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반칙입니다' 이제 선 넘으면 안 된다…KBO가 도입한 시프트 제한, 그런데 이건 된다고?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KBO가 메이저리그처럼 '시프트 제한' 규칙을 도입한다. 지난해 규칙 개정 움직임이 시작됐을 때는 피치클락과 ABS(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가 가장 큰 화두였는데 올해 첫 이사회에서 시프트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등 메이저리그가 먼저 시도한 다른 규칙들 또한 도입하기로 했다.
여기서 시프트 제한은 어디까지 막는다는 것인지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사실 원칙만 알면 간단하다. 내야수 4명은 내야에 있어야 하고, 2루 베이스 기준 좌우에 각각 2명이 서야 한다.
KBO는 11일 2024년도 1차 이사회 결과 올 시즌부터 베이스 크기를 확대하고 수비 시프트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비 시프트 제한을 전반기부터 KBO리그와 퓨처스리그에 적용해,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수비 능력 강화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해 피치클락과 ABS 도입 가능성을 예고했고, 메이저리그 사양의 베이스 또한 준비를 마친 상태였지만 수비 시프트 제한 규칙은 그동안 수면 위로 떠오른 적이 없었다. 메이저리그처럼 수비 시프트가 적극적이지 않은 편인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느껴지는 면도 있다.
구체적인 시행세칙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메이저리그의 것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리그는 수비 시프트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대신 내야 수비 시프트에 일정한 제약을 둬서 인플레이 상황이 나왔을 때 타자가 더 불리해지는 일을 막으려 했다. 주로 당겨쳐서 라인드라이브를 만드는 왼손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베이스볼레퍼런스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 땅볼타구 타율은 2021년과 2022년 0.241에서 지난해 0.248로 소폭 상승했다. 예상대로 왼손타자들의 이득이 컸다. 왼손타자들의 땅볼타구 타율은 2022년 0.226에서 지난해 0.239로 올랐다. 오른손타자들은 0.250에서 0.254로 왼손타자들에 비하면 조금 상승했다. 리그 전체의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은 2022년 0.290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0.297로 올랐다. 2019년 0.29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시프트 제한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시프트 제한은 어디까지 이뤄지는 것일까. MLB.com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이 새 규칙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①수비 측 팀은 내야에 적어도 4명의 선수를 배치해야 한다.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양쪽에 2명의 내야수가 배치돼야 한다.
②투수가 투수판 위에 있을 때 내야수 4명은 모두 내야 경계(흙) 안에 있어야 한다.
- 내야수가 내야 흙을 벗어나면 안 된다. 시프트 제한 규칙은 '내야 구역에 적어도 4명의 내야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한 쪽에 3명의 선수가 길목을 막고 서면 안 된다. 이 규칙이 도입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 야수들은 투구가 시작될 때까지 정해진 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 피치클락과 연동해 경기 안에서 '죽은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시프트 위치에 서느라 한참 기다릴 필요가 없다.
③내야수는 경기 중 좌우 측면을 옮길 수 없다. 가장 뛰어난 수비수가 타구가 갈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이동할 수 없다.
- 왼손 강타자가 나올 때 유격수나 3루수가 운동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해서 2루 베이스 왼쪽의 2루수나 1루수와 자리를 바꿀 수 없다. 이 위치는 경기 전에 정해진다.
④ 투구를 할 때 수비 팀이 시프트 제한 규정을 어겼다면 공격 팀은 타자의 볼 혹은 인플레이 타구의 결과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 만약 인플레이 상황이 발생했고 아웃으로 이어졌다면 공격 팀은 볼을 선택하면 된다. 공격 팀에 더 유리한 결과대로 경기가 이어진다.
⑤ 내야나 내야 흙 근처에 외야수를 배치하는 것을 막지는 않는다. 단 4인 외야수는 금지된다.
- ①은 '적어도 4명의 내야수'를 명시했다. 3명은 안 되지만 5명은 된다. 내야에 5명을 세우려면 필연적으로 외야수를 줄여야 한다. 굳이 내야 시프트를 쓰겠다면, 장타 위험을 감수하라는 얘기다.
실제로 '조이 갈로 시프트'를 통해 실현되기도 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왼손 거포 갈로가 타석에 들어서자 중견수 아담 두발이 내야 가까이로 옮겼다. 내야 안에 5명이 들어오는 수준은 아니지만, 보통 2루수가 서던 자리에 중견수가 들어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좌익수 라이멜 타피아가 중견수 자리에 섰다.
2인 외야 시프트는 3루쪽을 비워두는 시프트보다 위험부담이 크다. 3루만 비웠을 때는 타구가 빠져도 단타지만 외야 한 쪽을 열어두면 그대로 장타가 된다. 시프트 실패의 대가가 커지는 만큼 수비 팀이 얻는 압박도 커진다.
갈로 시프트에서 유심히 봐야 할 점은 유격수의 위치다. 2루 베이스 근처에서 투수를 스쳐 지나가는 중전안타성 타구를 막는 수비는 지금도 가능하다. 보스턴도 유격수를 2루 베이스 근처에 배치했다.
그래서 지금의 메이저리그 시프트 제한이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의 규칙에서는 가상의 선 바로 옆에 서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한 쪽에 3명이 서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시프트다. 메이저리그는 시프트 제한 2단계로 베이스 근처에 내야수가 설 수 없는 지역을 설정하는 방식도 실험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마이너리그 싱글A 플로리다스테이트리그에서 이 2단계 제한이 실험에 들어갔다. 이 소식을 보도한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2단계 제한을 '파이조각 규칙'이라고 표현했다. 2루베이스를 기준으로 뒤쪽에 파이(피자) 조각처럼 내야수가 서 있을 수 없는 제한 구역이 생긴다.
탬파베이 더블A 감독을 맡고 있는 모건 엔스버그는 지난해 2월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수비 시프트 제한이 효과를 얻으려면 내야수를 2루 베이스 뒤에 서 있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2단계 제한이 그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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