에서 말씀을 들어보면 상당히 유식하고 또 매우 세심한 분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을 나오기 전에 부산 사하을에 출마할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지역의 상황, 현안 등을 구체적으로 다 알고 계시더라. 보통 지역구 하나하나의 상황을 다 알기 어렵지 않나."
대통령이 너무 독단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다. 지지율도 임기 초반부터 낮게 형성된 측면이 있는데.
"강한 업무추진력에 대해 얘기했는데 윤 대통령 입장에선 이 나라가 잘 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5년 임기 내에 본인이 뜻한 바 개혁들을 이뤄나가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도와주지 않고 있는 상황 아닌가. 정부의 힘을 통해 최대한 빠른 개혁을 해나가야 하다 보니 국민들이 바라보기엔 너무 터프하고 강하게 느껴졌고 약간 반감을 사게 됐던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번에 총선을 통해 여당이 1당이 된다면 윤 대통령이 국회와 대등한 관계에서 개혁을 침착하게 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대통령의 진심과 열정을 국민들이 헤아려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영부인 체계적 보좌 위해 2부속실 설치 필요해"
정호윤 전 팀장이 일한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증이나 감찰을 담당한다. 윤 대통령이 사정(司正),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관련 업무 상당수도 공직기강실에서 담당했다. 그 안엔 '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한 예방적 감찰도 들어간다. 대선 과정에서 정 전 팀장은 대통령 내외의 여러 네거티브 대응을 담당했다. 그 누구보다도 대통령 내외와 그 주변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공직기강팀장으로 일하며 어떤 성과들이 있었나.
"특별히 하나의 성과를 꼽으라면 대선 이후에 대통령을 팔아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빠르게 파악해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일이다. 매 정권 때마다 이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데 신속한 예방조치를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 '눈을 부릅뜨고 제대로 감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천공'이란 사람이 논란이 돼 왔다. '윤 대통령의 멘토'라고 불리기도 한다.
"분명히 말하고 싶다. 천공은 대통령 내외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면서 자기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팔고 다니는 사람이다. 윤 대통령이 천공과 '한 번 만나본 적은 있다'고 했지만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했다. 실제 제가 파악하기로도 그랬다. 그러나 천공은 김건희 여사를 따라다니고 자기가 계속 (윤 대통령 내외와) 연락을 하고 있고 굉장히 가까운 것처럼 얘기하고 다닌다. 대통령 관저 부지를 선정할 때 천공이 개입했다는 얘기가 있었고 결국 거짓으로 밝혀졌다. 언론 보도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천공의 처신이다. 언론에서 물어봐도 마치 뭐가 있는 것처럼 명확히 대답하지 않았고, 심지어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 '실제로 관저에 갔었는데 마스크 쓰고 차 안에 있었기에 사람들이 보지 못했다'고 얘기하고 다녔다더라."
대선 때부터 김건희 여사 관련 네거티브 대응 등의 업무도 직접 담당해 김 여사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듯싶다.
"일부 언론과 진보진영이 덧씌운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분이다. 상당히 유식하고 생각의 폭이 넓은 분이다. 박 전 대통령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비슷한 일들이 지금 대통령 배우자에게도 향하고 있다. 야당은 사실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여성을 향해 안 좋은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해 덮어놓고 공격하다 가짜뉴스로 판명이 나면 모르는 척한다. 답답하고 화나는 일이다. 이제라도 그런 부분들을 바로 잡아가야 한다고 본다. 그게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가짜와의 전쟁'을 준비하는 이유다."
최근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특검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대통령 배우자 보좌를 담당하는 제2부속실 재설치가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일단 특검은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과 결혼 전의 일이었고 문재인 정부 동안 탈탈 털었지만 기소도 안 된 사건이다.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야당이 국회에서 처리한 정치적 특검이다. 2부속실 설치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이 어떻게 보면 체계적인 보좌가 이뤄지지 못해 이뤄진 측면이 있는데 2부속실이 있으면 여러 논란이 발생할 여지를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86 운동권과 이재명은 '가짜 정치인'"
정호윤 전 팀장이 대선 당시 네거티브검증팀장으로서 맡았던 또 하나의 중요한 역할은 상대 후보였던 현 이재명 민주당 대표 검증이었다. 정 전 팀장은 검증에 가장 자신이 있다고 했다. 현재 이 대표가 검찰로부터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조카 살인 변호 논란' 등을 직접 파헤친 것도 그다. 역할의 특성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그를 '이재명 저격수'로 안다.
