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AI로 돈 버는 시대 열릴까?

임태우 기자 2024. 1. 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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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 장터가 열렸습니다. 바로 'GPT스토어'입니다. 가령 수학 천재나 피카소, 패션왕처럼 전 세계인들이 저마다 목적과 임무를 부여하고 학습을 시켜서 이름 붙인 챗봇(GPTs)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 열린 것입니다. 앱을 사고파는 기존의 앱스토어 같은 걸로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아직 이 장터에서는 모든 게 공짜입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 장터에서 파는 챗봇을 쓰려면 먼저 챗GPT의 유료 구독 회원이 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챗봇들은 모두 GPT의 유료 버전(GPT4)을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이 유료 구독에 매달 최소 20달러가 듭니다. 이러한 진입 장벽 탓에 GPT스토어의 무료 운영은 당분간은 계속될 걸로 보입니다.

전 세계 얼리버드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GPT스토어 시장에 뛰어들어 아이디어를 쏟아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마치 이 세상 어딘가 있을 금광을 차지하려고 쉬지 않고 달리는 서부 개척자처럼 말이죠. GPT스토어 개장과 함께 AI 관련 국내외 주식들도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이 시장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증거입니다. 최신 GPT 모델은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와 음성까지 다양한 형태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런 기술 발전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GPT스토어의 등장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앞으로 우리 삶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또 중요한 질문 한 가지, 과연 이것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개장 사흘 째 GPT스토어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약 9만 개의 챗봇(GPTs)이 등록돼 있습니다. 이 많은 수가 한꺼번에 등록된 건 아니고, 앞서 두 달간의 비공개 운영 시기부터 꾸준히 챗봇들이 개발돼 누적된 결과입니다. 오픈AI 사는 공식 등록(published)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3백만 개 이상의 챗봇들이 개발됐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GPT스토어 홈페이지의 UI는 초창기라서 그런지 굉장히 투박하고 엉성합니다. 기능 별로 분류한 카테고리들도 불친절하고, 챗봇들은 대체로 등록 순으로, 기계적으로 나열돼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내가 원하는 챗봇을 찾으려면 검색창 말고는 도움 받을 길이 없습니다. 이런 불친절함은 GPT 사용 저변이 넓어진다면 충분히 개선될 겁니다.

유료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챗GPT 내 GPT스토어 플랫폼은 위 홈페이지보다 좀 더 깔끔합니다. 자체 추천이나 인기 챗봇을 상단에 보여주기도 하고, 카테고리별 분류에서도 좀 더 많은 챗봇들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인기 상위 10개 챗봇을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연구 논문 검색이나 PDF 문서 요약, 이미지 생성 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뭔가 새롭다 할 만한 건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특이할만한 점은 GPT의 대화형 챗봇 기능과 외부 API 연동을 통해서 단순 챗봇 한계를 뛰어넘고 있고, 또 IT 기업들이 기술과 마케팅을 앞세워 재빨리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살펴본 현 GPT스토어의 챗봇 흐름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생산성 향상
2. 지식 전문가
3. 이미지 디자이너

1. 생산성 향상: 대표적으로 블로그나 자기소개서, 논문 등을 대신 써주는 챗봇부터 소소하게는 인스타그램 캡션이나 댓글을 대신 써주는 챗봇까지 있습니다. 이밖에 프로그래밍 코딩을 짜주고, 유튜브 영상을 요약해주고, 특정 분야의 뉴스들을 추려주고, 어떤 긴 글을 카드뉴스나 PPT 형식에 맞춰 짧게 구성해주는 챗봇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이 챗봇들은 PDF와 워드, 엑셀 파일까지 다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일생 생활이나 업무에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정리하면, GPT의 기본 능력을 쉽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챗봇들이죠.


2. 지식 전문가: 마찬가지로 챗GPT의 방대한 지식 학습 덕분에 가능한 영역입니다. 수학과 영어, 철학, 과학 등 각종 학문에서 AI 선생님 역할을 하는 건 물론이고 AI 의사, AI 세무사, AI 변호사, AI마케터 등 각종 전문직들까지 수두룩합니다.

3. 이미지 디자이너: 챗GPT4부터 '그림 그리기' 기능이 새로 장착되면서 특이점이 생기는 영역입니다. AI에게 몇 마디 말만 건네면 회사 로고나 게임 캐릭터, 책 표지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하면 복잡한 인테리어나 패션 디자인까지도 가능합니다. 내가 디자인에 대해 문외한인데도 말이죠. 심지어 가상 세계에 대한 창작도 가능합니다. SF 영화 속 한 장면이나 가상의 사람 모델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분야들보다 창의성이나 혁신의 요소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디자인 결과물을 보면 디테일한 측면은 여전히 사람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짧은 시간에 수만 가지 디자인을 쏟아낼 수 있다는 점에선 어마어마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챗봇은 텍스트이건 음성이건 대화를 하면서 각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가 편리합니다. 게다가 외부 API 연동을 잘 활용한다면, 기존 앱들이 구현한 기능을 얼마든지 GPT로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앱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챗봇 만드는 입장에서도 기존 앱 개발과 달리, 어떤 전문적인 프로그래밍이나 코딩 실력 없어도 쉽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확장 가능성이 큽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아이디어만 있으면, GPT와 대화를 통해서 특화된 훈련과 학습을 시키고 '나만의 챗봇'을 만들어 장터에 내놓을 수 있죠.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쏟아부어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껏 손쉽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실험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거대한 무대를 만든 셈입니다.

그렇다면 GPT스토어는 우리가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일까요?

새로운 기회인 건 맞습니다.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죠. 현재 유료 장벽이 걷히고 대중화가 더 앞당겨진다면, 그리고 우리 일상을 파고들 소위 '킬러' 챗봇 서비스들이 등장한다면 말입니다. 전 세계 자본이 더욱 집중될 것이고 챗봇 개발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습니다. 이는 본격적으로 시장 메커니즘이 굴러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러려면 GPT 기술과 동향을 익히고 하루라도 빨리 '나만의 챗봇'을 시장에 내놓는 게 중요합니다. 오픈 AI는 오는 1분기에 인기 챗봇들 위주로 수익 배분 계획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아무리 개인이 먼저 빨리 뛴다 한들, 프로 육상 선수를 이길 수 없는 것처럼 챗봇 시장도 마찬가지로 개인이 대기업의 자본과 마케팅, 기술력을 이길 수 있을진 의문입니다. 앞서 잠깐 소개한 GPT스토어의 인기 추천 챗봇들의 경우 이미 상당수가 IT 기업들이 자사의 기술력을 내세워 외부 API 서비스를 연동하고 챗봇 기능을 차별화한 것들입니다. 개인이 이들과 경쟁하려면 틈새 시장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는데 적극적으로 매진해야 합니다.


챗GPT를 포함한 인공지능 기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GPT스토어 같은 거래 시장도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가오는 몇 년 내에 우리 일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GPT스토어로 모여들고 있는 전 세계 집단 지성이 일상을 뒤바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아, 바로 위의 삽화는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주제로 AI가 만화풍으로 그려준 그림입니다. 마음에 드시나요?

임태우 기자 eigh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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