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유럽에서 더 크려면
"3차 치료제 국한…적응증 넓혀야"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유럽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진출한 미국과 비교해 적응증이 제한적이어서다.
SK바이오팜은 이탈리아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손잡고 세노바메이트의 유럽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2021년 독일을 시작으로 '온투즈리(Ontozry)'라는 이름으로 현재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18개국에 세노바메이트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앞서 안젤리니파마는 지난 2019년 SK바이오팜으로부터 유럽 41국에 세노바메이트를 독점적으로 개발·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5억3000만달러(7000억원)에 도입했다. 계약에는 매출액의 일부를 SK바이오팜에 지급하는 로열티 조항도 포함됐다.
세노바메이트는 뇌의 흥분성 신호와 억제성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두 가지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기전의 부분발작 치료제다. 세노바메이트는 총 18주간 진행된 글로벌 임상 2상에서 환자 21%에게서 발작이 완전히 멈추는 효과를 내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빔팻(성분명 라코사미드)' 등 경쟁약의 완전 발작소실 비율은 대부분 5%에도 못 미친다.
세노바메이트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 2020년 미국에 '엑스코프리(Xcopri)'라는 이름으로 진출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두고 있으나 유럽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안젤리니파마는 지난 2022년 6월 독일, 프랑스 다음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제약시장인 이탈리아에 세노바메이트를 출시했지만 그 해 연 매출액은 43만8000만유로(한화 6억원)에 그쳤다. 미래에셋증권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외 지역 매출액은 3400만달러(440억원)로 전체 매출액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세노바메이트가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 매출이 부진한 이유는 적응증이 제한적이어서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에서 환자의 처방이력과 무관한 1차 치료제로 승인 받았지만 유럽에서는 지난 2021년 성인 부분발작 '3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유럽에서는 항뇌전증약 치료에 2차 실패를 한 환자부터 처방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그만큼 처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유럽 성인 뇌전증 환자 중 항뇌전증약을 두 차례 복용하고 효과가 없어 추가적인 3차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전체 중 40%에 해당한다. 단순 계산해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경쟁약보다 시장 규모가 절반가량 작다는 의미다.
경쟁약들은 대부분 1차 치료 적응증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 2012년 허가를 받은 일본계 제약사 에자이의 항뇌전증약 '파이콤파(페람파넬)'는 현재 유럽에서 성인과 소아 부분발작 1차 치료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벨기에 제약사 UCB의 '브리비액트(브리바라세탐)'도 지난 2016년 유럽에서 성인과 소아 부분발작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향후 SK바이오팜이 추가 임상 등을 거쳐 유럽의약품청(EMA)에 1, 2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변경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앞서 지난 2020년 EMA는 에자이의 요청을 수용해 파이콤파의 부분발작 치료 연령을 12세에서 4세로, 전신 발작 치료 연령은 12세에서 7세로 낮춘 바 있다.
SK바이오팜과 엔젤리니파마는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을 넓히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환자가 이전에 복용한 항뇌전증약 개수(1~3개)와 무관하게 세노바메이트가 부분발작 치료에 효과적이었음을 확인한 장기 임상결과를 공개했다. 또 현재 유럽에서 소아 부분발작, 성인 전신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을 진행하며 적응증 확대를 노리고 있다.
제약·바이오 한 애널리스트는 "질환마다 차이가 있지만 적응증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경쟁 약물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SK바이오팜도 소아 부분, 성인 전신발작 외에도 1, 2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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