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자막 수정부터 객석 안내까지…늘어나는 '접근성 매니저'

최주성 2024. 1. 1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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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공연장과 소통하며 배리어프리 공연 관람 지원하는 역할
'푸른 나비의 숲'·'키키' 등 공연 때 접근성 매니저 상주
공연장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공연에 사용할 자막과 음성 해설을 다듬는 일부터 관객을 공연장 객석까지 안내하는 역할까지….

'접근성 매니저'들이 비장애인 관객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

13일 공연계에 따르면 배리어프리 공연이 늘어나면서 '접근성 매니저'라는 새로운 역할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장애인 휠체어석 [서울어린이대공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리어프리(barrier-free) 공연은 자막, 음성 해설, 수어 통역 등을 갖추고 있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을 말한다. 접근성 매니저는 관객이 배리어프리 공연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접근성 매니저의 주요 업무는 제작사, 관객 등과의 소통이다. 공연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장애를 가진 관객의 관람에 장벽이 될 수 있는 요소를 따져보고 공연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의견을 전달한다.

먼저 배리어프리 공연이 제공하는 자막·음성 해설, 수어 통역 등을 다듬고 조정한다. 자막을 제공하지 않는 작품인 경우 제작사 측에 자막 제공을 제안하기도 한다.

또한 관객의 특성을 파악하고 공연장이나 제작사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파악한다. 공연장에 방문하는 이동 약자 관객이 도움을 요청하면 접근성 매니저가 공연장 밖에서 관객을 객석까지 직접 안내하기도 한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관객이 제공하는 피드백을 모아 제작진에게 전달하고 개선할 점을 파악한다.

뮤지컬 '푸른 나비의 숲' 접근성 공지 [모두예술극장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접근성 매니저에 관한 공식적인 법이나 규정은 아직 없다. 배리어프리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작진은 필요에 따라 접근성 매니저를 섭외하고 있다.

정혜민(33) 씨는 지난해 12월 22∼25일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푸른 나무의 숲' 공연 때 접근성 매니저로 상주했다.

정씨는 사전에 접근성 지원을 신청한 관객과 소통하며 장애 유형별로 필요한 부분을 준비했다. 접근성 지원을 신청한 관객은 회차당 10명 내외지만, 사전 문의 없이 방문한 장애 관객을 현장에서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모두예술극장의 경우 장애 예술인을 위한 공간이라 휠체어 이용 관객이 사전 문의 없이 방문해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며 "배리어프리 환경을 마련하는 공연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를 볼 때 비장애인도 자막을 켜고 보듯, 배리어프리가 모든 사람의 감각을 넓히는 장치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배리어프리의 목표는 관객의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예산 문제로 배리어프리 요소를 도입하지 못하는 경우,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전에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객이 배리어프리 공연을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미리 정보를 제공하면 관객이 전화해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 묻는 수고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접근성 안내 [인터파크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달 27일부터 2월 25일까지 한국콘텐츠진흥원 CKL스테이지에서 열리는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도 일부 배리어프리 회차에 접근성 매니저가 상주한다.

이 작품은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주인공 키키가 상담을 거쳐 자신의 병을 다루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다.

접근성 매니저는 대본 열람 서비스, 사전에 무대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터치 투어 등 공연이 제공하는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공연한 연극 '부동산 오브 슈퍼맨'도 접근성 매니저가 상주하며 관람을 도왔다.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포스터 [공연제작소 작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리어프리 공연이 늘어나면서 접근성 매니저라는 새로운 역할도 공연계에 점차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장은 "접근성 매니저는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며 "접근성 매니저를 직업으로 만들고자 접근성 매니저 교육 과정을 개발하려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배리어프리와 공연 접근성과 관련한 매뉴얼과 가이드북을 개발하고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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