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오브 어스, 조엘과 엘리 여정에 당신이 빠져든 이유

홍수민 기자 2024. 1. 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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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게임성과 호소력 넘치는 서사… 파트 2 리마스터 출시 예정
- 너티독 '라스트 오브 어스'

라스트 오브 어스,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최근 이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HBO 라스트 오브 어스 드라마가 에미상 8개 부문을 수상하며 이슈가 됐다. 주변에 "게임은 플레이하지 않았지만 드라마는 봤다"는 지인이 있을 정도다.

비록 후속작인 파트 2에서 평론가와 대중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어도 라스트 오브 어스가 명작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에미상 8관왕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원작으로 스토리 라인이 검증됐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라스트 오브 어스 출시 당시 영국 영화 매거진 엠파이어는 라스트 오브 어스를 '게임 계의 시민 케인'에 비유했다. 해마다 GOTY 수상작이 탄생하지만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처럼 원작과 후속작 모두 GOTY를 받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

어째서 이 많은 사람들이 조엘과 엘리의 여정에 몰입하고 이들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리마스터 출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이 게임의 인기 요인을 분석해 보자.

 

■ 게임성 : 부족한 자원 속 긴장감 넘치는 생존물

- 자연스럽게 엄폐를 시도하는 생존자 AI

아무리 훌륭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도 '게임'은 재미있어야 한다. 심지어 호불호가 극심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역시 "스토리는 둘째치고 게임 하나는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라스트 오브 어스'는 잘 만든 게임일까.

라스트 오브 어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좀비를 호쾌하게 쏴 죽이는' 호러 슈팅 액션보다 아포칼립스 생존물에 가깝다.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은 "산탄총, 수류탄 발사기나 레이저 커터 등으로 썩은 머리를 박살내는 무쌍 대신 맨주먹이나 벽돌, 엉성하게 엮은 날붙이같이 제한된 리소스로 살아남는 생존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총을 맞거나 대미지를 입었을 때 주인공은 매우 사실적으로 비틀거리거나 밀려나며, 적 역시 총알 한 방에 죽이기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스텔스 모드를 유지하되 전투가 불가피하면 청각이 예민한 감염체 특성을 활용해 병을 던져 어그로를 끌고 한 마리씩 점사하거나 일부러 소리를 내 한 곳으로 감염체를 모은 뒤 화염병으로 불을 질러 돌파할 수도 있다. 지형지물과 자원의 적절한 활용이 관건이다.

아포칼립스 장르가 그렇듯 감염체 뿐만 아니라 생존자 역시 적대적일 경우가 많다. 이들은 서로 협력하거나 같은 편을 부르고, 은폐와 엄폐, 우회 돌격 등을 시도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플레이어의 총알이 다하는 순간 소리를 듣고 기뻐하며 조롱하거나 적을 마주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하는 등 뛰어난 AI는 게임 플레이를 더욱 사실적으로 만든다.

부족한 물자, 한정된 내구도, 수많은 감염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생존자 집단, 소름끼치는 환경음 등 '망한지 이미 오래 된' 세계관에 충실한 요소들로 인해 플레이어는 긴장감 속에서 한층 더 조엘과 엘리 둘의 여정에 자연스럽게 몰입한다. 
 

■ 서사 : 조엘과 엘리, 그리고 선택의 무게

- 플레이를 하다 보면 조엘의 심정에 자연스레 이입하고 공감하게 된다

세균 탓에 사회가 붕괴한 지 20년, 늙고 지친 생존자 조엘과 시니컬한 엘리 듀오의 여정은 생각보다 간단한 퀘스트로 시작된다. 조엘은 무기를 받는 댓가로 백신의 열쇠를 쥐고 있는 소녀 엘리를 생존자 집단인 파이어플라이에 데려다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배경은 2033년이다. 조엘이 가끔 떠올리는 과거 속 세계는 익숙한 우리의 현실이며, 딸 사라와 함께 평범한 아빠였던 그는 20년의 세월을 거쳐 폭력과 살인, 범죄에 익숙한 생존자가 되었다. 그는 필요한 일을 망설임 없이 실행하며, 플레이어 역시 도덕적이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그의 선택에 납득한다.

무뚝뚝한 조엘과 냉소적인 엘리 조합은 출발부터 삐그덕거리지만, 위험 상황에서 서로 협력하며 천천히 마음을 열고 가까워진다. 사회 붕괴 이후 태어난 엘리는 이전의 세상에 대해 무구한 천진함을 드러내며 조엘에게 질문 폭탄을 쏟아낸다. 음반 가게에서 레코드를 고르고, 야생 동물에 호기심을 드러내는 엘리에게 플레이어와 조엘 모두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게임인포머는 "현실적이고 있을 법한 대화 시퀀스는 라스트 오브 어스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플레이어는 조엘과 엘리 사이 관계의 성장에 몰입하고, 서로를 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싸우게 된다"고 평가했다.

또 말하지 않은 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황폐한 도시와 아름다운 자연의 비전은 세상이 붕괴한 이후에도 지속되는 삶의 외로움을 도드라지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결말의 충격적 전개는 대의와 사적 감정의 충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라는 궁극적 질문을 던진다. 플레이어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방적인 전개임에도 조엘의 심정에 깊이 공감하니 그의 결정을 자연스레 지지하게 된다. 엔딩에서 엘리의 모호한 표정은 말하지 않음으로서 더욱 잘 전달되는 비언어적 표현의 극치가 아닐까 싶다.

 

■ 파트 2 리마스터 : 게임 모드 추가 및 그래픽 업그레이드

-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리마스터는 1월 19일 출시된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훌륭한 게임성과 뛰어난 내러티브 전달로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다. 조엘과 엘리라는 두 주인공에 대한 몰입은 후속작 파트 2 스토리 전개에 강한 호불호를 낳았다. 파트 2 내용을 다루는 드라마 라스트 오브 어스 시즌 2를 팬들이 걱정하면서도 기대하는 이유다.

19일 출시 예정인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리마스터는 원작 파트 2에서 로그라이크 모드인 노 리턴, 탐험 지역 확장, 듀얼 센스 기능 추가, 캠페인 컷신 중 개발자와 배우 해설 모드, 스피드 런 모드, 그래픽 개선, 자유 기타 연주 모드 등 그래픽 업그레이드와 다양한 콘텐츠가 더해진다.

메인 시나리오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트 2 전개에 크게 실망했던 사람이라면 굳이 사서 고통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다만 플레이해본 적 없는 사람은 충분히 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이미 구매한 경우 1만4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게임 모드 및 기기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DLC라 생각하면 부담이 덜하다.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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