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떼는' SK스퀘어, 11번가에겐 독일까

한전진 2024. 1. 1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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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11번가 강제매각 본격화
SK스퀘어 "차질없이 FI에게 협조"
큐텐·아마존· 알리바바 '유력 후보'
/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11번가의 '강제매각'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다만 이번 매각의 주체는 11번가의 모회사 SK스퀘어가 아닌 재무적투자자(FI)입니다. SK스퀘어가 11번가에 대한 콜옵션을 포기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11번가는 FI의 '드래그얼롱'을 통해 강제매각을 당하게 됐습니다. 이는 FI가 SK스퀘어의 11번가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예상과 달리 SK스퀘어는 11번가 강제매각에 협조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당초 업계에서는 FI와 SK스퀘어의 갈등을 예상했습니다. '신뢰를 저버린 선택'이라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SK스퀘어에게 11번가는 '아픈 손가락'입니다. 매각을 빠르게 마무리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입니다. 큐텐,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 유력 인수 후보로 점쳐집니다. 

11번가 강제 매각 돌입

11번가의 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최근 11번가의 매각 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에이치앤큐(H&Q) 코리아 등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이 FI들은 지난 2018년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18.18%를 가져갔습니다.

당시 FI는 5년 내 기업공개(IPO)를 투자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하지만 11번가는 지난해 9월까지였던 기한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이 매우 치열해지면서 11번가의 적자가 지속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11번가는 지난 2020년부터 3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고금리에 따른 자본시장 위축 영향도 컸습니다. 

11번가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이후 SK스퀘어는 11번가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습니다. 콜옵션이란 FI가 보유한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시 투자 약정에 따르면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할 경우 FI는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FI가 직접 매각 작업을 통해 원금 회수를 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이번 매각은 SK스퀘어보다 FI가 자금을 먼저 회수하는 워터폴(Waterfall)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매각 희망액은 6000억원대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FI의 투자 원금 5000억원에 약 8%의 이자 수익을 붙인 정도밖에 안 되는 규모입니다. 지난 2018년 투자 당시 11번가의 기업 가치는 3조원 수준이었습니다. 여기에 비춰 보면 너무 초라한 금액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FI들이 원금만 회수해 엑시트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래도 11번가 입장에서 최악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SK스퀘어가 강제매각에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어섭니다. 당초 업계에서는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로 향후 FI와 SK스퀘어의 불협화음을 점쳤습니다. 콜옵션 포기로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사실 업계에서 드래그얼롱은 만일을 가정한 안전장치로 통합니다. 리스크를 분담하자는 것인 만큼 '약속을 잘 지키자'는 의미가 큽니다.

11번가 / 사진=비즈워치

그만큼 드래그얼롱은 흔한 사례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수년간 소송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2011년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두산그룹은 DICC의 드래그얼롱을 둘러싸고 'IMM PE' 등 FI와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FI는 두산 측이 실사 등 매각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SK스퀘어가 비협조적으로 나왔다면 매각이 지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SK스퀘어는 FI에 협조해 원만하게 매각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11번가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불안정한 경영 상황을 빨리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사실 SK스퀘어 입장에서 11번가는 손실만 가져다 준 곳입니다. 두산의 알짜였던 DICC와는 다릅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외부 실사가 진행될 경우 민감한 자료 요구 등 어려운 부분이 많겠지만 차질없이 FI에게 협조할 계"이라고 말했습니다. 

11번가의 앞날은 

가장 궁금한 것은 11번가의 미래입니다. SK스퀘어도 적극적인 만큼 매각 작업에 더 속도가 붙을 가능성 큽니다. 가장 유력한 관측은 큐텐과의 재협상입니다. 앞서 SK스퀘어와 큐텐은 적극적으로 M&A협상을 벌였습니다. 실제로 큐텐은 수개월 간 11번가의 실사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결렬 두 달 전까지 양사의 협상 분위기가 좋았다"며 "지급보증 등 문제를 놓고 막판에 협상이 틀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외의 인수 가능 업체로는 아마존과 알리바바그룹이 거론됩니다. 아마존은 11번가와 전략적 제휴 관계에 있는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입니다. 알리바바그룹은 글로벌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다만 아마존은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습니다. 앞서 11번가와 직구관 등을 만들었지만 큰 반향은 없었습니다. 알리바바그룹 역시 '반중 정서'라는 여론의 큰 반발을 넘어야 합니다.

/ 사진=11번가 홈페이지 캡처

무엇보다 SK스퀘어와 FI의 협조가 앞으로 잘 이뤄질지도 지켜볼 부분입니다. 현재 알려진 몸값이면 SK스퀘어는 11번가를 매각해도 사실상 얻는 금액은 '0원'입니다. SK스퀘어와 FI가 매각 가격 등을 놓고 틀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겁니다. 매각 주도권은 FI로 넘어갔지만 SK스퀘어의 협조가 없다면 순조로운 매각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11번가는 M&A와 별개로 2025년 흑자전환 목표를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지난 11일 새해 첫 타운홀미팅에서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과 글로벌 사업자들의 진출 그리고 주변 환경 변화 등 올해도 모든 것이 녹록지 않지만 11번가의 힘을 믿고 우리 고객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과연 11번가는 하루빨리 인수자를 찾아 흑자전환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함께 지켜보시죠.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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