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대란' 부른 서울 vs 경기 버스갈등, 진짜 문제는?

CBS 오뜨밀 2024. 1. 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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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버스대란', 두 정거장 가는데 1시간
광역노선별 표지판 설치했다가 혼란 가중
열흘 만에 원점으로, 오세훈 시장은 사과
인천·경기에서 서울 오는 버스 많아 문제?
'경제 공동체'인 수도권, 지자체 협의 중요
기후위기 시대, 대중교통 편의성 높여야
노선 조정·인프라 확충 등 근본 대책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신혜림 PD, 조석영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오늘은 신혜림 PD가 준비해 왔어요.

◆ 신혜림> 오늘의 주제, '서울 vs 경기, 버스 대란의 실체'입니다. 얼마 전 서울 명동에서 경기도민들이 퇴근을 계속 못 해서 한동안 난리였다는 소식, 일명 '명동 버스 대란'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 채선아> 명동 버스대란 사진 보시면 거의 여의도 불꽃축제 있을 때 모습이에요. 사람들로 꽉 차 있어요. 버스 안 타면 사실 경기도까지 걸어서 갈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일단 타야 하긴 하는 거예요.

◆ 신혜림> 버스여야만 하는 상황들이 있죠. 정확히 난리가 난 지점은 명동 롯데백화점 건너편 '명동입구' 정류장이고요. 광주, 화성, 수원 이런 경기 남부랑 연결되는 광역버스가 서는 곳이에요. 무슨 상황이었냐면 서울시가 지난달 27일부터 이 정류장에 노선별 대기판을 도입을 했습니다. 원래는 버스 노선별로 정차 위치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었는데, 버스 번호별로 줄 여기 서 서세요, 여기 버스가 설 겁니다, 이런 표지판을 13개 설치했습니다.

◇ 채선아> 이 표지판이 생기면서 버스가 꼭 그곳에 정차해야만 되는 상황이 벌어진 건데, 문제는 이 정류장에 버스 정차면이 버스 3개 공간밖에 없다는 거예요.

◆ 신혜림> 버스 노선별로 정차 위치를 정해주면 원래 안전하고 편리한 게 이론적으론 맞는데 그러려면 정류장 공간이 상당히 넓어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시민들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표지판을 설치한 건데, 결과적으로는 더 심한 혼란이 야기된 거죠.

◇ 채선아> 여의도환승센터나 공항버스 타는 데 생각해 보면 굉장히 넓잖아요. 그럴 땐 표지판이 있으면 좋죠.

◆ 신혜림> 퇴근 시간에 서울역 숭례문부터 명동 입구까지 약 1.8km 구간이 이것 때문에 꽉 막혔어요. 승객들은 대기판 설치되고 나서 두 정거장 거리 가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렸대요.


◆ 조석영> 사실 일종의 시뮬레이션 같은 게 필요했고 도입할지 말지 버스 회사랑 조율도 필요했을 텐데, 의도는 좋았겠으나 이런 현실이 벌어질 걸 모르고 그냥 시작했던 거네요. 그러니까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거죠.

◆ 신혜림> 네. 결국 열흘 만에 표지판은 없어졌고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일 저녁에 현장 점검을 하고 뒤늦게 사과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달 말에 대책 마련하겠다고 했고요.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여기에는 서울시와 경기도 간의 오랜 버스 분쟁이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번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서 추진한 M버스 도심 진입 확대 그리고 광역버스 입석 금지 대책 등으로 정차 대수가 급증했다." 그래서 시작된 대책이라는 거예요. 이 문장을 좀 더 뜯어볼 필요가 있어요. 먼저 M버스 도심 진입 확대입니다.

◇ 채선아> 제가 경기도민으로서 소개를 해드리면 M7111, M5333 이런 식으로 숫자 앞에 M이 붙은 버스들이 있어요. 수도권에서 2개 이상의 시도를 통과하면서 도시와 도시 사이를 빠르게 연결하는 버스예요. 정차를 몇 번 안 합니다. 제 경우는 파주에서 서울을 오는데 정거장이 한 3개 정도밖에 안 돼요. 타고 나면 자유로에서 정차하는 구간 없이 쭉 가다 합정이나 당산에서 딱 내려주는 거예요.

