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산’ 유행이더니…고학력 여성 미혼율 두드러져
결혼 적령기 30대 10명 중 4명은 '싱글’
저학력 여성 미혼율 15.9%…고학력은 28.1%
"육아 여성 몫이라는 인식 개선 필요"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결혼 기피 풍조가 확산하면서 결혼 적령기로 여겨지는 30대 젊은층 10명 중 4명이 미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경우 학력이 높을수록 결혼 비율이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출산을 위해 경제 활동을 포기해야 상황을 지적하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13일 한은이 최근 내놓은 '미혼 인구 증가와 노동 공급 장기추세-BOK이슈노트’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미혼 비중은 2000년만 해도 13.0%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42.5%로 껑충 뛰었다. 10명 중 1명만 미혼이었던 과거와 달리 결혼하지 않은 이가 4명으로 늘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20대 미혼 비중은 71.1%에서 92.8%로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30대 미혼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40대 미혼 비중 역시 2.8%에서 17.9%로 크게 치솟았다. 50대는 0.8%에서 7.4%로, 60대 이상은 0.3%에서 2.2%로 전 세대에 걸쳐 미혼율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미혼율로 보면 2000년에는 27.9%에서 2020년에는 31.1%로 확대됐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31.7%에서 36.0%로 증가했고, 여성은 24.4%에서 26.3%로 올랐다.
미혼율 증가는 출산율 감소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우리나라 순위가 13위로 3계단 떨어진 것에 대해 환율 변화에 기인한 단기적 순위 변화로 평가하면서 "저출산과 구조조정 미흡 등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목될만한 점은 결혼이 학력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30~54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저학력 여성의 미혼율은 15.9%인데 반해 고학력 여성의 미혼율은 28.1%로 2배 가량 높았다. 남성은 반대다. 고학력 남성은 27.4%가 미혼이었지만 저학력은 30.9%로 더 높았다.
한은은 저학력 남성 미혼율이 고학력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비자발적 요인인 반면 고학력 여성은 높게 나타나는 점은 자기선택적 요인으로 해석한다. 다시 말해 고학력 남성은 고연봉으로 이어지며 결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반면 고학력 여성의 경우는 자발적으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고학력 여성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의 사회·경제적 참여 기회와 성공 욕구가 늘었지만 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책임이라는 인식에 차라리 미혼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시대 변화에도 육아가 여전히 여성의 몫이라는 기성세대의 편견이 저출산과 미혼율 증가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10월 하버드대에서 열린 강의에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육아가 여성의 몫이라는 남성들의 인식 변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의 교육 수준에 따른 노동시장 참여와 임금 수준의 차이를 규명해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한은 보고서 역시 여성의 자발적 미혼 선택에 대해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 변화와 여성의 노동 참여 확대 등을 거론한다. 기혼 여성이 출산을 위해 경제 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결혼의 기회 비용을 높여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늦추거나 독신을 선택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정선영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고용과 주거 등 출산을 둘러싼 경제·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고, 일과 가정 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면서 "또한 유자녀 기혼 여성의 노동공급 경직성을 완화시켜 일과 출산, 육아를 병행하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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