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주가 1328% ‘미친 상승’…세계최고가 된건 그저 운?! [추동훈의 흥부전]

젠슨 황이 만든 반도체 세상, AI가 바꾼 그의 미래

[흥부전38] [너의 이름은 왜1] 엔비디아

2023년, 인공지능(AI)이 전세계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영희도 철수도, 앞집 아저씨도 옆집 할머니도 한번쯤 들어봤을 챗GPT 열풍 덕에 생성형AI 기술을 모르고는 투자를 논하기 어려웠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에도 이러한 AI의 질주는 이어지는 분위깁니다.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는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IT 박람회, CES 2024에서도 인공지능은 장안의 화제인데요. 특히 올해 AI 시장을 어떤 기업이 주도해나갈지, 어떤 신기술이 새롭게 선보일지 투자자들은 빨간펜을 꺼내 들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지난해 인공지능의 덕을 가장 많이 본 기업이 챗GPT를 만든 ‘오픈AI’도 이와 경쟁을 펼치는 구글도 아니었던 사실을요. 바로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게임 그래픽카드 개발업체였던 ‘엔비디아’였는데요.

오히려 지금은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업체가 아니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 오늘은 운과 실력을 겸비한 문무겸장 엔비디아가 어떻게 탄생했고 성장했는지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그리고 새해를 맞아 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에 이은 새로운 코너, ‘너의이름은왜’를 통해 어떻게 브랜드 이름이 지어졌는지 그 창업자와 브랜드의 뒷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신고가를 쓰며 상승한 주가 덕분에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것인데요.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한 기업은 1월 10일 기준 전세계에 딱 6곳밖에 없습니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나머지 5곳은 어디일지 한번 맞춰보시겠어요?

반도체 기업 유일, 시가총액 1조달러 넘어

바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람코,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입니다. 시가총액 1위 애플(2조8790억 달러)을 더불어 MS(2조7920억 달러), 알파벳(1조7720억달러), 아마존(1조5640억달러)은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기업입니다. 그리고 사우디 아람코(2조1460억달러)는 잘 알다시피 전 세계 유가를 쥐락펴락하는 정유업계 가장 맏형이고요.

전세계 상장사 시가총액 순위 (출처=companiesmarketcap.com)

이처럼 글로벌 초대형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반도체 기업이 다름 아닌 엔비디아(1조3120억달러)입니다. 사실 반도체업계에는 방귀 깨나 낀다는 관록있고 힘 좀 쓰는 형님들이 있었는데요. 반도체의 고유명사 인텔, 한국과 대만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TSMC 등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2024년 현재 반도체업계의 대장주는 인텔도 삼성이 아닌 엔비디아라는 것은 숫자와 데이터가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반도체 기업 중 TSMC가 시가총액 5280억 달러로 전 세계 12위, 통신반도체전문기업 브로드컴(4470억달러)이 16위, 삼성전자(3759억달러)가 21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질주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공지능 광풍 덕에 과대평가됐단 분석이 쏟아졌던 엔비디아 주가는 2024년 새해를 맞아 보란 듯이 새롭운 신고가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1월 9일 종가 기준 주당 531.4달러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5년간 상승률이 무려 1328%입니다.

새롭게 출시한 반도체 칩들이 가정용 PC나 노트북에서도 AI 기술을 구현하는데 적합하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탓입니다. 사실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를 내놓은 기업은 오픈AI나 구글, 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지만 그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한 기술 개발의 핵심은 AI 반도체가 됩니다.

무한대에 가까운 정보량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무엇보다 사람처럼 사고하고 판단하고 답변하는 기술 경쟁력은 반도체 칩 기술로 결정된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데요.

이 AI 반도체 칩의 7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AI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바로 엔비디아의 반도체 칩을 몇 개 사용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엔비디아의 위상을 말 안 해도 알 수 있겠죠?

자, 서설이 길었습니다. 그렇다면 엔비디아의 창업 스토리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애플에 스티브 잡스가, 테슬라에 일론 머스크가 있다면 엔비디아엔 ‘젠슨 황’이 있습니다.

국내에선 친근하게 황 사장, 황 회장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현 CEO는 회사만큼 유명한 경영자로도 유명한데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가죽 자켓은 잡스의 터틀넥만큼 유명하고 다부진 체격으로 왼팔에 새겨진 엔비디아 로고 문신은 자유로운 성격과 회사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그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반도체 기업 AMD CEO인 리사 수와 함께 대표적인 대만계 미국인 CEO이인 젠슨 황은 1963년 대만에서 화학 응용 공학자였던 아버지와 영어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10살이던 1973년 형과 함께 미국 켄터키 주의 삼촌의 집으로 보내지며 본격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키웠는데요.

