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갑진년 새해, 더 값진 인간관계를 맺는 두 가지 방법

2024. 1. 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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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의 모든 것> 장재열|비영리단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을 운영 중인 상담가 겸 작가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은 올 한 해 어떤 목표를 세우셨나요?

저는 예년과 달리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덜 하기' 쪽에 포커스를 맞추어 보았는데요. 좋은 것을 더 많이 실천하는 것보다, 해로운 것을 덜 하는 게 삶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부쩍 느끼고 있어서입니다. 작년 말에 위궤양 판정을 받고 저는 세 가지를 끊게 되었어요. 담배, 커피, 그리고 야식이에요. 그런데 딱 3주가 지난 후부터 사람들이 "안색이 너무 좋다. 비결이 뭐냐"는 이야기를 한 명도 빠짐없이 하더라고요. 비싼 크림을 쓰거나, 피부과 시술을 받을 때보다도 훨씬 드라마틱한 반응에 새삼 느꼈습니다. '역시 해로운 걸 안 하는 게 더 중요하구나.'

신체만 그럴까요? 감정이나 관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내 감정이나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덜어내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되었지요. 너무 복잡한 관계와 그 속에 숨은 많은 기대가 우리를 번아웃으로 이끌기도 하니까요. 불필요한 관계나 감정 소모는 덜어내고 값진 관계는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가기 위해, 저는 올해를 관통하는 두 가지 마음 원칙을 세웠는데요.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두 작가의 지혜가 담긴 문장도 함께 소개할까 합니다.
 
1. '깊은 관계' 판타지에 빠지지 말자.

인생의 괴로움이나 속 이야기를 나누어야 꼭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관념이 오히려 관계의 장벽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잘해주는 것이 관계에 좋은 태도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상대에게 상처와 실망을 최소한으로 주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관계에 의존적인 사람일수록 무언가를 줘서 환심을 사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 남인숙 作 남인숙의 어른수업 중에서 -
 
2. '나 원래 이래'는 없다. 공감을 할 수 없으면 학습하면 된다.

평생 선한 척하다 들키지 않고 죽으면 그게 바로 선한 것이다.

- 그리스 우화작가 이솝 作 이솝우화집 중에서 -

두 글 모두 인상적이지요? 아주 쉬운 문장으로 적혀있음에도 그 안에 담긴 통찰은 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글 모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떤 '관념'을 깰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요. 남인숙 작가의 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깊은 관계' 또는 '진지한 관계'의 허상을 내려놓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이런 허상들이 대표적이지요?

첫 번째, 깊은 관계라면 속 이야기나 인생의 비밀스러운 과거까지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특별함의 착각'. 두 번째, 깊은 관계니까 이 정도 상처 준 것은 이해할 거라는 '관용의 착각'. (특히 가족이나 연인에게 많이 그러게 되지요?)

특히 두 번째 착각은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합니다. 관계는 수학적 셈법을 쓰지 않으니까요. +1을 주고, -1을 준다고 도합 0 이 되지 않지요. 평소에 숱하게 해줬던 고마운 일이야 고마운 대로 마음에 남지만, 밉고 원망스러운 건 그것대로 마음에 남습니다. 각기 따로 적립되니까요. 깊은 관계를 너무 피상적으로 이해할수록 작가가 말한 모순적 상태, 즉 '환심을 사고 있으면서 동시에 상처를 주는 양가적 관계'가 되기 쉽지요.

또 한편으로는 '주변엔 다들 있는 것 같은데, 나 혼자만 깊은 관계가 없는 것 같다'며 자신을 너무 불쌍하게 생각하는 습관 또한 깊은 관계 판타지의 맹점이 아닐까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 말을 우리는 다 알잖아요? 마찬가지로 나 한 사람의 마음 또한 '깊은 관계 단 한 명'이 아닌, 수많은 '아는 사람'의 '마음 한 스푼'이 모이고 모여 채워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반대로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채워줄 때는 나라는 사람의 관념을 내려놓고 백지 상태에서 알아가려는 학습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저 사람은 이렇게 하니까 싫어하는구나, 괴로워하는구나'를 빅데이터 쌓듯이 학습하려는 자세 그 자체가 관계를 위한 가장 소중한 노력이 되지요. 이솝 작가의 말, "평생 선한 척을 하다가 죽으면, 그 사람은 그냥 선한 것이다"라는 표현처럼 우리가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그를 위해 무언가를 덜 말하고, 덜 행동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관계는 더욱 값진 모습으로 거듭날 겁니다.

올 한해, 조금 더 값지게 관계를 맺어가는 갑진년이 되고 싶다면 여러분도 자신만의 마음 원칙을 세워보면 어떨까요? 상술한 책과 같이 거장의 지혜에서 그 힌트를 얻어도 좋고요, 여러분 주변에 숨어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스승을 새롭게 발견해도 좋겠습니다. 그 과정 또한 좋은 관계를 만드는 또 하나의 시도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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