이재명 대표와 관련해 직접 파헤친 여러 사건들이 검찰 수사에 이어 재판으로 이어졌다.
"가짜와의 전쟁에서 가짜란 제일 먼저 가짜뉴스겠지만, 두 번째는 가짜 정치인들을 뜻한다. 뻔뻔하고 거짓말을 잘하는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으로 대표되는 사람들이다. 이 대표도 그런 사람이다. 온갖 비리들이 드러났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과가 없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뻔뻔한 모습이다. 그 지지자들은 또 부당하게 권력에 의해 압박과 피해를 받은 사람처럼 포장한다.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느낀다. 이 대표뿐만 아니라 흔히 말하는 진보 세력이 사람이나 정책, 가릴 것 없이 너무 많은 가짜를 만들어 국민을 현혹해왔다. 그들과 싸울 것이다. 국민들에게 그들의 민낯을 알리려 한다. 그게 이번 총선에 도전하는 가장 큰 이유다."
사하을에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왜 사하을 주민들이 정호윤을 주목해야 할까.
"사하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원래부터 사하는 부산의 중심지는 아니었지만 25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제 어릴 적의 사하나 지금의 사하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심지어 옛날엔 다대포라고 하면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너무 한적하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곳인데 호텔도 하나 없고 대규모 컨벤션 시설도 없다. 그동안 이 지역의 정치인들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 저는 20년 동안 정치의 중심에서 국정 경혐을 쌓았고 뛰어난 추진력을 갖고 있다. 또 젊다. 사하를 서부산 신(新)관광단지로 만드는 그랜드 플랜을 제시하고 싶다."
용산(대통령실) 출신들의 출마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는데.
"지역구 250여 개 중에 문재인 정부 땐 청와대 출신들이 70~80명이었다고 한다. 그 중 공천받은 사람이 30~40명, 당선된 사람이 20명이 넘는다. 근데 이번에 선거를 나가려 하는 용산 출신들은 30명 정도다. 거기서 또 공천을 다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극소수라고 보면 된다. 특혜를 받는 것도 아니다. 윤 대통령도 분명하게 경선을 강조했다."
얼마 전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서 피습당하는 일이 있었다.
"부산에서 그런 일이 벌어져서 많이 놀랐다. 정치 테러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문제다. 정말 정말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빈다. 그런데 이 대표는 부산시민들의 자존심을 뭉개고 개탄스러운 일을 벌였다. 국내 최고 수준의 외상센터를 갖춘 부산대병원을 놔두고 헬기를 타고 서울로 간 것은 분명 특권을 누린 거다. 헬기는 정말 긴급한 사람을 위해 쓰여져야 하지 않나. 특권 폐지에 대해 국민이 얘기하고 본인도 얘기해놓고 그동안 자기 방탄을 위해 국회를 이용하고 불체포특권을 앞세웠던 사람이 이번 일로 또 특권을 보여준 것밖에 되지 않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저는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특권은 다 내려놓겠다고 이미 선언한 바 있다."
"사하을에 나온다는 野 이재성, 정책 전혀 몰라"
민주당의 영입 인재 2호인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가 사하을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재성 전 전무는 '다대포에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냈다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말이다. 뭐가 시작이고 끝인지, 뭐가 앞이고 뒤인지를 모르는 거다. 다대포는 지금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등 규제가 너무 많고, 제대로 된 호텔도 하나 없는데 국제 행사가 당장 어떻게 가능한가. 체류형 관광이 돼야 하는데 지금 여건에선 어렵다. 그렇기에 저는 먼저 인프라를 깔고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거다. 그분(이 전 전무)은 기업에만 있던 분이라 정책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당 얘기도 하나 묻고 싶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해 당에 여러 변화들을 주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공무원 출신이지만 감각이 있고 강단이 있으신 분이다. 시작부터 총선 불출마로 특권을 내려놓고 희생을 말한 게 인상 깊다. 그게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은 민주당의 86 운동권 세력도 싫지만 우리 당의 꼰대 이미지도 싫다고 한다. 결국 새로운 정치 세력, 세대교체다. 한 위원장은 거기에 맞는 새로운 인물이고, 우리 당이 앞으로 세대교체 작업을 원활하게 이뤄나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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