◆ 신혜림> 경기도민은 이런 광역버스가 서울 중심부까지 곧장 진입하길 원하죠. 서울 변두리에서 환승하기보다는 서울 중심까지 쑥 들어와주면 출퇴근이 아무래도 편해지겠죠. 하지만 서울시는 이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아까 말씀하신 합정이나 강변, 사당 같이 완전 도심은 아닌 곳까지의 진입은 노선 신청하면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하지만 광화문, 강남, 여의도 이런 도심지로 진입하는 노선은 무한정 수용 어렵다고 합니다. 이 노선은 어떻게 할 거며, 비용 분담은 어떻게 할 거며, 이런 게 지자체 간 정리가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이 와중에 아까 광역버스 입석이 금지됐죠.


◇ 채선아> 광역버스 입석 금지, 지금 시행 중에 있어요.

◆ 신혜림> 광역버스는 원래부터 서서 갈 수 없는 버스였습니다. 다들 관련 조항이 있어도 그 조항이 없는 척, 모른 척 입석을 받아왔었죠.

◆ 조석영> 세월호 참사 때 사실 이게 조치가 잠깐 있었다가 시행 한 달 만에 폐지가 되기도 했죠.

◆ 신혜림> 그러다 8년이 지나고 2022년부터 비로소 입석이 완전히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경기 지역 버스 중에 일부 업체가 2022년 7월부터 입석 승차 중단을 시도했고요. 무엇보다 같은 해 10월에 이태원 참사가 터지면서 국내 최대 규모 노선버스 회사인 KD운송그룹 노조가 나서서 입석 승차를 전면 중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해 11월 18일부터 갑자기 경기도 전체 공공버스의 반이 넘는 버스가 갑자기 입석이 금지됐죠.

◇ 채선아> 지금은 남은 좌석이 전광판으로 떠 있죠. 여유 좌석이 없으면 못 타는 거고요. 당시 경기도민한테는 완전히 날벼락이었거든요. 버스가 몇 분 단위로 왔다 갔다 하지 않고 보통 막 20분 있다 오고 이러기 때문에 이걸 놓쳐버리면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 조석영> 그리고 당시를 생각해 보면 코로나19가 조금 잡히면서, 소위 엔데믹에 진입하면서 재택근무가 줄어들고 다시 사람들이 출퇴근하던 시기입니다.

◆ 신혜림> 그러다 작년이죠. 2023년 6월 21일에는 대통령 발로 도로교통법 시행령 자체가 개정됐어요. 원래도 관련 조항이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건 여객자동차법이라고 해서 고속도로 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다, 그래서 입석 금지인 거였는데 이젠 아예 도로교통법이 바뀌어서 버스, 화물차, 승용차, 승합차 할 거 없이 모든 자동차가 승차 정원 이내로만 탑승할 수 있다, 이렇게 규제를 강화했고요. 개정이 6월에 돼서 시행은 바로 얼마 전인 12월 21일에 됐습니다. 그래서 최근까지도 입석을 받던 광역버스가 좀 남아 있었는데 이젠 모든 버스가 입석 금지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 채선아> 2022년부터 입석 금지가 본격화되고 최근에는 도로교통법까지 바뀌면서 무조건 입석은 금지됐다. 그럼 입석 금지에 대한 대책이 좀 나온 건가요?

◆ 신혜림> 아무래도 부족한 좌석 수를 맞추기 위해 도심으로 진입하는 버스를 개수를 계속 늘렸어요. 이번에 문제된 명동으로 진입하는 광역버스 경우에는 이태원 참사 전에는 하루에 1821대가 드나들었는데 이제 1957대로 늘어났대요.

◇ 채선아> 100대 정도가 늘었네요.

◆ 신혜림> 그런데 이번 사태로 알 수 있듯이 버스가 늘어나는 것만 중요했던 게 아닌 거죠. 정류소가 그대로인 것도 굉장히 문제가 되는 거예요. 명동이나 신논현역 같은 짧은 정차면이 존재하는 곳은 버스가 길게 늘어서는 일이 계속 생겨요.


