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일정에 맞추면 끝없어”…법원, 당분간 ‘李없는 李재판’ 진행키로[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2022년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55화입니다. |
12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법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배임·뇌물 혐의 등 재판에서 이 대표의 변호인은 “퇴원 모습을 보니 (이 대표가) 말하는 것조차도 상당히 힘들어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인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공판준비기일로 변경돼 진행됐습니다. 이 대표는 이달 2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인근에서 김모 씨(67)로부터 흉기로 습격을 받아 왼쪽 목 부분을 찔린 뒤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10일 병원에서 퇴원한 이 대표는 현재 자택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법원 “이재명 일정에만 맞추면 재판 끝없어”
재판부는 이 대표 측의 의견에 난색을 드러냈습니다. 이 대표가 앞서 진행했던 단식과 핵심 증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의 교통사고 등으로 이미 재판 일정이 수차례 밀리며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심하던 재판부는 “과거에도 언급했지만, 이 대표 일정에 맞춰 재판을 진행하면 끝이 없다. 공판기일 외 증인신문 절차를 활용해 재판을 진행하겠다”며 이달 23일로 다음 재판 일정을 통보했습니다. ‘이재명 없는 이재명 재판’이 진행되는 셈입니다.
형사재판은 피고인 출석이 원칙입니다.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신문은 보통의 형사재판에서 자주 쓰이는 절차는 아닙니다. 피고인이 정당한 사정으로 출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인이 이를 모르고 출석한 경우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쓰는 게 보통입니다. 대신 이 경우 추후 피고인이 출석했을 때 앞선 증인신문 내용에 동의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증인신문 내용이 증거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재판부가 이렇게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한 건 나름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가 습격당해 입원해 있을 때는 재판부가 이 대표의 출석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해 기일을 연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마냥 기일을 미루기 애매한 상황이라고 본 것 같습니다. 이 대표가 어쨌건 퇴원한 상태이긴 하고, 다만 정상적으로 재판에 임할 수 있는 상황인지까지는 잘 모르겠다는 고민이 반영된 판단이라는 겁니다.
●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판사 사표…총선 전 결론 불가능
한편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도 변수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재판장으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해온 강규태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30기)가 최근 사표를 냈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하는 등 대통령 당선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강 부장판사는 ‘재판 고의 지연’ 등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최근 지인들과 단체 대화방에서 답답함과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 부장판사는 “상경한 지 30년이 넘었고 지난 정권에 납부한 종부세가 얼만데 결론을 단정 짓고, 출생지(전남 해남)라는 하나의 단서로 사건 진행을 억지로 느리게 한다고 비난을 하니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고 합니다.
강 부장판사 사표와 재판 고의 지연 논란을 둘러싼 판단에 참고 될만한 몇 가지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이 사건은 2022년 9월 기소 후 1년 6개월째 1심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이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 후보가 임기를 거의 채우는 걸 막기 위해 기소 후 6개월 내 1심 선고를 하도록 한 점을 고려하면 지연은 맞습니다. 다만 증인이 50여 명이나 신청됐고, 이 대표 측은 당무 등을 이유로 재판 빈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재판부가 이를 마냥 무시하고 속도를 내긴 어려웠던 상황도 분명히 있었던 것입니다.
참고로 법원 내부에선 강 부장판사가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지거나 그에 연연하는 판사가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강 부장판사를 잘 아는 한 판사는 “이 대표 사건의 양형 판단에 ‘제1야당 대표’라는 점은 고려하지 않을 딱딱한 판사”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고의 지연’으로만 단정 짓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중요 형사 재판이 막바지를 향해가던 도중에 사표를 낸 것에 관련해선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재판부가 교체되면 별도의 공판 갱신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새 재판장이 그간 이뤄진 심리 내용을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4월 10일 총선 전 1심 결론이 나오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배임·뇌물 혐의 등 재판은 이달 23, 26, 30일 세 차례 기일이 잡혔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이 대표,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측의 반대신문이 연달아 진행될 예정입니다. 교통사고 여파로 치료받았던 유 전 직무대리 역시 출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이달 19일 예정되어 있는데, 이 대표가 정상적으로 출석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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