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옷도 만드는 1000년 ‘한지’ 파리를 주름잡다 [함영훈의 멋·맛·쉼]

2024. 1. 1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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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오브제서 요즘 잘난 것들도 제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우리나라 종이의 역사는 2000년 이상, 고대국가 성립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하이엔드 고퀄리티 종이’인 한지는 고려시대 이후 세계 최고 품질을 인정받았다.

방탄소년단(BTS) 여행 성지로도 유명한 완주의 소양면 일대는 건강한 닥나무를 손 가공한 한지가 고려~조선~대한민국 최고로 꼽히는 곳이다.

한솔제지가 있는 원주도 한지로 유명하며, 뮤지엄 산 등 한지를 매개로 한 에듀테인먼트 체험관광지가 많다.

완주 소양면 대승한지마을에서 생산한 한지 ‘고려지’는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전문기관들이 세계 최고의 종이로 칭송했다.

BTS돌다리로 유명한 소양면 창포마을 옆 대승한지마을은 한지생산, 한지체험학습 모두 하는 곳이다.

한지로 만든 당의
아이들의 한지만들기 체험

소양 대승 한지는 워낙 강하고 활용도가 높아 한국 회화, 서예는 물론, 지갑(한지로 만든 갑옷), 지면(솜), 지혜(종이 신발), 지배자(종이 노끈으로 짠 옷), 귀족여성의 예복인 당의, 독성 강한 액체에도 끄떡 없는 요강 까지 만들었다.

전통한지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보존성, 잘 찢어지지 않는 내구성 등, 품질이 뛰어나 세계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2017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일본의 화지(和紙), 중국의 선지(宣紙)를 제치고 ‘기록 유물 복원용 종이’로 우리 전통한지를 채택했고,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 보존복원 중앙연구소는 2016년부터 작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전통한지 5종에 대해 문화재 보수·복원 용지로 적합하다고 인증했다. 문체부는 한지의 국내수요가 없자, 한지정책협의체를 통해 열었고, 문체부, 행안부는 물론이고 많은 공공기관에서 표창장과 상장을 전통한지를 사용토록 독려하고 있다.

한지가 신년 벽두부터 다시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친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은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테리어·디자인 박람회인 '메종&오브제 2024'에 참가해 ‘2023 한류연계 협업콘텐츠(한지) 기획개발 지원’ 사업의 결과물인 한지문화상품·작품을 선보인다.

1000년전부터 코리아는 종이로 갑옷과 요강까지 만들었다고 하면, 세계 어느 종이가 감히 맞짱 뜰 수 있을까.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프랑스 파리 메종&오브제는 매년 6700명 이상의 전문 바이어가 참여하는 박람회로, 지난 1월에 열린 동계 행사에는 144개국에서 6만7429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프랑스 파리, 메종&오브제 ‘한지의 현대예술적 조명’ 안내 타이틀 이미지

‘봄을 오르다(ESCALADER LE PRINTEMPS)’를 주제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는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류문화 예술인(이하 한류 IP)’ 3인과 참여작가 5인이 서로 다른 시선으로 해석한 한지의 예술성과 활용성을 새롭게 조명한다.

파리, 워싱턴, 뉴욕 등에서 활발한 전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계적인 조각가 박선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특유의 숯을 활용한 설치미술과 함께 한지로 만든 병풍과 돌그릇을 선보인다. 자연물에 집중하는 그의 작품 철학이 빛을 은은하게 투과하는 한지와 만나 한층 더 확장된 세계관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중 한 명인 이갑철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사진을 한지로 인화한 사진집을 선보인다. 특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앵글 속 짙게 밴 한국적 정서가 전통 한지라는 매개 위에 얹혀 강렬한 우아함이 돋보인다. 필름 카메라 한 대를 들고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누비며 작업해온 그의 사진이, 파리 한가운데 펼쳐지며 한국의 미를 전파할 예정이다.

‘김선희’, ‘바이그레이’, ‘스튜디오 누에’, ‘스튜디오 신유’, ‘스튜디오 포’로 이루어진 참여작가 5인은 한류 IP인 박선기, 이갑철 작가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만든 한지 작품과 상품을 개발했다. 박선기 작가로부터 영향을 받은 ‘김선희’, ‘스튜디오 신유’, ‘스튜디오 포’는 저마다의 해석으로 빛, 조형, 물성의 세계로 이끈다. 이갑철 작가의 사진을 모티프 삼은 ‘바이그레이’와 ‘스튜디오 누에’는 자연과 시간, 사유의 정서를 담아냈다.

이번 메종&오브제 2024 전시는 아엘시즌(김미연)이 기획·연출했다.

공진원 장동광 원장은 “우리 소중한 자산인 전통 한지를 유럽 중심에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며 “특히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한류문화예술인과 참여작가들의 협업을 통해 한지를 현대예술적으로 조명하여 전통 한지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긍정적인 영향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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