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다시 찾은 음악 열정, ‘참새와 허수아비’의 조정희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나는 나는 외로운 지푸라기 허수아비,
너는 너는 슬픔도 모르는 노란 참새~”
산 사랑의 시작이었다. 보통 힘들면 다시 산에 안 갈 수도 있었지만 그는 달랐다. 산이 그를 불렀다. 그는 “그때 만약에 제가 아프다고 포기했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 것이다”고 했다. 가수 생활을 뒤로하고 결혼한 뒤 아이들 육아에 집중했고, 30대 중반부터 헬스로 몸을 만들던 그였다. 먼저 집에서 멀지 않은 청계산과 대모산을 시작으로 북한산, 북악산, 인왕산 등 수도권 산을 올랐다. 그리고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등 전국의 명산도 탔다. 주 4일을 등산할 만큼 열심이었고 지금도 시간이 허락되면 주 2~3일 산에 오르고 있다.
“산을 타면서 더 건강하고 단단한 몸을 선물로 받았어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연 가운데 저는 산이 가장 좋습니다. 말없이 받아주는 그 넉넉한 품이 늘 그립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다른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산길을 걷다 보면 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1월 산행을 15회 갈 정도로 겨울 산을 좋아합니다. 여름엔 적당한 우중 산행도 즐깁니다. 살갗에 빗물이 부딪히고 빗줄기를 보며 걷는 그 맛은 경험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힘들지만 피톤치드를 흠뻑 마시며 산행을 마치고 나면 제 몸이 말합니다. ‘너무 좋다’고.”
“히말라야는 산을 오를수록 신비로움에 휩싸여요. 네팔의 작은 에베레스트로 불리는 피케이피크에서는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요. 정말 환상적이죠. 그런데 히말라야는 전기와 난방, 화장실 등 생활 환경이 열악해요. 산을 오르면서 고산병도 극복해야 하죠. 그런 여건에 적응하고 극복하면서 정신적으로도 크게 성장했어요. 경이롭고 위대한 자연 앞에서 저 자신이 손톱만큼의 점도 안 되는 존재임을 느끼며 겸손도 배웠어요.”
조 씨는 “산행과 신앙은 닮아 있다”고 했다.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도 어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죠. 산행과 신앙은 모두 스스로를 다스리고 이겨내야 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산을 오르는 건 힘든 일입니다. 도전하며 고통을 이겨내는 산행을 통해서 마음의 근육을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국내 산 중에서도 바위가 많은 설악산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산은 다 좋아요. 그중 설악산은 그 깊이와 웅장함이 우릴 푸근하게 품어주잖아요. 공룡능선, 한계령, 오색약수 코스 등 설악산 코스는 다 좋아요. 저는 바위가 주는 느낌이 좋아요. 바위의 기운이랄까? 신발이 바위에 닿는 느낌이 좋고, 바위산은 깨끗해요. 정상이나 큰 너럭바위가 있으면 한참을 머물며 바위를 느끼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되도록 혼자 산에 가진 않아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서도 혼자 산에 가는 것은 위험하지요. 또 단체 산행보다는 서너 명이 가는 산행을 선호합니다. 산행은 긴 시간 함께 하잖아요. 정말 힘든 상황에서 거의 극기 훈련 같을 때도 있어요. 그때 자신을 다 노출할 수밖에 없지요. 서로를 이해해주는 배려심이 필요합니다. 그런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산을 오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등산을 하면서도 헬스도 계속 즐긴다. 힘들게 산을 오른 다음 날 스트레칭을 하고 달리고 나면 몸이 훨씬 개운하다. 그는 “운동을 하는 건 우리가 매일 밥 먹고 숨 쉬는 거와 같다. 그러니까 그걸 안 하고서 어떻게 우리가 건강하기를 바랄 수 있겠나. 건강하게 살기 위해 운동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가요제는 왜 나갔을까?
“제1회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곡 ‘나 어떡해(샌드페블즈)’를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이후 매년 이어지는 대학가요제를 보면서 대학에 가면 꼭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노래를 잘하고 좋아했던 저에게 대학가요제 출연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왜 가수로 활동하지 않았을까?
“대상을 받은 뒤 대학 축제에 불려 다녔고, 방송 출연, 음반 발매 제안 등 큰 기회가 제게 왔죠. 그런데 어린 마음에 감당하기 버거웠어요. 대학가요제는 노래를 잘하고 좋아하는 대학생이면 출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간 것입니다. 이것을 가수가 되기 위한 등용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어떤 방송 프로그램 녹화에 갔는데 아침 9시부터 밤까지 리허설을 했어요. 종일 기다렸다가 노래했다를 반복했어요. 굉장히 힘들었어요. 음악 하는 건 좋았는데 이걸 직업으로 삼는 건 자신이 없었어요.”
“등산은 실력이 아니라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아주 심하지 않으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행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영국의 등반가 조지 말로리가 ‘거기 산이 있으니 간다’고 했지요. 저도 그래요. 산이 좋습니다. 늘 순수와 열정, 진정성 이런 단어들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려 합니다. 산을 오를 때도 그렇고요. 100세 시대, 국민 여러분께서도 산과 더욱 친해져서 산이 갖고 있는 그 여여함의 힘을 늘려나가는 2024년이 되길 소망합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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