◆ 조석영> 그런데 버스 정류장 크게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없으니까요.

◆ 신혜림> 그래서 서울시는 이제 버스 노선 분산해야 된다, 그리고 도심 진입하는 광역버스 운행대수 축소하고 노선 감축해야 된다, 입석 금지도 완화해야 된다, 이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와 서울의 입장 차이가 되게 첨예할 텐데요. 공교롭게도 현재 서울시 수장이랑 경기도 수장은 지금 정당 소속도 다릅니다.

◆ 조석영> 차기 대권 주자들로서 경쟁하고 있죠.

◆ 신혜림> 우리가 김포-서울 편입 논란에서도 계속 얘기를 해왔듯이, 지자체는 시장이나 도지사의 소속에 따라 협의점을 찾는 게 천차만별이에요. 근데 여기서 신기한 게 갈등 구도가 하나가 더 있습니다. 아까 서울시가 했던 멘트, 하나 더 네 아까 멘트로 돌아와 볼게요. 이 M버스 도심 진입 확대나 입석 금지 대책 이런 거를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이하 대광위)'에서 추진했다 그래요. 이게 뭐냐 하면 2019년에 출범한 국토교통부 쪽 위원회입니다.

◇ 채선아> 여기서 뭘 하는 거죠?

◆ 신혜림> 수도권을 비롯해서 부산권, 울산권, 대구권, 광주권, 대전권 이렇게 5개 대도시권의 광역 교통 문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에요. 그러니까 앞서 말했듯이 지자체 간 갈등을 풀기 쉽지 않은데 교통망 정리를 누군가는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나타난 중간지대고요. 광역버스 노선 조정 권한을 여기서 갖고 있습니다. 경기, 인천 같은 비서울 수도권 지자체들은 대광위가 나타나는 걸 좋아해요. 이런 문제에서 경기도가 할 수 있는 게 사실 없거든요. 결국 서울시가 다 결단을 해야 돼요.


◇ 채선아> 그럼 서울시의 답변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거네요.

◆ 신혜림> 사실상 그래왔던 거죠. 서울시가 반대하면 증차도 어렵고, 지하철 연결도 어렵고, 정류장을 바꾸는 것도 서울시 땅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까요.  이 갈등은 사실 결국 정부가 풀어야 되는 숙제가 맞습니다. 신도시로 인구를 분산하는 정책이 정부의 주요 정책이잖아요. 비수도권의 괴로움을 해결하는 쪽으로 사실 정부는 이 문제를 조정할 수밖에 없어요. 관련 기사들 보면 서울시의 증차 반대로 버스 증차에 골머리를 앓아온 경기 그리고 인천시가 대광위 중재로 통해서 지난해 광역버스 800대 증편 해결을 봤다고 해요.

◇ 채선아>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했네요.

◆ 신혜림> 명동 대란 관련해서는 국토부는 이런 입장이에요. 현실적으로 도심에 들어오는 경기도 버스를 줄일 수가 없다. 그렇다고 도심의 정류장 인프라를 늘리기도 힘들고 결국에는 운용의 묘를 최대한 발휘해야 된다.

◆ 조석영> 약간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얘기 아닌가요?

◆ 신혜림> 그리고 서울시가 입석 금지라도 완화시켜주라고 하는데 이것도 정착이 되고 있어서 돌이키기가 어렵다.

◆ 조석영> 안전사고 나면 어떻게 하겠어요?

◇ 채선아> 상황이 좀 서울시 혼자 외로워 보이기도 하네요.

◆ 신혜림> 게다가 오세훈 서울시장, 최근까지 국토부의 수장이었던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 그 둘 다 여당이긴 하지만 또 공교롭게 약간 긴장관계입니다. 그래서 이 둘이서 신도시 문제나 교통 문제로 갈등을 표출한 적도 좀 있었어요.