어느 아시안계 출신 이민자와 마찬가지로 인종차별과 학교 폭력 등으로 쉽지 않은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도 꿋꿋이 학업에 매진한 그는 오리건주립대 전기공학과를 거쳐 스탠퍼드대 대학원을 1992년 졸업했습니다.

젠슨 황에게 꿈은 꾸기만 하는 것이 아닌 실현해야 하는 대상이었는데요.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PC 시대를 바라보며 그는 향후 컴퓨터가 그릴 새로운 미래에 대한 상상에 빠지곤 했습니다. 젠슨 황은 당시 문서 작성이나 수식 계산 등의 용도로 활용되던 PC가 향후 게임이나 음악, 그리고 동영상을 시청하는 멀티미디어 기기로 발전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견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는 누구보다 게임을 무척 좋아했다고 합니다.

타도 인텔 꿈꿨지만 좌절...위기가 기회가 되다

스탠퍼드대 졸업 직후 젠슨 황은 AMD에 입사해 반도체 설계일을 시작했습니다. 직원으로 일하던 그는 스스로 가진 창업 DNA를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1993년, 젠슨 황은 그래픽 칩셋 설계 엔지니어 커티스 프리엠과 크리스 말라초스키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은 아파트에서 엔비디아를 창업합니다.

사실 창업 초기 젠슨 황의 목표는 타도 인텔이었습니다. 이는 마치 조그마한 동네에 슈퍼마켓을 연 창업자가 월마트나 코스트코를 잡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는 컴퓨터의 두뇌인 CPU(중앙 처리 장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의 왕좌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멀티미디어 처리에 특화된 CPU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인텔의 벽은 이제 막 창업한 엔비디아엔 너무 높았고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에 특화된 GPU(그래픽처리장치)개발로 선회합니다. 그렇게 엔비디아는 1995년 ‘NV1’이란 첫 그래픽 칩셋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실패했는데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성능은 기대치에 한창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위기를 맞은 엔비디아에게 손을 내민 기업은 일본 게임 개발사 세가. 세가는 엔비디아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해 수백만 달러의 투자를 결정합니다.

이후 1997년 엔비디아는 NV1의 후속작인 ‘RIVA128’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최악의 위기속에 탄생한 역작이었습니다. 이어 1999년 엔비디아의 대표적인 GPU 브랜드 ‘GeForce’ 시리즈의 시초인 GeForce 256이 출시되면서 그래픽카드 시장 리더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멀티미디어 시대를 예측했고 이를 기술로 구현했던 젠슨 황은 또다시 새로운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래픽 처리용 칩셋의 역할을 스스로 한정 짓는 대신 다른 산업에 활용할 방안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입니다.

사실 전통적으로 엔비디아가 개발한 GPU는 3D 게임과 고화질 동영상, 영상 편집프로그램 작업 등에 특화된 반도체라는 특성 탓에 CPU를 보조하는 반도체란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젠슨 황은 오히려 복잡한 수학 연산이나 단순 계산에서는 CPU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이는 GPU의 ‘병렬처리 특성’에 주목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젠슨 황은 GPU에서 멀티미디어 처리 능력을 제거하는 대신 단순 연산에만 특화된 고성능 칩을 개발하기로 했는데요. 그렇게 2007년 ‘테슬라’라는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칩이 개발된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알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와 이름이 같았습니다. 게임용이 아닌 범용 연산에 쓰이도록 개발된 고성능 연산 작업 칩으로 데이터센터나 슈퍼컴퓨터용 반도체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고성능 반도체 시장 역시 인텔 등 경쟁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고 먹을 파이 자체가 작다보니 크게 주목받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엔비디아는 그 이후에도 기술 고도화에 나서며 내공을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당시 구체적으로 실질적으로 구현되고 있진 않았지만 인공지능(AI), 딥러닝, 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이 현실화하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미리 그려두기 시작했습니다.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무궁무진한 데이터를 수용해 분석하고 처리하는 컴퓨팅 기술의 발전은 필수 불가결할 것이란 점 역시 젠슨 황의 머릿속에 이미 들어있었던 셈입니다.

대중들에겐 그저 게임 그래픽 카드 개발사 정도로 인식되던 엔비디아는 물밑에서 치열하고 경쟁적으로 기술 개발에 몰두하며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뒀고 이러한 노력은 지금 성장을 폭발시킨 원동령이 됐습니다.

