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 늘어도 ‘소비 부진’에 성장 체감 미미

2024. 1. 1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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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코로나19 보복소비 1년 반 만에 끝
올해 반도체·IT 부문만 반등…나머지 경제성장률 1.7% 그쳐
‘스필 오버’ 효과 있지만 속도 의문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소비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코로나19 보복소비 효과로 경제가 성장했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소비가 주춤하고 올해에도 예상보다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되면서 오히려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다행인 점은 최근 수출 성장세가 소비 둔화를 상쇄하면서 우리나라 전체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반도체·IT 경기 회복세로 관련 기업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올해에도 2%대 성장을 이끌어 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면 경제 성장률은 1%대 후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훈풍에 관련 산업은 숨통이 트이겠지만, 자영업자와 비반도체 제조업 등의 어려움은 올해도 지속된다는 전망이다.

13일 한국은행 금융·경제 스냅샷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중 민간소비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0.2%에 그쳤다. 코로나19 보복소비 여파로 민간소비 증가율은 2022년 1분기 4%, 2분기 4.1%, 3분기 5.2%까지 늘어나는 추세였지만, 고금리 파급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2022년 4분기 3.3%로 뚝 떨어졌다.

연초 소비 효과가 나타난 지난해 1분기 4.6%로 반등했지만 2분기 들어 1.6%까지 낮아진 뒤 3분기 0%대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한은에서 주요하게 보고 있는 전년 동기 대비 흐름을 살펴봐도 지난해 민간소비는 등락을 반복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GDP 민간소비는 233조7000억원으로 1분기(233조30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월별로 나타나는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전년 동월 대비 1.7% 내린 뒤 6월 다시 1.5% 수준으로 올랐다가, 7월부터 다시 -1.7%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후 11월(-0.3%)까지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부산 남구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야간 선적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반면 GDP 중 수출 증가율은 2022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7.4% 늘었다가 4분기 -2.7%까지 추락했지만 저점을 찍고 확실히 반등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2.0%, 2분기 0.3%, 3분기 3.1%를 기록하며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통관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 10월부터 5% 증가로 전환해 11월 7.7%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11월 경상수지는 40억6000만달러로 7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

우리나라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6.7%로, 주요국보다 수출에 더 많이 의존하는 만큼 수출 성장세가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한은은 우선 올해 소비 둔화를 수출 성장이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2월 전망 전) 중간 점검을 해보면, 소비는 예상한 것보다 다소 낮아져 성장률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했다”며 “반면 수출은 생각한 것보다 높아져 소비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장률 전망은 2.1%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상황에 대해 이 총재는 “성장률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실 내수가 어느 정도 더 떨어질지, 수출이 계속될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수출과 내수가 차별화되면서 경제 성장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금리 인하지만 이마저도 시점은 하반기 이후로 미뤄져 소비자들은 지갑 열기를 두려워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5로 5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여전히 100보다 낮아 비관적이다.

고금리도 이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느끼는 생활 물가는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0.7%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2%인 점을 감안하면 체감 물가는 3.9%에 육박하는 것이다.

결국 수출 기업을 제외한 다른 부문은 지난해보다 더한 혹한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도 신년사에서 “IT 제조업을 제외하고 본다면 올해 성장률이 1.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국민들께서 경기회복의 온기를 충분히 느끼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높아진 물가수준과 고금리 장기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특히 염려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IT나 반도체는 대기업이 많고, 민간소비는 서비스 부문과 관련돼 수출과 소비의 회복 격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커져 시장 금리가 낮아진 점은 플러스(+) 요인이지만, 여전히 부채가 많은 상태에서 금리도 전보다 높아 부담이 있는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필 오버(spillover effect·어떤 요소의 경제활동이 그 요소의 생산성 또는 다른 요소의 생산성에 영향을 줌으로써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대기업 매출이 증가하면 성과급이 늘어 서비스 쪽으로 파급될 수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가장 좋지 않았던 소비가 올해는 조금 나아질 수 있겠지만, 그 속도를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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