◆ 조석영> 아무래도 오세훈 시장이나 원희룡 전 장관이나 좀 더 돋보여야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가 확고해질 테니 약간 긴장이 있을 수 있는데, 그거는 그들끼리 해결할 일인 거고요. 사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당장을 어떻게 할 거냐고요. 길 위에다가 버리는 시간이 어마어마한데.


◆ 신혜림> 서울시의 묘한 엇박자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전에 새해부터 달라지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교통카드 얘기했었잖아요.

◆ 조석영>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를 출시해서 한달에 6만 5천 원 내면 지하철, 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 같은 서울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게 대광위에서 추진 중인 대중교통 비용을 일부 환급해 주는 'K패스'랑 겹쳐요.

◆ 신혜림> 맞아요. 기후동행카드가 추진된다 할 때부터 경기도는 참여 안 해서 한계가 크다는 얘기 계속 했었잖아요. 인천이나 김포같이 서울에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그런 지자체들 말고 다른 경기도 지역은 동참을 안 하고 있거든요. 경기도는 또 'The 경기패스'라고 해서 사업을 추진 중이에요. 이건 또 국토교통부의 K패스와 긴밀하게 연계가 된다고 하네요.

◇ 채선아> 정리하면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에서 하는 거고요. 'K패스'는 국토교통부, 'The 경기패스'는 경기도에서 할 예정인 정책인 겁니다.

◆ 신혜림> 'The 경기패스'는 'K패스'와 연동이 될 거고, 서울시 기후동행카드는 좀 따로 놀게 됐습니다. 뭔가 경기도랑 국토부랑 더 친한 느낌이 들어요. 관련해서 경기도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이렇게 말했더라고요. "기후동행카드와 경기 패스가 혼용되는 두 달 동안 더 유리한 정책이 무엇인지 정리가 될 것"이라고요.

사실 지금 교통카드 얘기 하나 하는 것도 복잡했잖아요. 저희가 3개나 말씀드려야 했는데, 시민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정책상의 우위를 가지고 뭔가 힘겨루는 느낌이 경기도한테서도 좀 드네요. 답이 없는 문제일수록 같이 모여서 조정을 해 나가야 되는데, 사실 협의 같이하겠다 해놓고도 그러면서 꼭 따로 놀더라고요.

이번 명동 대란에서 저는 가장 황당했던 부분이, 논란이 시작됐을 때 서울시의 첫 번째 반응이었어요. "경기도나 인천에서 올라오는 버스가 너무 많다" 엉뚱한 대책을 서울시가 혼자 마련해 봤던 건데 이걸 먼저 자책하기보다는 이거 다 경기도 인천에서 버스가 너무 많이 와서 그렇다는 반응 먼저 나온 거예요.

◆ 조석영>그 사람들이 서울에 놀러 옵니까? 서울에 일하러 오는 거예요.


◆ 신혜림> 지금도 서울시는 근본적인 원인이 도심에 너무 많은 버스 노선이 진입하고 있는 거라고 말하고 있는데, 새로 출시하는 교통카드가 '기후동행카드'라고 했잖아요. 기후위기 시대에 대중교통은 계속 많아져야 되고 더 편리해져야 하는 게 맞거든요.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버스 전용도로를 더 확실하게 만들고 신호 체계 개선하고 근본적으로 인프라를 개선해야 된다는 거예요. 지금 같은 땜질식이 아니라요. 이건 결국 서울시가 나서야 되는 거거든요. 정부가 적극적으로 서울시를 설득하고 지원해야 되는 거고. 그렇게 해서 결국에는 대중교통을 타는 게 자가용을 타는 것보다 훨씬 더 낫게 만들어야 되는 거예요.

경기도민은 인생의 20%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버린다, 길에서 보내게 된다는 말이 있거든요.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저출산 문제도 길에다가 시간 안 버리고 여유 있고 살만해져야 아이를 생각하게 되든 말든 하게 되겠죠. 여기에 신경을 많이 써야 될 거 같습니다.

◇ 채선아> 서울시가 우선은 어떤 대책을 내놓는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명동에서 벌어진 버스 대란을 둘러싼 맥락들 살펴봤습니다. 신혜림 PD, 조석영 PD 수고하셨습니다.

◆ 신혜림, 조석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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