엔비디아의 운명 바꾼 세차례의 행운

사실 엔비디아는 언뜻 보기에 그저 운이 좋은 기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게임 그래픽카드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이어지던 2010년대 후반 갑작스레 등장한 암호화폐 붐은 엔비디아에 큰 기회가 됐습니다. 엔비디아의 GPU 칩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채굴에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는 입소문을 타고 엔비디아의 최신형 그래픽카드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죠. 진짜 게임을 즐기려 한 게이머들 조차 시세의 2배, 3배 이상 오른 엔비디아 칩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제1차 암호화폐 붐이 식으며 엔비디아의 위기론에 힘이 실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두번째 행운이 찾아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이 발생한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손꼽힙니다. 언택트 시대가 열리며 많은 사람들이 집안에만 머물렀고 집에서 즐길 가장 대표적인 여가생활인 게임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레 그래픽카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죠. 게임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PC를 새로 사기 시작했고 당연히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고백하건대 저도 당시 PC를 새로 맞추며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를 샀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은 예상치 못하게 제2차 암호화폐 붐을 다시 일으키기도 했다. 또다시 채굴용도의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칩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이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에 피해를 입혔지만 엔비디아에겐 겹호재로 작용한 것입니다.

그리고 엔데믹이 선언되고 암호화폐 하락기가 다시 시작되며 엔비디아의 위기설이 재점화됐습니다. 그간 쌓여있던 재고는 처리가 어려울 정도였고, 한번 올린 가격을 다시 내리기도 어려워지면서 위기에 봉착한 것. 젠슨 황이 핵심 미래산업이라 공표했던 메타버스는 여전히 지지부진했고 그의 예지력도 그 운을 다한 듯 보였습니다. 절치부심한 젠슨 황은 다시금 엔비디아의 미래 먹거리로 자율주행차 산업을 손꼽으며 관련 칩 개발과 기술 개발에 매진하던 찰나, 다시 하늘이 엔비디아를 도왔습니다.

그의 세 번째 행운, 2023년을 강타한 생성형 AI 열풍이 그 것입니다. 챗GPT로 촉발된 AI 기술 경쟁은 핵심칩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엔비디아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높이는 기회가 됐습니다.

‘되는 집에는 가지 나무에도 수박이 열린다’는 옛말이 엔비디아에 딱 들어맞았습니다. 엔비디아의 AI전용 반도체 칩 ‘H100’은 1개당 4만달러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AI 기술 개발에 나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구매에 나서며 엔비디아의 핵심 제품으로 부상했습니다. 2023년 H100의 생산목표가 50만 대로 세워진 가운데 2024년엔150만~200만 대 가량이 생산되고 판매될 예정입니다.

실적도 자연스레 따라왔죠. 2023년 1분기 엔비디아의 데이터 센터 부문 매출은 43억 달러를 기록하며 업계 1위였던 인텔의 37억 달러를 처음으로 뛰어넘습니다. 이어 2분기 매출은 103억2000만 달러까지 치솟으며 40억 달러를 기록한 인텔을 압도했죠. 2023년 2분기의 엔비디아 데이터 센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1% 성장한 것으로 전체 매출의 76%에 해당합니다. 기존 엔비디아의 주력 매출 사업이던 게임 부문 2분기 매출은 24억9000만 달러에 그쳤죠. 이제 게임 그래픽 개발사 엔비디아가 아닌 고성능 AI칩 개발사 엔비디아라 해도 틀린말이 아닙니다.

이처럼 스타 경영자 젠슨 황가 이끄는 엔비디아는 괴짜 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와도 곧잘 비교되곤 합니다. 닮은 듯 다른 두 경영자의 이야기는 제가 최근 출간한 책, ‘일론 머스크, 디스럽션 X’에 자세하게 담겨 있으니 궁금하시면 한번 찾아보셔도 좋습니다.

복수의 신에서 따온 엔비디아, 이젠 질투의 대상

그리고 오늘의 주제. 오늘의 주인공 엔비디아는 왜 엔비디아(NVIDIA)가 일까요. 단어를 풀어보면 엔비디아는 다음 버전(Next Version)을 뜻하는 NV에 부럽다는 영어단어 ‘envy’의 라틴어인 ‘invidia’를 결합해 만들었습니다.

질투의 뜻을 회사에 담은 엔비디아는 로고에도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눈동자를 형상화했는데요. 남들이 질투할만한 기술 경쟁력을 갖춘 시각, 비디오 전문기업이 되겠단 속뜻도 담고 있는 듯합니다. 또한 VIDIA라는 단어 역시 마치 비디오, 즉 시각영상을 떠올리게 한다는 측면에서 회사가 가진 중의성이 돋보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복수의 신 ‘네메시스’와도 맞닿아 있는데 실제 엔비디아의 최고사양 그래픽카드의 모델명은 그리스 신화의 신족을 뜻하는 ‘타이탄’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부’-랜드 ‘전’(傳). 흥부전은 전 세계 유명 기업들과 브랜드의 흥망성쇠와 뒷야이기를 다뤄보는 코너입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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