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제3지대 빅텐트'는 몇 석을 얻을까

천남수 2024. 1. 1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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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오른쪽)이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위해 개혁신당(가칭)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걸어나오고 있다. 현역의원으로는 처음으로 허 의원이 탈당하면서 보수정당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연합뉴스)

‘탈당’ ‘입당’ ‘분당’ 그리고 ‘이삭줍기’ ‘제3지대’ ‘빅텐트’ 주로 선거를 앞두고 회자되는 용어들이다. 한국정치의 독특하지만 후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총선에서도 예외없이 이 말들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각 정당의 공천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이들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대체로 불공정한 경쟁이었다는 점을 부각한다. 이렇게 이탈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제3지대’다. 그리고 그곳에 가급적 덩치가 큰 정치결사체를 세워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고 시도한다. 그 결과물이 ‘제3지대 빅텐트’다.

우리나라 정치를 양분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그룹의 총선 출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검찰 출신과 비서진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고, 장차관 출신들도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사정은 더 복잡하다. 이른바 ‘비명’ 의원으로 알려진 지역구에는 ‘친명’을 자처하는 후보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최근 양당은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당연한 얘기지만, 양당 모두 정당한 절차를 통해 공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이번 총선을 통해 당내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킨 양당은 이제 본격적인 공천작업에 나서게 된다. 공천 과정이 진행될수록 당내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이 틀림없다. 국민의힘은 이미 대표적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 선언했다. 영남권 중진의원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이유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탈당에 이어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 총선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이미 비명계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는 친명을 자처하는 후보들의 도전이 거세다. 민주당은 경선룰이 있기 때문에 시스템 공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비명계 의원으로 낙인찍힌 현역들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은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구에 현역의원이 있다. ‘윤석열 정권 심판’여론이 강한 수도권은 야댱이 유리한 상황이다. 공천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공천에서 패배하거나, 패배할 가능성이 높은 정치인들은 결국 다른 선택지를 찾아야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나란히 신당 창당에 나섰다. 거대 양당의 대표를 지냈던 인물이 자신의 정당에서 탈당해 제3지대에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있는 것은 한국정치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여기에 플랫폼을 자처하는 ‘원칙과 상식’의 민주당 탈당 의원 그룹도 있다. 금태섭, 양향자 의원 등의 창당도 추진되고 있다. 이들은 양극단의 양당 체제의 한국정치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제3지대에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만든다고 했다. 양당제의 폐단을 극복하는 것은 다당제가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제3지대에 대해 위키백과는 대한민국에서 민주당계 정당과 보수정당이 국회를 양분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며 3지대를 주장할 때 나오는 말이라면서 지역 홀대론, 인물론, 무당층과 정치적 무관심층 포섭을 기조로 두는 정당을 이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온라인 백과사전 격인 위키백과에 나올 정도로 제3지대는 우리 정치사에 일상적 용어가 됐다. 그런데 제3지대는 실질적인 국민적 지지를 기반으로 삼았다고 보기 어렵다. 거대 양당 정치에 불만이 있는 국민을 기반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네거티브적 요소가 강하다. 정체성보다는 반사이익에 기댄 측면이 강하다.
 

▲ 2019년 4월 제21대 총선을 1년 앞두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박주선 의원, 유승민 의원 두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이날 박주선 의원은 “제3지대 빅텐트를 민주평화당과 해야하며 손대표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듬해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완패하고 말았다. (연합뉴스)

지난 2020년 제22대 총선에서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무소속 등을 통합해 창당한 민생당의 손학규 민생당 대표는 “한국정치의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제3지대 중도 통합은 기존 정당과의 통합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지만, 이들 정당과의 통합은 필수적 요소”라면서 ‘제3지대 빅텐트’를 통해 민생중심의 실용적 중도 개혁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생당은 총선에서 완패하고 말았다. 이렇듯 그동안 제3지대 정치를 표방하는 이들은 중도개혁, 통합정치, 새정치, 다당제 등을 내세웠지만, 거대 양당의 서슬에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한편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돌풍을 일으키며 호남권을 석권했지만, 수도권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했다.

하여간 한국정치에서 제3지대라 불리는 정당의 역사는 때론 적지않은 지지를 받았지만, 거대 양당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여왔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어찌보면 ‘이합집산’이라는 독특한 풍조를 보이고 있는 한국정치 현실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이들의 선택이 퇴행인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지는 국민이 선택할 일이다. 그 순간도 얼마남지 않았다. 2024년도의 제3지대 빅텐트는 어느 정도 규모로 쳐질 것인가. 그리고 국민은 그들에게 몇 석의 의석을 줄까.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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