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는 고려의 대상이 아닌 '경성 크리처' 박서준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1. 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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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넷플릭스

"저는 여태 인기를 쫓았던 사람이 아니거든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경성 크리처'(극본 강은경, 연출 정동윤)가 공개된 이후 주연 배우 박서준과 한소희를 향한 많은 찬사가 이어졌다. 두 배우 모두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일제강점기 일본의 만행을 다룬 작품에 출연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서준은 '이태원 클라쓰'로 일본에서 사회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뜨거운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경험이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팬들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용감한 선택을 했다는 찬사가 이어졌지만, 박서준에게 애초에 인기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의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내용을 담은 크리처 스릴러물이다. 

박서준은 경성 최고의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이자 경성 제1의 정보통 장태상 역을 맡았다. 흠잡을 데 없는 외모와 호기로운 성격, 능란한 처세술을 갖춘 장태상은 이시카와 경무관(김도현)의 협박으로 그의 애첩 아키코(지우)를 찾던 중 채옥(한소희)과 얽히며 전혀 다른 인생을 맞이하게 된다. 

지난달 22일 파트1, 1월 5일 파트2가 공개되며 '경성 크리처'의 시즌1은 막을 내렸다. 시즌1이 공개된 이후 라운드 인터뷰에 나선 박서준은 "오랜 기간 촬영한 작품이라 공개되는 날을 기다렸다"며 '경성 크리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제가 촬영한 작품 중 유독 오래 촬영한 작품이라 공개되는 날을 기다렸어요. 많은 시청자분들을 만나고 뜨거운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려요. '경성 크리처'를 통해 시대극을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그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배역을 고를 때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큰데 시대극이 매력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시대극과 크리처물의 조합이라는 점도 신선했어요. CG가 들어가는 작업은 처음이라 도전해 보고 싶었거든요. 또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요."
 

/사진=넷플릭스

박서준의 말대로 '경성 크리처'는 장장 2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촬영이 진행됐다. 시즌2까지 촬영이 함께 진행됐기 때문이다. 박서준의 예상을 뛰어넘는 오랜 기간이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지만, 함께하는 스태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이겨낼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길어질 거라고 생각을 못 했어요. 그래도 모든 일은 시작하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최선을 다했어요. 다행히 시즌2를 준비하기 전까지 2~3달 정도의 텀이 있었어요.  마음이 뜰 수는 없기에 긴장되어 있었지만,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과정이 생겼어요. 이렇게까지 긴 기간 촬영해 본 건 처음이라 솔직히 쉽지 않았어요. 다행인 건 그 기간에 스태프들이 안 바뀌었다는 점이에요. 직장생활을 하면 이런 기분일까 싶을 정도였어요. 2년을 함께하니 다 같이 하는 것에 의미도 느꼈고 끝날 때는 아쉬움도 느껴졌어요."

박서준이 연기한 장태상은 극 중 많은 변화를 겪는다. 채옥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은 물론 자신의 안위만 챙기던 모습에서 벗어나 조선인을 구하려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박서준은 "변화하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었다"며 자신이 생각한 장태상이라는 인물을 설명했다. 

"태상이라는 역할이 캐릭터를 떠나 무거운 상황에서 그나마 호흡기를 달아주는 인물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파트 1이 공개됐을 때 장태상이라는 인물을 너무 가볍게 그린거 아니냐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저는 시즌2까지 생각해야 하는 입장에서 감정을 비롯한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것을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어요. 저는 모든 작품을 시작할 때 캐릭터성을 보여주기 위해 과장되게 표현할 때도 있거든요. 나중에 설득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에요. 저는 빌드업을 잘할수록 뒤에 큰 진폭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태상이라는 인물이 상황을 받아들일 때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해 보려고 노력했어요."

/사진=넷플릭스

특히 '경성 크리처'는 크리처의 비밀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731부대를 연상케 하는 장치들을 넣었다. 731부대는 일본의 세균전 부대로 세계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조선인과 중국인, 몽골인 등을 다생으로 생체실험을 벌였다.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이 내용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고 특히 관련 내용을 교육하지 않는 일본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다만, 한국이 아닌 전세계에 공개되는 작품이다보니 민감한 주제 탓에 주연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강은경 작가와 정동윤 감독 또한 이러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자랑하는 박서준과 한소희의 출연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박서준은 작품을 선택하는 데 인기는 고려할 요소가 아니었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제가 여태 인기를 쫓았던 사람도 아니고 '이 작품으로 반등할 거야'라고 살아본 적이 없거든요. 제가 작품을 선택할 때 더 포인트가 된 지점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그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갔을까'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주변에서는 제 입장을 생각해 걱정해주셨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저도 일본의 반응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주변 일본 친구들은 의미 있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전달되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박서준은 결국 달라진 K-콘텐츠의 위상으로 이러한 이야기가 가능한 것 같다고 밝혔다. 동시에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전했다.

"'경성 크리처'뿐만 아니라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것 같고요. 그런 관점에서는 책임감을 느끼기도 해요. 내용 자체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역사잖아요. 아프고 무거운 역시지만 부끄러운 역사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모르는 사람에게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잠깐 잊었던 사람에게는 다시 경각심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고요."

박서준이 '경성크리처'를 관통하는 대사로 꼽은 부분 역시 시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태상을 배신했다고 말하는 유키코에게 태상은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겪지 않았어도 될 일들이오"라며 그들을 받아들인다. 박서준은 "굉장히 의미 있었고 표현하기 어려웠던 대사"라며 이를 회상했다.

"사실 그 모든 게 그 사람들이 선택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대사를 보면서 지금 세상에 태어나서 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어요. 그 대사와 그 장면이 굉장히 의미 있고 가장 표현하기 어렵더라고요. 특히 제가 그 시대를 표현하는 인물을 연기하고 있지만,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느껴야 하는지 긴장이 많이 되더라고요."

/사진=넷플릭스

박서준은 2020년 큰 인기를 끌었던 '이태원 클라쓰' 이후 한동안 작품이 없었다. 그렇다고 촬영을 쉰 건 아니었다. '드림',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 마블스', '경성크리처' 등을 찍었지만 코로나19로 공개가 늦춰졌을 따름이다. 박서준은 "공개가 되니 너무 큰 힘이 됐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작품이 공개되지 않았던 2~3년의 시간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 피드백이 있어야 나아갈 수 있는데 그게 없이 작업만 했거든요. 그런 게 없다가 작년에 다 공개가 돼서 진짜 큰 힘이 됐어요. 그 전에는 자연스러웠던 일들이 아주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올해는 과거의 제약 없이 모두가 무탈하게 지낼 수 있는 시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고민할 것 같아요."

박서준의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직 '경성 크리처'의 새로운 시즌이 남아있다. 박서준은 시즌2와 관련해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지 참 어렵다"면서도 확실한 속도감만은 보장했다.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지 참 어렵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시즌1의 속도감이 아쉽다는 말을 들었는데 확실하게 속도감이 있다는 것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상 외의 것들도 있고 새롭게 출연하는 배우들도 있어요. 굳이 따지자면 시즌1과는 많이 다른 맛일 거예요. 시즌1에서 빌드업을 했기 때문에 시즌2가 공개되면 시즌1을 찾아보실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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